[정신의학신문 : 장창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힙합 음악을 들으며 처음으로 광기에 오싹했던 때를 기억한다. 2000년 겨울 에미넴(Eminem)이 부른 의 뮤직비디오를 보면서였다.노래는 에미넴의 이름을 가슴에 새길 정도로 그의 광팬인 스탠이 에미넴의 가상의 캐릭터 슬림 셰이디(Slim Shady)에게 쓰는 편지로 시작한다.1절에서는 다소 차분한 어조이긴 하지만 자신의 편지에 답변이 없는 에미넴에게 푸념을 하고, 태어날 자기 딸의 이름을 에미넴 딸의 별명을 따라서 짓겠다고 말한다.2절에서는 아무런 답이 없는 에미넴
[정신의학신문 :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국가대표 쇼트트랙 선수인 심석희 씨에 대해 코치인 조재범 씨가 성폭행을 가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심석희 씨 측 주장에 따르면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성폭행이 있어왔다고 한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정도로 스포츠 스타였던 그녀에게 미성년자였던 고등학교 시절부터 상습적인 성폭행이 있었다는 사실이 주는 충격이 크다.이렇게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진 스타조차도 오랜 기간 동안 당하고만 있었다는 사실이 ‘도대체 왜?’라는 의문을 함께 던져준다.‘만약 그렇다면,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우리는 늘 앞으로 나아가야 해. 과거에 일어난 일을 다시 끄집어내선 안 돼. 그건 지금 우리에게 아무 의미 없는 일이잖아.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할 필요는 없어. 그리고 어차피 내가 어떻게 말하든 당신들은 쓰고 싶은 대로 기사 쓸 거잖아. 그냥 시간낭비일 뿐이야.”샌 안토니오 스퍼스의 감독 그렉 포포비치는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카와이 레너드(Kawhi Leonard)가 토론토 랩터스 소속으로 샌 안토니오 스퍼스의 홈 경기장을 찾기 하루 전이었다. 좋지 않은 모양새로 샌 안토니오를 떠난 카와이를 두고 쓸데없이 ‘
사랑하고 존경하는 우리의 동료 고 임세원 회원을 그리 황망히 떠나보낸 지, 이제 열흘이 지나갑니다. 최악의 상황에서 고인이 사랑했던 정신과 환자들이 편견으로 내몰리지 않을까 걱정한 유족분들의 마음을 접하며 진정한 애도가 무엇인지 숙연한 마음입니다.마지막 순간까지 동료의 안위를 걱정했던,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과 차별 없는 치료를 추구했던, 생명과 환자를 소중히 여기고, 보이지 않는 정신질환 치료의 최전선에서 그 소명을 다하고자 했던 고 임세원 회원, 그리고 남겨진 유가족은 우리에게 분명히 말하고 있습니다. “안전”하고 “편견 없는”
[정신의학신문 : 장재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과 의사가 환자에 의해 살해되는 일이 일어났다.조현병 환자의 묻지마 범죄는 그동안 계속해서 있어왔지만 그때마다 정신과 의사들은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일반인에 비해 높지 않다며 편견확산 방지에 노력해왔다.하지만 이번에는 그동안 환자의 편에 서서 많은 활동을 해 온 어느 정신과 의사가 무참히 살해당함으로써 의사들은 집단 멘붕에 빠졌다. 먼저 확실히 해둘 점이 있다. 이번 일을 정신과 환자의 소행이라며 일반화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사람은 조현병이나 조울증 같은 중
[정신의학신문 : 오중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2위이다. 리투아니아라는 나라가 OECD에 신규 가입함으로써 2위로 내려간 것이라서, 사실 상 1위나 다름없는 2위이다.자살률이 우리나라에 왜 높을까? 원인으로 제시되는 이유들은 다양하다.치료되지 않은 우울증, 자살시도자에 대한 편견, 자살자 유가족에 대한 편견, 언론의 자살보도 행태의 문제, 경쟁적인 사회 구조의 문제, 복지 사각지대의 문제 등이 있다.자살은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발생하게 되는 것이라서, 어느 한 원인이라고 말할
[정신의학신문 : 김정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링크) 우리는 정신질환자 곁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1편)(링크) 정신과 의료진은 넥타이를 하지 않습니다. (2편) 임 교수님이 우리를 떠나며 남긴 메시지는 두 개입니다. “안전한 진료 환경을 만들어 달라.”“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편견과 차별 없이 언제든 도움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이에 국회는 제2의 임 교수님 사태를 막겠다며 의료법,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개정안 내용 중 정신질환자의 치료와 관련된 내용은 정신건강 전문의가 퇴원 후 치료가 중단될
삼가 인사를 드립니다. 평소 임세원 의사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어느 유가족 대표의 조문을 받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아~ 우리도 유가족이 되었구나. 우리는 이렇게 어느 순간 무언가가 될 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인의 죽음은 마음의 상처를 다루는 정신건강 의료진과 여러 의료진들의 안전 확보의 이유가 될 것입니다. 나아가 위험이 있는 곳에서 일하는 모든 분들의 안전을 살피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평소 고인은 마음의 고통이 있는 모든 분들이 사회적 편견이나 차별 없이, 누구나 쉽게, 정신적 치료와 사회적 지원을 받
숭고한 두 여성을 본다. 그녀는 말한다. 자신의 오빠를 살해한 사람에 대하여, 그에게 '낙인을 찍지 말아 달라.'고 간곡히 부탁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심신미약 같은 걸로 또 봐주지 말고 단두대에 매달아라!"고만 외칠 때, 그 유가족은 사회적 낙인 없이 그와 같은 이들이 치료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한다. 그의 죽음이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우리 가족의 자랑이었다고 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사람이었다고 하면서도 그를 살해한 자와 같은 정신질환자들의 치료와 지원을 이야기한다. 나는 이 앞에서 한동안 무
[정신의학신문 : 박정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응급실에서의 의료진 폭행에 대해 강한 처벌을 주장해 온 것과 최근 정신과 외래에서의 살인과 같은 사건에 대한 강한 처벌을 주장하는 것을 동일선상에 두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있다.응급실에서의 주폭이나 불쾌한 언행 등은 확실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하고 필벌이 있어야 비슷한 유형의 범죄가 줄어들 것이란 점은 예상 가능하다.그러나 과연 정신과 진료 상황에서의 사고도 강한 처벌이 있다고 해서 줄어들 수 있느냐는 점에서는 동의하기 어렵다. 영미법의 개념 중 [M
비보를 전해 들은 지 3일째입니다. 이 시간 현재 국과수에서 부검이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너무나 슬픕니다. 그리고 이 슬픔은 조만간 화로 바뀔 것입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라고 인간의 기본적 감정을 거스를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 화의 에너지가 헛되이 사용되지 않고 고인의 유지를 이어갈 수 있는 데 사용되기를 바랄 뿐입니다.고인의 동생을 통해서 유족의 입장이 전달되었습니다. 첫째, 안전한 진료환경을 만들어주십시오. 둘째,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편견과 차별 없이 언제든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주십시오. 우리 유족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이사장 권준수)는 2018년 12월 31일 발생한 고 임세원 교수 피살사건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애도 성명을 발표하는 바입니다. 2018년 마지막 날 저녁에 날아온 청천벽력과 같은 비보에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의 모든 회원은 애통하고 비통한 감정과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이러할진대 남편과 아버지를 잃은 유족들의 심경을 어찌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또한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해 왔던 동료들의 마음은 어떠하겠습니까. 또한 고인이 돌보던 환자분들이 받을 심적 충격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한신경정신
[정신의학신문 : 김정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링크) 우리는 정신질환자 곁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1편) 사실, 정신과 전문의가 자신의 환자에게 상해를 입는 일은 드문 일이 아닙니다. 2012년에는 부산에서 환자에게 입원을 권하던 정신과 전문의가 흉기로 수차례 찔렸으며, 2013년 대구에서도 조현병 환자가 자신의 주치의를 흉기로 찌르는 일이 있었습니다.당시에는 의료인을 대상으로 한 폭력이 지금처럼 화제가 아니었으며, ‘정신과’라는 특수성 때문에 이 일은 각각의 의사의 불행으로 치부되었습니다. 만약 이때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했었
2018년의 마지막 날, 참으로 참담한 소식을 접하였습니다.정신과 전문의 한분이 환자가 휘두른 칼에 가슴을 수십 차례 찔려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모두가 경악했고, 또 모두가 한마음으로 회복을 염원했지만 끝내 숨을 거두셨습니다.고인의 안타까운 죽음과 남겨진 유가족의 가늠하기 어려운 슬픔을 생각하니 비통함에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이번 일은 어찌 보면 예정된 일이었을지 모릅니다.지난 2017년 5월, 수많은 문제점을 안은 채 개정 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되었습니다. 제대로 된 입원시스템과 지역사회의 돌봄시스템이 준비되지 않은
[정신의학신문 : 김정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018년 12월 31일, 임 교수님의 마지막 외래 진료는 퇴원 이후 오랜 기간 연락이 끊겼던 조울증 환자였습니다. 진료실에 들어온 그 환자는 자신의 주치의를 살해했습니다.현재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범인은, 살해 이유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개연성이 없는 공격성과, 오랜 기간 치료를 받지 않은 조울증(양극성 정동장애) 환자이고 이전에 입원 치료까지 받았다는 점을 볼 때, 현재 양극성 정동장애 조증 삽화이며, 망상이 동반된 정도로 심한 상태인 것으로 추측됩니다
[정신의학신문 : 조용수 응급의학과 전문의] 펜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학생들의 명복을 빈다. 살아남은 학생들은 부디 후유증 없이 일어나기를... 사고가 강원도에서 발생한 건 불행 중 다행. 모든 학생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산화탄소는 고압산소가 치료의 핵심인데, 이번처럼 한 번에 다수 환자가 발생하면 치료 가능한 건 강원도뿐이다.고압산소 탱크는 크게 두 가지. 1인용 모노챔버와 다인용 멀티챔버가 있다. 일산화탄소 치료 코스는 보통 1사이클에 1시간 30분가량 소요된다. 누군가 사용 중이면, 다음 환자는 2시간을 기
[정신의학신문 : 장창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미국 힙합에는 있고 한국 힙합에는 없는 두 가지는 무엇일까? 하나는 게토(ghetto)이고 다른 하나는 Nigga(이하 Ni**a로 표기)를 비롯한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적 언어인 N-word라고 할 수 있다. 게토는 ‘사회, 경제적으로 방치되어 있는 소수 인종, 민족이 집단을 이루며 사는 도시의 빈민가’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닌다. 보통은 흑인을 비롯한 유색인종이 다수 거주하는 도시 내에 만들어진 공공주택단지를 일컫는 경우가 많으며, 대개 높은 범죄율과 가난에 시달린다. Ni**a는 ’
몇 년 전 나는 청소년 책을 출간한 적이 있다. 이라는 제목의 단행본이었다. 굳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책을 낸 이유는 명확하다. 힙합에 대해 고민하고 알아갈수록 힙합이야말로 청소년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음악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래퍼 더콰이엇(The Quiett)이 이 책에 추천사를 써주었다. 그의 추천사 중 한 부분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지금 제가 말하고 싶은 건, 힙합은 정말로 거대하고 긍정적인 변화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힙합은 반드시 무언가를 크게 (크기보다는 ‘많이’라
[정신의학신문 : 장재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키가 작아서 열등감을 느껴요”10여 년 전 전공의 시절에 어떤 학생이 진료실에서 제게 한 이야기입니다. 그 말을 듣고 당시 제 마음에 바로 든 생각이 무엇이었을까요? ‘너 지금 나 놀리니?’ 저는 남자인데도 키가 160cm 정도밖에 안됩니다. 노인이나 소인증 환자분들을 제외하고는 저보다 작은 남자를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제게 상담을 한 그 남학생도 키가 166cm 정도 되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저를 앞에 두고 그렇게 이야기하니 '내가 너 만큼만 크면 소원이 없겠다'
‘킵잇리얼(Keep It Real)!' 랩 음악을 들을 때, 혹은 래퍼들의 인터뷰를 볼 때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말이다. 무슨 뜻일까. 아마 이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1) 너 자신의 진짜 이야기를 할 것. 2) 거짓말하지 말고 늘 진실할 것.힙합의 세계에는 다른 음악 장르에는 없는 전통이 있다. 자기 가사는 자기가 직접 써야 한다는 전통이다. 실제로 래퍼들은 자기 가사는 자기가 직접 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자기 가사는 자기가 직접 쓰는 것이 옳고, 그래야 떳떳하다는 생각을 한다. 어찌 보면 이상한 일이다. 다른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