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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과 힙합] 11. 마음의 증상(광기, 우울) 그리고 희망정신과 전문의 x 힙합 저널리스트 연재
장창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9.01.19 13:37

[정신의학신문 : 장창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힙합 음악을 들으며 처음으로 광기에 오싹했던 때를 기억한다. 2000년 겨울 에미넴(Eminem)이 부른 <스탠(Stan)>의 뮤직비디오를 보면서였다.

노래는 에미넴의 이름을 가슴에 새길 정도로 그의 광팬인 스탠이 에미넴의 가상의 캐릭터 슬림 셰이디(Slim Shady)에게 쓰는 편지로 시작한다.

1절에서는 다소 차분한 어조이긴 하지만 자신의 편지에 답변이 없는 에미넴에게 푸념을 하고, 태어날 자기 딸의 이름을 에미넴 딸의 별명을 따라서 짓겠다고 말한다.

2절에서는 아무런 답이 없는 에미넴에게 다소 화가 난 듯하다. 하지만 가정폭력범인 아버지를 둔 자신을 에미넴과 동일시하기도 하며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다. 자해가 주는 쾌감에 대해 얘기하기도 한다.

3절에서는 한층 격앙된 목소리로 에미넴을 비난한다. 여자 친구를 납치한 상태로 과속 음주운전을 하고 있다. 6개월 동안 아무런 답변이 없었던 데 대해 광분하며, ‘우린 하나가 될 수 있었어’라고 외친다. 수면제를 과다 복용한 스탠이 탄 차는 결국 다리 밑으로 추락한다. 물론 이 곡은 가상의 상황이다.
 

Stan, 뮤직비디오


정신질환의 진단 중에서 경계성 성격장애(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라는 진단이 있다. 이 진단명은 대인관계, 자아상 및 감정의 불안정함과 심한 충동성을 주된 특징으로 한다.

스탠은 버림받지 않기 위해 미친 듯이 노력하고, 이상화와 과소평가의 극단을 왔다 갔다 하며, 자신을 손상시킬 충동성에 시달리고, 자해와 자살 시도를 한다는 점에서 이 진단기준을 충분히 만족시킨다.

8분 동안 경계성 성격장애에 대해 정신과 진단에 관한 책을 펴놓고 공부하는 것보다 에미넴이 부른 스탠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는 것이 경계성 성격장애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일 수 있겠다.

이 뮤직비디오는 현재까지 유튜브에서 2억 2천 뷰 이상을 기록했다. ‘Stan’이라는 단어는 ‘특정 유명인사에게 지나치게 열정적으로 집착하는 팬’이란 뜻으로 2017년 옥스포드 사전에 등재되기도 했다.

 

조현병(Schizophrenia)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곡도 있다. 정신병리(psychopathology)를 제대로 다룬 최초의 힙합 곡이 아닐까 싶다. 바로 1991년에 발표된 게토 보이즈(Geto Boys)의 <Mind playing tricks on me>이다. 가사를 보면 조현병의 주요 증상들을 확인할 수 있다. 바로 망상(Delusion)과 환시(Visual hallucination)이다.

 

It‘s somebody watchin me at
누군가가 나를 바라보고 있어

But I don't know who it is, so I‘m watchin’ my back
하지만 그게 누군지는 몰라, 그래서 내 등 뒤를 조심해

I can see him when I‘m deep in the covers
몸을 감추고 있으면 그가 보여

When I awake I don‘t see the motherfucker
정신이 또렷할 때는 그 녀석이 보이지 않아

(중략)

Investigating the joint for traps
함정의 실마리를 찾고 

Checking my telephone for taps
전화기가 도청되고 있는지 확인해

 

망상은 현실에 맞지 않는 잘못된 생각을 말한다. 실제 사실과 다르며, 논리적인 설명으로 고쳐지지 않고, 교육 수준이나 문화적 환경에 걸맞지 않은 잘못된 믿음이라고도 할 수 있다.

외부의 자극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감각적 경험을 하는 것을 환각이라고 한다. 시각적으로 경험되는 환각을 환시라고 한다. 이 곡의 주인공은 누군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환시와 자신을 도청한다는 망상을 경험하고 있다. 이 곡 또한 픽션이다.

 

<Mind playing tricks on me>가 수록된 앨범 “We can’t be stopped”의 표지에는 세 명의 멤버 중 한 명인 부시윅 빌(Bushwick Bill)이 오른쪽 눈두덩에 손상을 입은 채로 침대차에 타고 있다.

이 사진은 실제 상황이다. 그가 여자 친구와 다툼 끝에 자신의 눈에 총을 맞고 난 직 후이다. 어머니에게 줄 돈이 없어서 자신의 사망 보험금이 어머니에게 지급되게 하려고 자신의 죽음을 계획했다. 하지만 독실한 기독교인이었기에 그는 자살을 할 수는 없었다. 자신의 여자 친구에게 총을 겨누고, 폭행을 한 후에 그녀의 손에 총을 쥐인다. 자신을 죽여달라고 부탁하고 자신의 눈에 총구를 향하게 한다.

부시윅 빌은 자신의 마음이 자신을 얼마나 힘들게 만드는지를 아는 사람이었다. 이 때문에 마음의 병에 대해 이다지도 치밀한 서술이 돋보이는 곡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두 노래는 정신질환을 가진 환자의 입장에서 서술이 되었다. 비교적 최근인 2017년,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마음에 대해 말하는 노래를 만난다. 래퍼 로직(Logic)의 싱글 <1-800-273-8255>이다.
 


우울과 죽음에 대한 생각으로 고통받는 사람과 그를 돕고자 하는 사람이 대화하듯 노래가 진행된다. 제목 ‘1-800-273-8255’는 미국의 ‘자살 방지 핫라인’ 전화번호이다. 도입부에서는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이 자신의 심정을 토로한다.

 

I've been on the low I been taking my time
우울했었지. 생각을 조금 해봤어.

I feel like I'm out of my mind It feel like my life ain't mine
나는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 내 삶이 내 것이 아닌 것 같아.

I don't wanna be alive I just wanna die today
살고 싶지 않아. 오늘 난 죽고 싶을 뿐이야.


곡의 3절에서는 핫라인 상담사가 위로의 말을 건넨다.


I know where you been, where you are, where you goin'
어디에 있었는지, 어딜 향하고 있는지 알아요.

I know you're the reason I believe in life
당신의 존재 자체가 삶의 이유예요.

What's the day without a little night?
하루 중에 잠시 동안의 어둠이 있기 마련이지요.

I'm just tryna shed a little light
저는 다만 작은 빛이 되어주고 싶어요.

It can be hard It can be so hard
힘들 수 있어요. 그래요.

But you gotta live right now
하지만 당신은 살아야 해요.

You got everything to give right now
당신이 살아남아야 할 이유는 분명히 있어요.

 

2017년 4월에 이 노래가 발표된 날, 그리고 2017년 8월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에서의 공연이 방송된 다음 날 자살방지 핫라인 통화는 폭주했다. 핫라인이 만들어진 이후 손에 꼽을 정도로 많은 전화가 왔다고 한다. MTV 공연 말미의 연설도 인상적이다.

“주류 매체가 외면하는 것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신건강, 불안, 자살, 우울증 그리고 인종차별, 성차별, 가정 폭력, 성폭력 같은 것에 대해 말이죠. 저는 당신이 백인이든 흑인이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기독교인이든, 무슬림이든, 동성애자든, 이성애자든 저에겐 아무 상관없어요. 저는 당신의 평등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평등하게 태어났지만 평등하게 대우받지 못하고 있어요. 우리는 인종, 종교, 피부색, 종족, 그리고 성적 지향에 관계없이 모든 남성, 여성, 아이들의 평등을 위해 싸워야 해요. (후략)”

 

정신과 의사로서 죽음을 생각하는 환자 분들을 만날 때가 있다. 다양한 나이, 성별, 성정체성(gender identity)을 가진 분들을 만난다. 위 곡의 3절 가사는 무거운 공기 속에서 그분들과 쉽지 않은 대화를 나눌 때에 내가 가지게 되는 마음이기도 하다. 어떤 때에는 하루 종일 마음이 힘든 분들을 만나느라 힘들 때도 있다. 퇴근길에 듣는 <1-800-273-8255>와 같은 마음에 대한 힙합 노래들은 나의 정신과 의사로서의 초심을 다시금 다지기 위한 선곡이다.

우리나라에도 마음에 대한 노래를 만드는 래퍼들이 있다. 우원재는 곡을 통해 자신이 정신과 치료 중임을 밝혔고, 이센스는 자신에게 드리운 마음의 강박을 고백했다. 도끼는 청소년자살예방방지캠페인의 일환으로 <들어줄께>라는 곡을 발표했다.

마음에 대한 힙합 곡들로 채워진 퇴근길의 플레이리스트가 풍성해 지길 바란다. 우리 마음을 공감하고 위로해줄 플레이리스트가 풍성해지길 소망한다.

 

링크 1: Eminem <Stan> 뮤직비디오
https://www.youtube.com/watch?v=gOMhN-hfMtY

링크 2: Geto Boys <Mind playing tricks on me> 뮤직비디오
https://www.youtube.com/watch?v=KutXyPEEbQs

링크 3: logic <1-800-273-8255> MTV 뮤직어워드 공연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_Ju6Q8Azcm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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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창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memorylan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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