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누구나 살다 보면 만사가 귀찮고, 짜증이 나며, 우울의 나락으로 빠져드는 시기가 올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많은 분들이 외부 활동이나 대인관계, 학업이나 직업 장면 등에서 최소한의 태세를 취하면서 활동성을 제한하고, 눈에 띄게 위축된 모습을 보입니다. 심해지면 ‘이불 밖은 위험하다.’면서 에너지를 최대한 비축하는 ‘자발적 방구석러’ 모드에 돌입하기도 하는데요, 그러면서 어느 정도 안정을 취하거나 다시 에너지가 충전됐다 싶을 때 평소의 일상생활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그런
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어느 날 고개를 들어 올려다본 하늘,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구름과 푸르른 창공에 걸린 태양은 눈이 부시게 아름답기만 한데, 내 마음은 마치 잿빛 하늘에 곧 폭풍우라도 휘몰아칠 듯 찌푸렸던 적, 있으신가요?아마 많은 분들이 때때로 이런 울적한 기분에 빠져 허우적거렸던 경험, 있으실 겁니다. 문제는 매일매일 바뀌는 날씨처럼 우울감이 사라지지 않고, 기나긴 우기에 접어든다는 것인데요, 이 비가 언제 그칠지, 과연 그치기는 할지 기약이 없어 보인다는 점에서 마음이 더 무거워집니다.과거와 달리 이제
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안녕하세요, 오늘은 청결 강박을 치료하는 방법에 대해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1. 청결 강박의 치료법은?청결 강박도 다른 강박증의 치료와 마찬가지로 크게는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의 조합이라고 볼 수가 있겠고요. 쉽게 말해서 약도 써 보고, 그 약을 써 봄으로써 내가 현재 불안해하는 또 찝찝해하는 감정 정도를 낮추는 게 첫 번째 전략이 될 거고요.감정의 정도가 낮아졌을 때 과연 이 강박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되고, 강박 사고에 대해서는 어떻게 인지해야 되고, 마음을 고쳐먹어야 되며, 실제로
정신의학신문 |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어요.""다 부질없는 것 같아요. 왜 살아야 하는지 의미를 모르겠어요."많은 환자들이 진료실에서 삶의 무의미함을 이야기한다. 자살하면 안 된다는 만류 앞에서 그들은 오히려 왜 살아야 하는지를 되묻는다. 그렇지만 삶이 무의미하지 않다고 반박함으로써 그들을 설득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삶의 의미를 누가 감히 정의 내릴 수 있겠는가. 모두에게 자신 있게 '내 삶의 의미는 ~입니다.' 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저, 그냥 살아갈 뿐이다. 그렇기
정신의학신문 | 정두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드라마 의 주인공은 학교 폭력의 피해자입니다. 폭력을 견디지 못해 자퇴를 해야만 했던 고등학교 2학년 소녀는 서른여섯이 되어 십수 년 전 자신을 괴롭혔던 가해자들 앞에 나타납니다. 그녀는 더 이상 연약한 소녀가 아닙니다. 치밀한 준비로 가해자들의 약점을 간파하고, 열심히 모은 돈과 안정적 직업을 무기로 천천히 복수를 진행합니다. 시청자들은 가해자들의 끔찍한 모습에 화와 혐오를 느끼다 그녀의 복수에 통쾌해집니다.학교는 아이들에게 세상과 마찬가지입니다. 거친 세상에 나가기 전에
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람들은 하루에도 다양한 스트레스 요인에 노출된 채 살아갑니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할 만큼 오늘날 현대인들에게는 피할 수 없는 손님인데요, 이러한 스트레스를 제때 해소하거나 건강하게 관리되지 못하고 누적될 때 몸은 물론 마음에도 적신호가 켜지게 됩니다. 몸의 면역력이 약해질 때 침투한 바이러스는 우리 몸에 감기 증상을 불러옵니다. 이런 감기는 대개는 특별한 치료 없이도 저절로 치유되곤 하죠. 그러나 신체의 면역력이 많이 떨어져 있거나 평소 호흡기 건강이 좋지 않은 분들의 경우,
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안녕하세요, 오늘은 강박증의 대표적인 증상 유형 가운데서도 청결 강박에 대해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1. 청결 강박이란 무엇인가요? 청결 강박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입니다. 청결함에 대해서 강박을 가지고 있는 건데요, 더러운 것, 불결한 것, 찝찝하고 불편한 것 이런 것들에 대해서 한 번 접촉을 하고 나면 그것을 제거하기 위해서 어떻게든 무엇인가 해야 되는 강박을 말합니다. 제거하는 행동이라는 것은 손을 과하게 씻는다든지, 샤워를 한시간 이상 한다든지, 물건을 치워야 되고, 불편한 것을 집에
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노잼 시기’라는 말을 들어 보신 적 있나요? 요즘 SNS를 비롯한 온라인상에서 자주 사용되는 표현으로, 무엇을 해도 재미나 만족이 없고 인생이 재미없다고 느껴지는 시기를 일컫는 말입니다. ‘노잼 시기’라는 단어로 검색해 보면 다양한 이유로 인생의 재미를 경험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사연, 그리고 이런 노잼 시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에 관한 글들이 넘쳐납니다. 이렇게 ‘노잼 시기’라는 말이 생겨나고 유행처럼 쓰이는 이면에는 인생의 즐거움이나 목적, 의미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반
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여기, 두 명의 여성이 있습니다. 두 사람은 고등학생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 사이입니다. 유독 자기 주관이 뚜렷했던 A는 원하는 전공의 대학에 진학한 뒤 짧게나마 유학을 다녀왔고, 결국 꿈꿨던 분야에 취업해 탄탄한 커리어를 쌓았습니다. 그리고 조만간 오랜 연인과의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반면, B는 그런 A를 늘 부러워했습니다. 부모님의 뜻대로 취업이 잘되는 학과에 진학했던 B는 평범한 대학 시절을 보내고, 평탄하게 취업에 성공했습니다. 친구들이 하나둘씩 결혼할 때쯤 당시 교제 중이던
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어느 평화로운 주말 오후, 평소 의 니모를 키우고 싶었던 아들 녀석의 성화로 해수어인 크라운 피쉬, 일명 흰동가리를 집으로 데려오게 됐습니다. 아들에게 생명을 돌봄으로써 배우게 될 생명의 소중함과 더불어 책임감과 정서적 감수성을 기르기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되어 고심 끝에 니모의 입양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애완 물고기를 키우기로 한 비장한 결심과 심오한 의사가 무색하리만치 살면서 한 번도 수중 생물을 키워 봤던 경험이 없던 탓에 실제로 니모가 살 만한 환경을 만들어
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중국 송나라 시절 저공이라는 사람과 원숭이들의 일화로부터 유래한 말입니다. 저공이 원숭이를 키우다가 식량이 부족해지자 먹이를 줄이고자 “아침에는 세 개, 저녁에 네 개를 주겠다”라고 하자 원숭이들은 펄쩍 뛰며 싫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저공은 “그렇다면 아침에 네 개를 주고 저녁에 세 개를 주겠다. 좋으냐?”라고 물었고, 원숭이들은 신이 나서 좋다고 했습니다. 이처럼 같은 대상을 앞뒤만 바꿔서 상대방을 속이고 이익을 취하는 모습을 일컬어 ‘조삼모
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메타인지라는 말을 많이 들어 보셨을 것입니다. 주로 청소년들이나 학생들을 위한 학습지나 교육기관의 광고 혹은 조직에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 세미나에서 주요한 주제로 다루고는 합니다. 메타인지(meta cognition)는 고차원적, 상위를 의미하는 메타(meta)와 인지(cognition)의 합성어로, 사고, 학습과 같은 인지적 활동에 대한 지식과 조절을 의미합니다. 이 용어는 1976년 미국의 발달심리학자인 존 플라벨(John H. Flavell)이 처음 사용하였으며, 이후 교육학
정신의학신문 |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랑하는 자녀가 우리에게 처음 온 그 순간, 기억하시나요? 천하를 다 얻은 것만 같은 감격에 젖어 작은 천사를 보내 준 신께 감사드리던 그때. 그렇게 선물처럼 찾아온 우리 아이에게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기도하듯 속삭였던 기억. 잘 자고 잘 먹으며 하루가 다르게 커 가는 아이가 처음 걸음마를 떼던 순간, 그 모습 하나하나 눈에 담으며 가슴 벅차오르던 날들…. 이제 말문만 트이면 아이에게 가르쳐 주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말도 많건만, 또래 아이들에 비해 말이 늦는 듯한 모
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복수’. 지금 이 단어를 듣는 순간, 여러분의 머릿속에는 어떤 생각이 떠오르시나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으며 평화주의자인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는 분도, 한때 내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던 테마였다고 회고하는 분도, 아직 현재 진행형으로 여전히 날카로운 복수의 칼날을 갈고 계신 분도 있으실 겁니다. 한평생 끓어오르는 분노나 이글이글 타오르는 복수심으로 가득 차서 오로지 복수할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분들은 별로 없으시리라 짐작됩니다. 그러나 누구든 인생의 어느 한 지점에서는
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30대 여자입니다. 작년에 보디프로필을 찍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고 52kg에서 42kg으로 감량했습니다. 성공적으로 보디프로필을 찍었지만 그 후 다시 요요가 왔고 18kg가 쪘습니다. 살을 뺐을 때는 사람들이 모두 다 저에게 대단하다며 멋있다고 해 주었는데 급격하게 다시 체중이 늘자 사람들의 시선이 무서워졌습니다. 이런 제 모습을 누구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외출도 하지 않고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무기력증이 찾아왔습니다. 다이어트를 하면 나아지리라는 것을 알
정신의학신문 |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면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며 우리 아이가 해당 발달연령에 맞게 잘 자라고 있는지 점검해 보게 됩니다. 이때 행여나 조금이라도 발달 시기가 늦춰질까 하는 불안한 마음에 각종 육아 서적 및 텔레비전 육아 프로그램, 맘카페에 올라오는 육아 정보를 섭렵하는 부모님도 있습니다. 이렇듯 우리 아이가 ‘평균적인 발달’에서 뒤처지는 부분은 없는지 꼼꼼히 체크하는 부모님이 있는가 하면, ‘때가 되면 다 알아서 하겠지.’라며 한 걸음 물러나서 다소 방관자적인 태도를 취하는 부모님도 있습니
정신의학신문 | 김현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리는 매일 주변의 사람들과 어울리고 이야기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사회적 기술을 사용하여 주위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데 이러한 의사소통 기술들은 언어적 의사소통(내용, 음량, 속도, 목소리톤 등) 외에도 비언어적 의사소통(눈맞춤, 얼굴 표정, 몸짓 등)을 모두 사용하여 이루어지게 됩니다. 의사소통 기술은 인간이 가진 매우 복잡하고 정교한 기능으로서 미묘한 감정과 표정까지도 확인할 수 있도록 아주 정교하게 이루어져 있습니다. 소아 청소년 시기에 긍정적인 또래 관계와 우정을 경험하는 것
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제가 아직 아이였을 때, 지팡이를 짚은 꼬부랑 할머니와 흰 수염이 지긋하게 난 할아버지를 보면서 노인이 된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하는 상념에 잠겼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어른조차 되지 않은 어린아이에게 노인의 삶이란, 아무리 손을 뻗어도 잡히지 않는 하늘 위의 뜬구름처럼 아득하게만 느껴졌습니다. 어찌됐든 간에 허리가 고사리처럼 구부정해서 거동이 쉽지 않을뿐더러 무슨 말을 해도 한 번에 알아듣기가 힘들었던 할머니를 곁에서 지켜보며 나이가 든다는 것은, 굉장히 불편하고 서글픈 일이 아
정신의학신문 |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리가 아직 아이였을 때,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들을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친 기억이 있을 겁니다. 굳이 밤하늘을 올려다보지 않더라도 어린아이들은 많은 시간을 상상과 공상에 빠져 시간을 보냅니다. 남자아이라면 한 번쯤 악당들을 정의의 이름으로 심판하고 광선검으로 날려 보낸 다음 마법 수트를 입고 구름 속으로 유유히 사라지는 상상을 해 봤을 겁니다. 여자아이였다면 요정이 나타나 멋진 호박마차와 예쁜 유리 구두를 만들어 주고, 화려한 무도회장에서 운명의 왕자님을 만나게 되는 꿈을 꾸기도 했을
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가까울수록 적당한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말, 들어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잘 모르거나 가깝지 않은 사이에서는 선을 지키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서로 조심하며 예의를 지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관계가 가까울수록, 함께한 시간이 많아질수록 상대방이 편해지는 만큼 적당한 선을 지키기가 어려워집니다. 상대방을 믿고 의지할 수 있어서, 혹은 상대방이 나를 그렇게 생각해서 한 행동이나 말들이 서로를 힘들게 하거나 관계를 망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합니다.이렇게 적절한 선과 균형을 지킨다는 것이 쉽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