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거 마시면 우리 사귀는 거다.” 아마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2004년 개봉한 영화 의 남자주인공 철수(정우성분)가 여자주인공 수진(손예진분)에게 한 유명한 대사입니다. 안 마시면 다시는 볼 일 없는 거라는 철수의 말에 수진은 주저 없이 그가 따라준 소주잔을 들이키고, 둘은 그렇게 사랑에 빠집니다. 그러나 행복한 신혼생활도 잠시, 수진이 알츠하이머에 걸리면서 점점 기억을 잃어가고, 철수는 그녀의 기억을 붙잡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내 머릿
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교육 전문기업 ‘휴넷’은 지난 3월, 직장인 942명을 상대로 자존감에 대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10점 만점을 기준으로 자신의 자존감에 점수를 매겨 보는 것이었죠. 그 결과, 평균은 5.7점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번아웃(심신 소진)’이나 슬럼프를 겪어 봤다고 답한 사람의 비율은 90%에 육박했습니다.자존감(Self-esteem)은 단어 그대로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스스로 가치 있는 존재임을 인식하고, 자신의 능력을 신뢰하며, 노력에 따라 삶에서 성취를 이뤄 낼 수 있
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여러분은 어떤 취미를 갖고 계신가요? 최근에는 정원 가꾸기나 실내에서 식물 키우기가 유행하면서 ‘식집사’라는 용어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정원을 가꾸다 보면 필요 없는 잔가지나 잡초는 쳐 내고, 식물이 잘 자라는 데 필요한 영양분과 물을 주는 과정을 반드시 거치게 됩니다. 만약 적절한 시기에 가지치기해 주지 않으면 가장 주축이 되는 가지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유실수의 경우 열매를 맺지 못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일이 우리 뇌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우리
정신의학신문 |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많은 어머님들이 ‘세상에 태어나 가장 잘한 일’이라는 질문에 ‘사랑하는 자녀를 낳은 일’이라고 답합니다. 그런데 불과 몇 년 뒤, 사춘기에 접어든 자녀를 바라보는 눈길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꿀이 뚝뚝 떨어지던 눈에서 이제는 강력한 레이저가 발사됩니다. 부모 마음도 모르고 속을 팍팍 썩이는 자식들 때문에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이 입에서 절로 나옵니다. 물론 진심은 아니지만, 진심에 가까울 만큼 부모 노릇 하는 데 지쳤습니다. 더 절망스러운 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부모 역할이
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살면서 우리는 끊임없이 평가받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학업 성적이나 입시 결과, 성인이 된 후에는 취업, 직장에서의 인사평가 등 주변 사람들의 기대와 사회적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습니다. 그리고 그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거나 부족할 때는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곤 합니다. 이렇게 평가에 익숙해지면서 우리는 어느새 가장 엄격하고 까다로운 평가자를 만나게 됩니다. 그 사람은 바로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일 때가 많습니다. 시험에서 원하는 성적을 얻지 못했을 때, 중요한 경기나 발표에서
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여러분은 여러분과 닮은 사람을 만나 본 적이 있으신가요? 누군가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제가 아는 사람이랑 닮으셨어요.”라는 말을 들어 봤거나 반대로 그런 말을 해본 경험이 한두 번쯤은 있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심지어 어떨 때는 인종이나 국경을 뛰어넘어 닮은꼴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닮은꼴 혹은 똑같이 생긴 사람을 의미하는 ‘도플갱어’라는 표현도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습니다. 도플갱어와 관련된 속설로 “닮은 사람 세 명을 만나면 죽는다.”라는 말도 있지요. 여러분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정신의학신문 | 김드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아이가 왜 자꾸 병원에 가냐고 물어봐요. 뭐라고 해야 할까요?”“이제 약은 그만 먹고 싶대요. 아프지도 않은데 왜 약을 먹어야 하냐고… ADHD라는 것을 알려 줘야 할까요?” 많은 부모님이 자녀에게 ADHD 진단 사실에 대해 알려주어야 할지 고민합니다. 진단명을 알려 주는 것이 치료에 도움 되는 것인지, 자녀가 알고 나서 충격을 받지는 않을지 걱정하시기도 합니다.첫째로 중요한 것은 ADHD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성인도 ADHD에 대해 오해하는 경우가 많기 때
정신의학신문 | 이슬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리의 정신과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기는 트라우마 사건을 겪은 생존자들.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들은 그 일과 관련된 행동이나 감정, 감각을 계속 반복해서 경험하는 힘든 시간을 보냅니다. 그런데 정신적 외상을 입은 사람들은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축소해서 기억하고, 또 다른 부분은 너무 과도하게 기억하는 특징을 보이기도 합니다. 간혹 트라우마 사건을 기억 속에서 지운 듯, 의식적으로 떠올리지 못하는 기억 상실을 나타내는 분들도 있습니다.트라우마 스트레스에 관한 심층적인 연구와 분석을 했던 프
정신의학신문 | 정혜민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오늘은 술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합니다. 음주는 흡연과 함께 건강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특히 폭음을 월 1회라도 하면 건강에 나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알코올 섭취를 줄이는 것이 건강에 굉장히 중요하다고 합니다. 술의 종류에 따라 알코올 함유량이 다르지만, 농도가 낮은 술은 잔이 크고 농도가 높은 술은 잔이 작기 때문에 술의 종류에 관계없이 5-7잔 이상 마신 경우를 폭음(알코올 약 60그램 섭취)으로 간주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폭음을 월 1회 이상 하는
정신의학신문 |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끊임없이 반복하는 말, 혼자 중얼거리기, 빙글빙글 원을 그리며 맴돌거나 앞뒤로 몸 흔들기 등등. 이는 자폐를 진단받거나 자폐 성향이 있는 아이들이 많이 보이는 행동 특징입니다. 이렇게 같은 동작이나 말을 아무런 목적 없이 반복하는 것을 ‘상동행동(stereotypped behavior)’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상동행동은 주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나 발달장애 아동들에게서 높은 빈도로 목격되지만, 정상적으로 발달하는 아동은 물론 때때로 성인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잠들기 전
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통신과 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모든 것이 밀접하게 연결된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초연결 사회(Hyper-connected Society)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초연결 사회란, 사람과 사물, 공간 등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이에 대한 정보를 수집, 공유, 활용할 수 있는 사회를 일컫습니다. 얼마 전 일어났던 한 메신저 서비스의 장애로 야기된 전국민적인 혼란과 불편은 우리가 이런 초연결 사회 속에 살고 있음을 다시 한번 실감케 했습니다. 메시지 전송 및 수신 불가로 인한 약속
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어디에나 자기를 과신하고 과대평가하는 사람들이 한두 명씩 꼭 있습니다. 학창 시절 성적은 늘 하위권에 머물면서도 “내가 공부를 안 해서 그렇지 머리가 좋아서 마음먹고 하면 다들 깜짝 놀랄걸.” 하고 말하고 다니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아쉽게도 그런 친구들은 졸업할 때까지 끝끝내 한 번도 친구들을 놀래 준 적이 없었죠.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갔더니 비슷한 동료가 또 눈에 들어옵니다. 매번 인사고과도 좋지 않고, 승진에서 물을 먹고도 “팀장이 나한테 나쁜 감정이 있어
정신의학신문 | 정두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태원에서 158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습니다. 사건 당일 저도 연구실 학생들이 가지 않았을까 걱정했습니다. 졸업생들은 괜찮은지, 학교 전체적으로는 어떤지 신경이 쓰였습니다. 다행히 저희 학교에는 피해자가 없었지만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기에 안타깝고 그들의 가족, 친구, 동료들이 안쓰럽습니다.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원인을 철저히 파악하고 시스템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우리 사회는 자주 그래 왔듯이 비난의 대상을 찾기 위해 애를 씁니다. 스위스치즈처럼 조금씩
정신의학신문 | 김남욱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리 아이가 ADHD 라고요?” “이런 증상도 ADHD와 관련이 있는 건가요?”ADHD는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충동성의 세 가지 주 증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ADHD라고 하면 과격한 행동, 쉴 새 없이 말하기, 하고 싶은 것을 꼭 해야 한다거나 하는 충동 조절의 어려움 등의 겉으로 드러나는, 즉 외현화(externalizing) 증상들을 떠올리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이러한 외현화 증상이 있는 아동들은 비전문가가 보기에도 ADHD를 의심할 수 있고, 실제로 어린이집
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인생에서 찾아오는 다양한 고비와 위협 앞에 우리는 때때로 지치고 힘들다고 느낍니다. 노력해도 상황이 달라지지도, 나아지지도 않을 것 같은 무기력감과 끝이 없는 터널 속을 헤매는 듯한 막막함에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런 생각이 계속되고 심각해질 때는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데 이르기도 합니다. 통계청의 ‘2021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자살은 2021년 우리나라 10~30대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했으며, 같은 해 하루 평균 37명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