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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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면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며 우리 아이가 해당 발달연령에 맞게 잘 자라고 있는지 점검해 보게 됩니다. 이때 행여나 조금이라도 발달 시기가 늦춰질까 하는 불안한 마음에 각종 육아 서적 및 텔레비전 육아 프로그램, 맘카페에 올라오는 육아 정보를 섭렵하는 부모님도 있습니다. 이렇듯 우리 아이가 ‘평균적인 발달’에서 뒤처지는 부분은 없는지 꼼꼼히 체크하는 부모님이 있는가 하면, ‘때가 되면 다 알아서 하겠지.’라며 한 걸음 물러나서 다소 방관자적인 태도를 취하는 부모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이의 발달과업과 관련해 앞의 두 부모님 유형 중 어떤 태도가 좀 더 바람직한 걸까요? 아이들의 발달은 큰 틀에서 보면 각 시기마다 어느 정도 달성해야 할 발달과업과 평균치라는 기준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자녀가 지금 어떤 발달 시기에 진입했는지, 평균 발달과정에서 어느 정도 수준인지 발달의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고 이해할 필요는 있습니다. 만약 또래 수준과 비교해 발달이 현저히 지체되거나 보통의 발달 양상과 다른 특이점을 보인다면 전문가의 개입이나 치료적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몇 개월 정도 조금 늦될 뿐 여느 또래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발달 양상을 보인다면 너무 걱정하며 조급해할 이유는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생후 2주부터 71개월까지의 영유아를 대상으로 영유아 건강검진을 무료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검진 항목은 신체 계측, 정서 발달, 구강 검진 등이며, 검진 전에 보호자가 아동의 발달과 관련해 운동, 인지, 언어, 사회성, 자조 영역에 대한 질문에 답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문진표 내용을 토대로 발달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담당 의사가 확인해서 검진 결과를 설명해 줍니다. 검사 결과, 발달 수준은 ‘양호’, ‘추적검사 요망’, ‘심화평가 권고’, ‘지속관리 필요’ 네 단계로 평가됩니다. 이처럼 영유아 자녀를 키우는 부모님이라면 국가에서 실시하는 영유아건강검진을 빼먹지 않고 잘 받기만 해도 우리 자녀의 발달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점검이 가능합니다.

그중 운동이나 사회성 발달 영역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없는데, 언어나 인지 영역에서 ‘추적검사 요망’ 혹은 ‘심화평가 권고’ 결과를 받게 된 부모님들 중에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며 크게 상심하고 갈피를 잡지 못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만약 담당 의사가 아동의 언어 능력이 심각하게 지체되어 있거나 전문적 치료가 필요한 수준이라고 명확하게 진단을 내린 경우라면,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아이의 전문적인 치료를 택합니다. 그러나 평균보다 좀 더디긴 하나 의사 입장에서도 판단이 애매한 경우는 좀 더 기다려 볼지, 아니면 전문적 치료를 받을지 선택은 부모의 몫으로 넘겨집니다. 이때부터 부모님들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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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느린 우리 아이, 과연 어떨 때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걸까요? 『아이의 언어능력』이라는 책에서는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자녀의 말이 느려서 걱정이신 부모님들이라면 이 기준을 참고해서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 전문적 치료가 필요한 아이

  • 말이 늦은 것뿐만 아니라 의사소통에도 적극적이지 않고 관심이 없다.
  • 옹알이 단계나 첫 낱말 수준에서부터 자음보다 모음 위주로 단어를 만들어 내는 경우가 많고, 옹알이 패턴이 단순한 편이다.
  • 놀이 수준이 또래보다 획일적이고 단순한 편이다.
  • 표현 언어와 이해 언어 모두 생활연령보다 현저히 낮다.
  • 오랜 시간 동안 언어적인 발전이 거의 없다.

 

§ 단순히 언어 발달이 지연된 아이

  • 말의 수준은 걱정스럽지만 의사소통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적절하다.
  • 말은 늦지만 놀이 수준이 또래보다 뒤떨어지지 않는다.
  • 이해하고 있는 어휘가 또래와 비슷하다.
  • 시간이 지나면서 언어적인 발전을 보인다.

 

우리 아이가 말이 느린 것뿐만 아니라, 의사소통에도 관심이 없고, 놀이 수준이 또래에 비해 뒤떨어지며, 오랫동안 언어 발달이 정체되어 있다면 마냥 기다리기보다 좀 더 전문적인 개입이 필요한 상황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관련 병원이나 언어치료 센터에 방문해 정밀한 검사나 전문적인 상담을 통해 언어치료 유무를 결정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반면에 말은 조금 느리지만 의사소통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고, 놀이 수준도 또래보다 뒤떨어지지 않으며, 더디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언어 능력이 발달해 나가는 모습이 보인다면 아이를 믿고 조금 더 기다려 주는 것도 괜찮습니다. 그런데 이때 ‘아이를 믿고 기다려 준다.’는 것이 그저 ‘때가 되면 알아서 잘하겠지.’ 하고 넋 놓고 기다리기만 하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동안 가정에서 자녀를 양육하면서 적절한 수준으로 아동과 충분히 상호작용하거나 언어 자극을 제공해 왔는지, 혹시 부족하거나 놓친 것은 없는지 점검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아이의 언어 발달과 관련해 가정에서 놓친 부분이 있거나 지금껏 언어 자극이 충분히 되지 않았다면, 이제부터는 그 빈 부분을 채워 나가기 위한 좀 더 적극적인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입니다. 

부모님들께서 가정에서 어떻게 아이의 언어 발달을 자극하며 도움을 주면 좋을지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다음 시간에 설명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서대문봄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이호선 원장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대문봄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한양대병원 외래교수, 한양대구리병원 임상강사
(전)성안드레아병원 진료과장, 구리시 치매안심센터 자문의, 저서 <가족의 심리학>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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