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사진_ freepik

 

아이들은 몸이 자라나는 만큼 언어도 함께 발달해 나갑니다. 세상에 갓 태어난 갓난아기들은 먼저 ‘울음’을 통해 자신의 탄생을 온 세상에 알립니다. 바로 울음이 세상과 처음으로 소통하는 표현 방식인 것이지요. 아기들은 이 울음을 통해 지금 당장 배가 고프다거나 기저귀가 불편하다는 등의 욕구나 불쾌감 등을 나타냅니다. 이때 양육자가 민감하게 아기의 불편감이나 욕구를 해결해 주면, 이제는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만족감과 상쾌함의 상태를 전해 옵니다. 이렇듯 신생아 때부터 아기들은 울음과 웃음을 통해 자신의 생리적·정서적 욕구와 요구에 대해 표현하면서 소통을 시작하는 것이죠. 

그리고 아이들이 성장함에 따라 의사소통 능력도 함께 발달하면서 표현 방식도 더 다양해지고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됩니다. 아이를 키워 본 부모님들이라면 아직 언어가 유창하지 않은 영유아 자녀가 보이는 다양한 표현에서 아이가 말하려고 하는 의미를 어느 정도 알아들을 수 있지만, 아이를 처음 키워 보는 부모님들에게는 아이와 좀 더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게 되기까지 좀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도 하죠. 또 이들마다 의사소통 방식이나 표현 방법에 있어서 차이가 있으므로, 아무리 아이를 키워 본 부모님이라 해도 둘째 아이나 셋째 아이의 표현 방식과 스타일을 이해하고 익숙해지기까지는 역시 관찰과 시간이 요구됩니다.

아이들과 원활히 의사소통하고 또 언어 발달이 잘 이루어지도록 하려면 먼저 아이들이 의사소통을 하려는 이유, 즉 의사소통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들은 소통을 통해 표현하고 싶은 것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아이들이 소통하려는 이유는 다양한데요, 즉 배고프거나 졸릴 때처럼 뭔가 지금 상태가 불편할 때, 또 이것들을 해결하고 싶거나 욕구를 충족하고 싶을 때, 무언가에 대해 거부 의사를 표시하고자 할 때, 사람들에게 반응하려 할 때, 기분이 좋을 때, 관심을 받고 싶을 때 등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럴 때 아이들은 울음, 짜증, 소리 지르기, 대상이나 사람 바라보기 혹은 가리키기, 표정 짓기, 소리 내기, 잡기, 단어 흉내 내기 혹은 단어나 신호 사용하기 등 다양한 형태로 표현합니다. 

따라서 아이들의 의도를 알아채고 적절히 반응해 주면서 잘 소통하기 위해서는, 우리 아이가 어떤 의도를 어떠한 방식으로 나타내려고 하는지 주의 깊은 관찰과 기다림이 요구되는데요, 이렇게 아이들도 자신들의 의사 표현에 적절히 반응해 주고, 잘 이해받는 경험이 축적될수록 더 많은 의사소통 욕구를 키워 가고, 그 능력도 향상될 수 있기 때문이죠.

 

사진_ freepik
사진_ freepik

 

그런데 아이들이 처음 서툰 문장을 발화할 수 있을 때까지 의사소통은 각각의 단계를 거치면서 발달되는데요, 아이와 잘 소통하고 싶거나 언어 발달을 돕고자 분들께서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1. 반사적 반응 단계

이 단계는 의사소통 발달의 가장 초기 단계로서 감정을 느끼거나 자기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나 현재 기분에 따라 반응을 보이지만, 목적을 가진 의사소통은 하지 않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얼굴 표정이나 몸동작, 목소리 등으로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데, 같은 울음이라도 처음과 달리 배고플 때나 졸릴 때의 소리가 조금씩 달라집니다.

이 단계의 아이들은 사람들의 목소리나 주변 대상들에 관심과 흥미를 보이곤 하는데, 이때 집중해서 보거나 웃거나 소리를 내서 그러한 의사를 나타냅니다. 그러다가 주변을 좀 더 탐색하기 위해 사람이나 물건을 잡으려 하거나 대상을 향해 몸을 움직이는데, 이때가 부모가 아이가 무엇에 관심 있어 하는지 관찰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일종의 음성 놀이인 옹알이를 통해 소리의 재미를 느끼기도 하는데, 이때 부모님이나 주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반응해 줌으로써 말소리를 듣고 흉내 내는 과정에서 다양한 소리로 발달해 갑니다. 아이가 부모님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자꾸만 바라보거나 웃는다면, 부모님과의 소통을 즐거워하고 있다는 뜻이니 충분히 교감하며 반응해 주세요.

아이는 이 단계에서 사람들의 말뜻을 아직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일상에서 반복되는 일들이나 익숙한 상황에 대해서는 예측할 수 있거나 기대하는 반응을 보인다는 것을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2. 관심 표시 단계

이 단계에서는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필요한 의사 표현을 할 수도 있는데, 아직 말로 하지는 않습니다. 아이들은 이 시기에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부모와 눈 맞춤을 하며 소리를 내거나 제스처를 취하고, 자신의 관심사에 대해 주의를 끌거나 대상을 직접 가리키고, 상대를 잡아끌고, 자신만의 특정한 제스처를 만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때는 자신의 요구에 흡족한 답변을 얻을 때까지 계속해서 어떤 식으로든 의사를 표현합니다.

이 발달단계에서 특히 중요한 진전은 사람과 물건에 동시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상대에게 자신이 관심 있어 하는 세계로 초대할 수 있는 표현 능력이 생긴다는 점입니다. 또 아이는 일상생활에서 반복해서 듣는 간단한 단어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데요, 이로써 의사소통 능력이 한 단계 더 높아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진_ freepik
사진_ freepik

 

3. 초기 언어 단계

초기 언어 단계는 처음으로 의미 있는 말을 할 수 있게 되는 단계로, 한 단어나 신호 혹은 그림을 사용해 소통합니다. 단어를 말하면서 자신의 의사를 더 잘 표현하기 위해 그에 맞는 얼굴 표정이나 제스처 등도 함께 사용하는데요, 이때는 한 단어를 그와 유사한 다른 말들을 대체해서 쓰거나 문장 전체의 의미를 표현하는 데 쓰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맘마’이라는 한 단어를 통해서 다른 먹을 것들을 함께 포함한 의미로 사용하거나 ‘맘맘가 먹고 싶다.’는 뜻을 나타낼 수도 있습니다. 당시의 상황이나 전후 맥락, 아이의 표정이나 어조 등을 참고하면 아이의 의사를 더 잘 파악할 수 있습니다.

 

4. 서툰 문장 단계

아이가 약 50여 개 정도의 단어를 자주 사용하게 되면서 “맘마 더.”, “아빠 좋아.”처럼 단어 조합을 만들기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단어 조합만으로는 아직 아이가 정확히 어떤 말을 하려는지 정확히 전달되지 않을 때가 많으며, 여러 정황이나 아이의 다른 신호 등 또 다른 단서를 필요로 하기도 합니다.

반면에 이전보다 소통할 때 제스처의 사용은 줄어드는 경향을 보입니다. 또 쉬운 질문이나 간단한 내용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이렇듯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두 단어를 조합해 이야기할 수 있을 때까지 각각의 발달단계를 거치며 언어 소통 능력이 발달해 갑니다. 그러나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보이는 아이들의 경우, 각 단계의 발달 시기가 좀 더 늦어질 수도 있는데요, 아이가 성공적인 소통 경험을 더 많이 할 수 있도록 곁에서 적극적으로 반응해 주고 격려해 준다면, 조금 느리더라도 소통의 기쁨을 느끼는 아는 사람으로 성장해 나갈 것입니다.

 

서대문봄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이호선 원장

 

----------

§ 참고문헌

박혜원 역(2020). 말이 늦은 아이를 위한 부모 가이드. 수오서재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대문봄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한양대병원 외래교수, 한양대구리병원 임상강사
(전)성안드레아병원 진료과장, 구리시 치매안심센터 자문의, 저서 <가족의 심리학> 출간
전문의 홈 가기
  • 애독자 응원 한 마디
  • "매번 감사합니다. 정말 공감되는 글입니다. "
    "너무 좋은 글이라는 걸 느끼고 담아갑니다. "
    "이런 글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듭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