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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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혹시 T야?’ 요즘 인터넷 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밈으로, MBTI에서 파생된 말입니다. E/I, S/N, F/T, P/J 유형에서 상대적으로 이성적 사고가 높은 T에 해당하는지를 묻는 말로, 특정 상황에서 상대에게 공감이나 위로와 같은 따뜻한 말을 원하나 공감을 해주지 않고 사실 관계 파악에만 힘쓰는 사람에게 쓰는 말입니다.

여기서 사용되는 밈은 장난 삼아 주변 사람들에게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투정부리는 느낌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감정과 이성 중 어느 하나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의 유무는 개인의 특성이라 간주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감 능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경우 자신의 감정 상태에 공감하고, 타인에 대한 정서적 적응 능력과 높은 통찰력을 가지게 되기 때문에 감성 지능인 EQ가 높은 것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EQ가 높으면 타인의 행동에 감사할 줄 알고, 사려 깊고, 공감 능력이 뛰어나 친밀한 관계 내에서 일관되게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보통 어린 시절 부모와 안정적 애착 관계를 형성한 아이들의 경우 자신의 행동에 공감하고 반응하는 양육자의 돌봄을 받으면서 자라나기 때문에 책임감을 경험할 수 있고, 부모와의 평등하고 배려 있는 대화를 통해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단,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무조건적으로 수용적인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는 사실입니다.

아이를 훈육할 타이밍을 놓치게 되면, 스스로가 피해자인 것처럼 연기를 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부모를 조종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어떠한 행동을 하더라도 책임지지 않고 처벌받지 않는다는 느낌은 본인 스스로가 특별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느끼게 만들어 부모를 제외한 대상과의 관계에서도 동일한 행동을 하여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이러한 상황을 마주치게 된다면, 아이의 기대에 부합하여 행동하지 않고 부모와 아이가 함께 불편한 상황을 겪으며 공감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를 비난하지 않고 제대로 공감하면서 훈육을 진행하는 것이지요.

아이의 감정을 존중해 충분한 공감을 해 주면서 방향을 설정해 주고, 아이의 행동 중 아쉬웠던 부분을 고쳐 주면서 문제를 해결하면 아이는 격려받고 있다는 생각에 안심할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대화를 하게 되면, 아이는 자신이 마주치는 상황들에 대해 쉽게 이해하고, 외로움을 덜 느끼며, 정서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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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어린 시절 부모와의 경험을 통해 높은 감성 지능을 보유할 수 있지만, ‘이미 그때를 놓쳤으니 나의 공감 능력을 높일 수 없어.’라는 생각으로 실망할 필요는 없어요. 여러 학자들에 따르면 EQ는 평생 높일 수 있으며,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상황에서 자신이 무엇을 생각하고, 느끼고, 원하는지를 알아 가는 것입니다.

각 상황 속에서 자신의 감정을 보다 잘 이해하게 되면, 관리하는 것 역시 수월해질 수 있고, 이로 인해 갑작스러운 감정의 변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영향들을 최소화할 수도 있습니다. 이외에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도 제대로 된 이해를 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러한 것들은 타인이 주는 피드백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스로 본인이 타인의 말을 경청하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이 볼 때는 그렇지 않았더라면 어떠한 부분에서 인식의 차이가 발생했는지를 파악해 보세요. 우리 모두 F가 될 필요는 없지만 상대가 상처받지 않도록 공감해 주려는 태도를 가지면 좋겠습니다. 

 

서대문봄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이호선 원장

[참고문헌] 조안나 요크(2022). EQ: ‘감성 지능’이 리더들에게 각광받는 이유.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대문봄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한양대병원 외래교수, 한양대구리병원 임상강사
(전)성안드레아병원 진료과장, 구리시 치매안심센터 자문의, 저서 <가족의 심리학>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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