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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늦는 아이, 혹시 자폐 증상일까?
이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9.11.13 06:01

[정신의학신문 :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우리 아이가 말이 조금 늦는데...’ 하는 고민으로 찾아오는 부모님들이 많이 계시나요?

A. 꽤 많죠. 특히 만으로 두 돌, 세 돌 어린아이들이 초진이라고 하면 ‘애가 말이 늦어서 왔어요’라고 말씀하시겠구나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Q. 보통 몇 세 정도에 병원에 오나요?

A. 예전에는 아이가 세 돌, 네 돌 돼서 많이 오셨는데요. 요새는 예전보다 영유아 발달 검진이 잘 이루어지고 있어서인지 두 돌, 세 돌 쯤의 더 어린아이들이 많이 오고 있는 거 같아요.

 

Q. 보통 아이가 말을 좀 시작하고 잘하려면 몇 세 정도 돼야 하나요?

A. 보통 돌 때 첫 단어가 나온다고 말하고요. 두 돌 때 두 단어 문장 “물 줘”, “밥 줘” 등이 나온다고 해요. 돌 때 첫 단어가 나온다고 하니 어머님들이 우리 아이는 언제 말할까 기다리시죠. 그러다 15개월쯤 되면 ‘다른 애들은 나왔다는데 우리 아이들은 언제 나오지?’ ‘우리 아이는 왜 말을 못 하지?’ 하시고, 18개월쯤 됐는데 아이가 말을 안 하면 그때부터 슬금슬금 걱정하시는 거 같아요. 그러다가 발달 검사를 하고 언어발달 상태에 대해 듣게 되면 ‘소아정신과를 가야 하나?’ ‘어디 발달 센터를 가야 하나’ 그때쯤 고민을 시작하시는 것 같아요.

 

Q. 그러면 진료실에 말이 좀 늦는 거 같다고 찾아오는 2~3살 아이를 처음 보면 어떤 것에 가장 중점을 두고 평가를 하시나요?

A. 우선 언어발달 지연이 뚜렷하게 있는지부터 확인하거든요. 발달을 분류하면 걷고 뛰는 등의 운동 발달 부분도 있고, 손가락 움직임과 같은 미세 운동 발달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속도의 격차가 특히 큰 영역이 언어발달이에요. 어머님들이 ‘언어가 좀 늦어서 왔어요.’라고 이야기했을 때 정말 유의미하게 늦는 건지 살펴봅니다. 유의미한 언어발달이란 1년 이상 지연됐을 때를 말합니다.

 

Q. 1년이요? 기준이 어떻게 되죠?

A. 예를 들어 2세 아이인데 아직 첫 단어가 나오지 않으면 1년 이상 늦어진 게 분명하죠. 그리고 아이가 3세쯤 되면 두 단어 문장이 되는지, “물 줘”,“밥 줘”가 나오지 않는다면 늦었다고 볼 수 있어요. 

그리고 수행언어 발달도 중요한 부분이거든요. 이 부분은 구체적인 언어 평가가 이루어져야 해요. 그래서 어머님들이 오시면 첫 단어가 나왔는지, 그게 돌 때 나왔는지 좀 늦게 나왔는지, 지금 아이 나이가 몇 개월인데 두 돌 때 어떤 양상이 나왔는지 등을 판단해서 대략 6개월에서 12개월 이상 벌어져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죠.

그다음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청력이에요. 그래도 요새는 어머님들이 이미 이비인후과를 들렀다 오시는 경우가 많아 청력에 거의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오시죠.

그다음 파악해야 할 부분은 진단이 분명하게 되고 무엇보다 빠른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있는지. 그런 질환 중에 가장 중요한 질환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입니다.

 

Q. 자폐 스펙트럼이란 어떤 질환인가요?

A. 아마 자폐증이라는 얘기는 많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예전에는 자폐증, 아스퍼거 증후군 등 몇 개의 질환으로 나누어서 전반적 발달지연이라는 표현을 썼는데요. 최근 정신의학 진단 편람이 좀 바뀌어 가면서 자폐증, 아스퍼거 등을 구분하는 게 의미가 없고, 비슷한 계열의 문제이기 때문에 비슷한 치료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추세입니다. 사회적 의사소통의 지연이 있고, 그러면서 제한된 관심사, 특정적인 것에 꽂힌다든지 반복되는 상동 행동의 특성을 보이는 아이들을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고 표현하고, 경하고 중한 증상을 구분하지 말고 스펙트럼이라고 표현하자고 해서 그렇게 말하고 있어요.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사회적 의사소통의 발달에서 어려움을 보이는 건데, 이런 아이들은 빠른 개입이 예후에 있어 굉장히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거든요. 그래서 병원에 오셨을 때 최대한 진단을 빠르고 정확하게 해서 올바른 치료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부분이 가장 중요합니다. 언어발달 지연이 있게 되면 혹시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지, 그 부분을 염두에 둬야 할지 하는 부분을 중점으로 아이를 보고 어머님을 면담하게 되죠.

 

사진_픽셀

 

Q. 아이가 말만 늦는 게 아니라 혹시 자폐증이 아닌지 고민하는 분들이 많을 거 같아요. 확실히 그 두 개는 다르다는 건가요?

A. 자폐 스펙트럼은 사회적 의사소통 장애예요. 그래서 예전에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아니라 첫 번째로 사회적 의사소통 상호작용의 장애, 두 번째로 언어발달의 지연, 세 번째로 제한된 관심사 반복적인 상동 행동을 넣고 언어의 결핍을 반드시 넣었거든요. 그런데 이제 언어의 결핍 여부는 사회적 의사소통의 장애로 인한 부수적인 현상이고, 이런 사회적 의사소통의 결여를 보이는 아이 중에 한 60%만 언어발달 지연을 보인다고 알려져 있어요. 그래서 그 부분은 빠졌어요.

 

Q. 그러면 언어발달 지연만 나타날 수도 있는 건가요? 다른 건 다 정상인데 말만 느릴 수 있는 건가요?

A. 그럼요. 저희가 그걸 언어발달 장애, 언어장애라고 하고, 그중 가장 경한 장애는 표현언어만 발달지연인 경우가 있어요. 예를 들어 할머니들을 보면 “남자는 원래 말이 좀 느려. 세 돌 넘으면 트여.” 이런 말씀 하시면서 기다리면 트인다고 하는 경우, 주위에서 흔히 보는 경우거든요. 그래서 표현성 언어발달 장애라고 표현을 하고요. 그런 경우는 적극적인 개입 없이 자발적으로 호전되는 경우도 있어요. 물론 언어발달을 저해하는 요소는 없는지 말씀을 드리고 관련된 교육을 하죠.

 

Q. 언어발달 지연이 오는 게 환경적인 부분만 있는 건가요?

A. 환경만으로 모든 걸 설명할 순 없다고 알려져 있어요. 저희가 크게 유전, 환경, 상호작용 이야기하잖아요. 할머니들이 ‘네 아빠도 말 늦었어.’ 이렇게 말씀하시잖아요. 그런 걸 보면 유전적인 부분이 아이가 언어발달에 있어서 취약성을 가지고 있을 거고요. 거기에 환경적인 자극이 부족할 때 더 심하게 나타난다고 볼 수 있어요.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환경적인 요소보다 기질적, 생물학적인 요소들의 영향이 훨씬 크다고 알려져 있어요. 그런데 아이들을 치료할 때 생물학적인 요소를 건드릴 수는 없거든요. 그래서 어떤 것이 중점인지 하는 문제는 질환마다 차이가 있지만 결국 두 가지가 상호작용한다고 하는 게 맞아요.

 

Q. 그러면 구체적으로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A.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서 사회적 의사소통에 지연이 있는 경우에는 단순히 말을 가르치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적 상호작용을 시작하는 비언어적인 의사소통 행동기술들을 가르쳐 주는 것이 키(key)예요. 그런데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아닌 표현언어 발달이 있는 아이들은 그 부분이 정상인 아이들이니까 굳이 가르쳐줄 필요가 없는 거죠.

어쨌든 발달지연을 보이는 아이들의 접근하는 점에 있어서 공통적인 부분은 아이가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를 정확히 알아서 그 부분을 잘 끌어올려 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겁니다. 그 부분은 표현언어 장애든 자폐 스펙트럼 장애든 지적 장애의 아이이건 똑같은 원리예요.

 

Q. 혹시 약물을 사용해서 치료하기도 하나요?

A. 아직 사회적 상호작용이나 의사소통의 지연을 약물로 조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 입증된 부분이 없어서 임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약은 없어요. 그런데 자폐 스펙트럼 장애아이들 일부에서 여러 가지 동반 증상들이 있게 되거든요. 행동의 문제나 충동성의 문제나 주력의 문제, 그리고 이제 좀 나이가 들면 아이들 우울증이나 다른 정서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그런 동반 증상이 분명하고 약물로 치료될 수 있다고 하면 그에 대해서는 약물치료를 하죠.

 

Q. 그러면 언어발달 지연 장애에 대해서 어머님들이 오해하고 계신 부분들이 있을까요?

A.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서 보호자들이 많이 말씀하시는 게 아이가 분명 돌 때까지는 말을 했다는 거예요. 그런데 오히려 8개월, 10개월에 첫 단어가 나오고 그다음에 진척이 없어요. 그래서 첫 단어가 나왔으니까 그다음을 두 돌, 세 돌이 될 때까지 지켜보시는 경우가 있어요.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서 일찍 발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있는데, 발달 특성상 돌 때까지는 정상발달을 보이다가 돌 이후로 지연이 뚜렷해지는 경우도 중요 요소라고 이야기해요. 돌 때까지는 괜찮았으니까 하는 마음으로 너무 기다리지 마시고 일찍 방문하셔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으셨으면 좋겠다는 게 저의 의견입니다.

 

Q. 비언어적인 의사소통을 평가하는 몇 가지 포인트가 있다면요?

A. 말씀드린 것처럼, 언어발달 지연이 있을 때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지 아닌지를 보는 키(key)는 사회적 상호작용이에요. 그래서 저는 엄마랑 아이랑 진료실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아이의 눈을 봐요. 아이가 어디를 바라보는지, 그리고 아이 이름을 부를 때 아이가 엄마를 보고 눈 맞춤을 하는지. 저희는 ‘호명 반응’이라고 하거든요. 눈 맞춤이 굉장히 중요해서 18개월에서 24개월 이전까지 특히 돌 전에, 엄마가 이름을 불렀을 때 호명 반응이 적었다는 부분이 사회적 상호작용에서의 비언어적인 특성 중의 하나이고요.

그러고 나서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 할 게 ‘시선의 이동’이에요. 합동 주시라고 하는데, 저 사람이 나를 보다가 다른 데를 보면 저 사람이 무엇을 보는지가 관심거리가 되어 그게 뭔지 자연스럽게 따라 보게 돼요. 이게 18개월 시점에 있는지 없는지가 그 이후 사회적인 사회작용이 증가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초석이라고 말하거든요. 자폐 스펙트럼 장애 아이들의 특징 중 하나는 시선을 활용해서 내가 원하는 요구를 표현하는 걸 못해요.

 

Q. 인간에게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군요?

A. 너무 당연한 건데, 그런 부분이 사회적 상호작용 발달 초반에 나타나야 하고 중요한 시작점이라고 하거든요. 그래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아이들을 치료하게 되면 그것부터 시작해요. 눈을 따라 보게 해서 연습시키는 것.

 

Q. 그럼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효과가 있나요?

A. 제가 어머님들에게 설명해드리는 말씀은, 모국어를 배우는 건 이걸 어떻게 배우지 고민 안 하고 들리는 대로 배우잖아요. 그런데 영어를 배울 땐 우리가 어린 시절에 배우는 게 아니라 학생 때부터 영어를 배우니까 그때부터 문법 공부를 시작하고 과외를 시작하잖아요. 그런 것처럼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 아이들은 사회적인 상호작용의 발달 기술들이 보통의 환경적인 자극만으로는 자발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거예요. 그러면 저희가 영어를 배우듯이, 그 부분을 잘 가르쳐 주는 선생님이 아이를 붙잡고 어머님이 전폭적으로 지원을 하면 늦지만 배울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해요. 그런데 그 후 또래랑 비교했을 때 동일한 수준까지 올라갈지, 계속 차이가 남을지는 노력해보자고 설명드리죠.

 

Q. 그렇군요. 아이가 말이 늦어서 고민하시는 분들은 훈련을 통해 어느 정도 발달시킬 수 있다고 하니 다행이네요.

 

이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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