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영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리 아이는 TV 광고를 무척 좋아해요. 두 돌이 지났는데도 말하기가 늦어서 혹 자폐증이 아닌가 걱정이 됩니다."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이렇게 물어오는 엄마들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말이 늦은 이유는 무엇이고, 이때 부모가 말을 잘할 수 있게 돕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말을 배울 준비를 하고 태어납니다. 아기 때 하는 옹알이는 말하기 연습으로, 말하기를 준비하는 과정입니다.

생후 6,7개월이 지나면 ‘마마’, ‘다다’ 하고 음절을 흉내 내면서 본격적으로 모국어를 배울 준비를 합니다.

 

돌이 지나면 어른들의 억양을 흉내 내면서 두 단어를 연결해서 짧은 문장을 옹알거릴 수 있게 됩니다.

두 돌이 지나면 엄마의 말을 어느 정도 알아듣고, 대꾸도 하며 여러 단어를 연결하여 자신의 의사표현도 합니다.

세 돌이 지나면 보통 아이들은 자신의 의사를 충분히 말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정해진 순서대로 말을 하게 되는 게 정상일까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75%의 아이들은 대략 정상적인 언어발달을 보이지만 나머지 25%의 아이들은 또래에 비해 말하기가 늦어집니다.

하지만 아이가 말이 늦어도 말귀를 잘 알아듣고 손짓이나 몸짓으로 의사표시를 할 수 있다면 말하기만 늦은 것으로 크게 걱정할 문제는 아닙니다.

 

사진_픽셀

 

♦ 말하기가 늦은 아이들

아이가 말이 늦은 경우에는 단순히 말만 늦은 것인지, 아니면 청력 이상이나 자폐증과 같은 다른 문제를 같이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말하기가 늦어도 어떤 식으로든 의사소통이 되면 내면적으로 아이는 언어 습득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말에도 반응이 없거나, 아주 간단한 질문이나 지시 따르기가 잘 안되고 사람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다른 의사소통장애가 있는지도 알아보아야 합니다.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서는 부지런한 거북이가 게으른 토끼를 이깁니다.

우리 아이가 말이 늦다 하더라도 몇 년 뒤에는 모든 면에서 뛰어난 아이로 자라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말이 늦다고 처음부터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들은 보통 돌 전후로 말하기를 시작합니다.

아이가 자라면서 ‘엄마’, ‘아빠’ 하고 불러주면 부모는 뿌듯한 마음으로 아이의 말에 대꾸를 해줍니다.

이렇게 아이의 언어발달은 부모와 사랑이 오가는 친밀한 상호작용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아기가 ‘우’ 하면 엄마는 본능적으로 ‘우리 아기 우유 먹을까’ 하면서 적극적으로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부모들은 본능적으로 아이에게 말을 많이 시키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아이가 말을 하고 싶은 마음을 자라도록 하는 것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아이가 커가면서 또래보다 말하기가 늦어진다면 부모 입장에서 걱정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말하기가 늦는다고 다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우리 아기가 말하기가 늦다면 무엇이 원인인지 분명하게 찾아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말하기가 늦어서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부모는 아이에게 언어발달을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 아이의 언어 반응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야 합니다.

생후 3년 동안의 경험이 아이의 언어발달을 좌우합니다.

아이를 얼러주거나 의미 없는 옹알이에도 적극적으로 대꾸해 주는 것이 아기의 언어발달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사실입니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말을 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아기가 말을 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은 영어나 한국어나 모두 같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어느 나라에 태어나 자라든지 지능과 상관없이 3세경에는 모국어를 배우고 유창하게 말할 수 있게 됩니다.

 

사람은 언어 소프트웨어를 천부적으로 가지고 태어납니다.

언어학자들에 의하면 언어란 사람의 생물학적 구조의 일부분으로 일종의 본능입니다.

이런 본능적인 능력이 퇴보하지 않으려면 생후 3년 간의 주위 환경과 초기 경험이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엄마가 우울해서 아이에게 충분히 자극을 주지 못하거나 할머니가 아이를 돌보면서 아이가 말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과잉보호한다면 아이의 정상적인 언어발달 기회를 뺏는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항상 아이에게 말을 많이 시키고, 이야기를 들려주고, 아이의 말을 끝까지 재미있게 들어주어서 말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자라도록 해야 합니다.

아기를 안아주면서 이야기를 들려주고 동화책을 함께 읽는 것은 아이의 두뇌발달과 정서발달에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사진_픽셀

 

♦ 아이의 말이 늦게 되는 이유

말을 잘하지 못한다고 하는 경우도 자세히 보면 증세가 천차만별인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흔한 경우는 말귀를 알아들으면서도 또래에 비해 말이 술술 나오지 않는 경우입니다.

이럴 땐 부모가 말을 많이 들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친구들과 많이 어울리게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말을 하지 못하다가 놀이방에 가서 또래들이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고 말을 배우게 되는 경우도 흔한 일입니다.

 

발음이 분명하지 않아 알아듣기 어렵거나 발음을 잘못하는 경우가 많아 친구들에게 웃음거리가 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혀 짧은 소리를 내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이 경우엔 혀의 이상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혀와 입바닥을 연결하는 점막이 짧은 경우엔 ‘설소대단축증’이라고 합니다.

이런 경우엔 우선 이비인후과에서 수술치료를 받고 이어서 언어치료를 함께 받아야 합니다.

그동안 혀가 굳어 있어 수술치료만으로 발음이 좋아지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동생이 태어났거나 몸이 아프면 어리광 섞인 목소리로 아기처럼 말하는 ‘베이비 토킹’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일시적인 퇴행 현상으로 잠시 아기로 돌아가고 싶다는 표현입니다.

이때는 부모가 무관심하게 대하고, 의젓한 행동을 보일 때 관심과 칭찬으로 격려하면 아기처럼 말하는 버릇은 쉽게 사라지게 됩니다.

 

♦ 말을 더듬는 아이들

보통 아기들도 기분에 따라 ‘어어-엄마’하면서 말을 더듬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번 시작된 말더듬이 버릇이 되어 계속되거나 심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대개 첫마디를 반복하면서 말을 더듬지만 진행되면 말하는 도중에도 더듬게 되고, 또 말을 더듬지 않으려고 애를 쓰다 보니 손으로 책상 위를 치거나 발길질을 하면서 말하는 버릇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병적인 말 더듬기'가 아닌가 의심해 보아야 합니다.

 

이런 경우 부모는 말을 더듬는 아이에게 빨리 말하기를 재촉하거나 말을 더듬지 말라고 혼내게 되는데, 이런 경우 아이는 두려움 때문에 더 많이 더듬게 됩니다.

긴장하게 되면 누구나 말을 더듬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심리적인 스트레스나 일시적인 불안으로 말을 더듬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부모는 천천히 말하기의 모범을 보이면서, 아이 말을 열심히 듣고, 부드럽게 천천히 말하면서 대꾸해 주어야 합니다.

아이가 말을 더듬기 때문에 의사표현이 제대로 되지 않아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면 다른 정서적인 문제와 함께 학습에도 지장이 생기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사진_픽사베이

 

♦ 말 잘하게 하는 엄마의 말

1. 함께 신나게 놀면서 대화하기

신체놀이가 더해진 대화를 해야 합니다.

아이 혼자서 TV나 스마트 폰으로 영상물만 보게 하고 부모와 대화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은 말하기가 늦은 아이들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2. 신체부위를 직접 만지면서 이름 대기

‘코코코’, ‘입입입’하면서 신체부위 이름 대기를 스킨십과 함께 합니다.

‘쭉쭉’하면서 몸을 만지는 놀이도 함께합니다.

 

3. 말보다 의성어 의태어를 먼저 가르치기

어려운 말을 하기 전에 ‘멍멍’ ‘꿀꿀’ ‘반짝반짝’ 등 의성어, 의태어를 먼저 가르치고 아이들이 재미있게 따라 하도록 합니다.

 

4. 같이 노래 부르기

엄마와 같이 단순한 율동으로 춤추고, 노래도 하는 것은 기분 좋은 언어 자극입니다.

 

5. 아이의 말을 그대로 따라 하면서 길게 늘이기

아이가 하는 말을 그대로 따라한 후에 엄마가 몇 마디 살을 붙여 언어 표현이 다양해지도록 도와줍니다.

 

 

김영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동소아정신과 원장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및 대학원 졸업, 신경과 정신과전문의
미국 유타주 PCMC 및 유타주립대 소아정신과 연수 (1988~1991)
서울대학교 병원 소아정신과 전임의 수료 (1992), 소아 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자격 취득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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