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영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성교육은 유아기에 시작해야 합니다

 

“우리 아이에게 언제부터 성교육을 해야 하나요? 사춘기가 시작된 후에 성교육을 하면 늦다고 하던데...” 성교육에 관심이 있는 부모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입니다.

 

“쑥스럽게 그런 소리를 어떻게 해요. 어렸을 때 나도 들어본 적이 없는데...” 성과 관련한 대화를 아이들과 해본 일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부분 부모들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어린 시절 성교육에 대해 듣지 못하고 자란 부모들이 자녀와 성에 대해 대화하는 것은 무척 어색하고 곤란한 일이라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어려움을 느낍니다.

 

그럼 성교육은 몇 살에 시작해야 할까요? 성교육을 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4-5세경입니다. 이 시기 유아들은 자신의 신체에 눈뜨고 성적 발달을 시작하기 하고, 성적 호기심으로 끊임없이 성과 관련된 질문도 가장 많이 던집니다. “엄마 나는 어디서 나왔어?” “아기는 어떻게 생기는 거야?” “나는 왜 고추가 없어?” 4-5세가 되면 아이들은 부모에게 이런 질문을 합니다. “별걸 다 물어보네. 나중에 크면 다 알게 돼”라고 회피하거나 “다리 밑에서 주워 왔지”라고 얼버무리면 자신의 성적인 호기심이 뭔가 잘못된 것이라 여기고 성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될 수도 있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성교육은 5세부터 시작한다

 

몇 년 전 유네스코(국제교육과학문화기구)에서 ‘조기성교육 지침서’가 발간되었습니다. 이 보고서는 어린이를 5~8세, 9~12세, 12~15세, 15~19세 4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각 나이에 적합한 성교육 가이드라인을 제공했습니다. 5세가 되면 이미 성적인 발달이 충분하며 아이들은 자신의 신체부위에 대한 정확한 이름을 알아야 하고 부모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성기를 만지며 즐기는 행위가 자위행위고, 성기를 만질 때 쾌감을 느낄 수 있다”라고 말해 줄 필요도 있다고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성교육은 5세부터 시작되어야 하는데 그 이유는 사춘기가 되기 전부터 자신의 성 충동을 잘 다루어 성범죄, 십 대 임신, 성병 감염으로부터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충분한 사전 지식을 갖고 성에 접근할 수 있도록 미리 지도해야 하며 조기에, 그리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성교육이 필요하다는 취지입니다.

 

반면 전 세계 부모들은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유네스코 권고를 따라 너무 일찍 성을 가르치면 오히려 성경험을 더 빨리 하도록 부추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우리나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의하면 가정에서 성교육을 받았다고 대답한 학생들은 2.7%에 불과했고 부모와 성에 대해 이야기 한 경험이 있다고 한 학생들은 15%에 불과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부모 입장에서 성교육하기가 어색하기 때문입니다. 부모들 입장에서는 성교육의 중요성을 실감한다고 해도 막상 성교육을 시키려고 하면 쑥스럽고 당황되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망설여집니다.

 

사진_픽사베이

 

하지만 성교육은 유네스코의 권고대로 아주 어릴 때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유치원 때부터 남녀의 차이를 가르쳐야 합니다. 이성 형제가 없이 자란 경우에는 남녀의 신체 차이를 잘 알지 못해서 유치원에서 여자 친구의 치마를 들추어 보거나 일부러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 보는 행동을 합니다.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하려면 집과 유치원에서 남녀의 신체 차이를 책으로 보여주고 가르쳐야 합니다. '엄마 나는 어디서 태어났지? 어떻게 만들어 진거야?’라는 질문을 하게 되면 아이의 나이와 이해 수준에 맞게 설명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아기가 태어나는 과정을 보여주는 책이나 TV에 나오는 동물의 짝짓기를 예를 드는 것도 좋은 성교육입니다. 언젠가 다 알 텐데 왜 미리 가르쳐야 하나 하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그러면 어린이 성교육은 어떻게 시켜야 할까요? 성교육 분야에서 세계 최고란 평가를 받는 북유럽의 이른바 “스칸디 대디” 스타일의 성교육을 참고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타이거 맘은 잊어라. 스칸디 대디(북유럽 아빠)가 대세다. (forget tiger mom, here comes the scandi dad)” 더 타임즈 지는 북유럽의 성공적인 자녀교육 비법인 ‘자녀교육 10가지 황금률’을 소개했습니다.

타이거 맘과 울프 대디는 공부에만 관심 가지고 전인적 교육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지적하고 성교육 기본을 6세 유치원 때 시작하라고 했습니다.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자상한 아빠인 스칸디 대디는 ‘성에 대해 개방적인 태도를 가져라(be open about sex).’고 가르칩니다, 스칸디 대디는 아이들에게 성교육 책을 매일 한 장씩 읽어주는 자상한 아빠입니다.

덴마크, 스웨덴 같은 북유럽 국가에서는 6세부터 성교육을 시작하고 15세가 되면 피임교육을 의무적으로 합니다. 핀란드에서는 15세가 되면 콘돔이 들어있는 ‘성교육용 선물꾸러미’를 국가에서 자동으로 받는데 그 결과 십 대 임신율은 세계 최저입니다.

 

사진_픽사베이

 

유아기의 자위행위

 

수심이 가득한 표정의 부모와 함께 진료실에 들어온 A는 아직 말을 잘하지 못하지만 말귀를 잘 알아듣고 자기주장도 강한 2살짜리 여자아이였습니다. 그런데 A는 아빠가 출근하고 난 후 엄마와 둘이 있는 동안 하루 종일 자위행위를 한다고 했습니다. 보기에 민망할 정도로 열중하고 아무리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려고 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이 사례와 같이 유아기 아기들도 자위행위에 집착할 수 있으며 이때 부모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하는 것이 바로 성교육의 시작입니다. 못하게 야단만 쳐서는 고쳐지지 않습니다.

유아기 아동의 가장 흔한 성행위는 자위입니다. 한 조사에서는 1/3 이상의 여자아이와 2/3 이상 남자아이가 사춘기 이전에 자위 경험을 했다고 했습니다. 자위에 몰두했던 A도 엄마가 우울증에서 회복되어 아이와 즐겁게 놀아주면서 다른 놀이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 유아들이 자위행위를 하는 이유는 사춘기 이후의 자위행위와는 다릅니다. 신체 다른 부위보다 예민하기 때문에 우연히 호기심으로 만지게 되어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아기 때부터 집에서 올바른 성교육을 하는 것은 아이들이 자라서 건강한 성문화를 가질 수 있게 하는 지름길입니다. 성에 대한 학습은 일상생활 속에서 부모와 친구들을 통해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아이가 호기심으로 “나는 왜 고추가 없어? 왜 나는 앉아서 오줌을 누고 오빠는 서서 눠?”라고 질문할 때는 남녀의 생식기 차이 알려주어야 합니다. “너도 그런 것 달고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답한다면 여자아이는 남근 선망을 가지고 여성성에 열등감을 느끼게 됩니다. 대신 “여자 몸속 에는 아기집이 있지만 남자에게는 없단다”라고 하고 신체적인 차이가 열등한 것이 아니란 것도 일러주어야 합니다.

 

“그런 짓 하면 고추 떨어진다”, “여자는 얌전해야 한다”등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심어주는 언행도 삼가야 합니다. 부모들이 아이의 성 정체성에 대해 항상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것도 중요한 성교육입니다.

 

 

김영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동소아정신과 원장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및 대학원 졸업, 신경과 정신과전문의
미국 유타주 PCMC 및 유타주립대 소아정신과 연수 (1988~1991)
서울대학교 병원 소아정신과 전임의 수료 (1992), 소아 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자격 취득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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