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강동 소아정신과 김영화 전문의]

 

아이들은 왜 이기적인 행동을 할까요?

영유아기에는 이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아이들의 사고 자체가 이기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자라면서 친구들과 사귀게 되거나 동생이 태어나거나 하면 아이들은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함께 나누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그리고 이기적인 행동은 잘못된 것이라는 교육도 받게 됩니다. 

최근에는 저출산과 함께 외둥이 가정이 많아지면서 아이들이 점차 무책임하고 이기적으로 되어간다는 우려가 많습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왜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지 그 이유와 해결책을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1. 동생에 대한 질투심으로 이기적인 행동을 보일 때

‘아우 타기’란 말이 있습니다. 잘 자라던 아이가 동생이 태어나면 갑자기 아기 짓을 하고 대소변 가리기도 잘하다가 다시 퇴행하는 행동을 보이는 것입니다. 이것은 동생이 태어나면서 부모의 관심이 모두 동생에게 쏠리고 자신은 동생에게 부모의 애정을 빼앗겼다고 느껴서 하는 행동입니다. 

부모는 항상 동생에게 양보할 것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자기만 생각하는 행동을 한다고 야단맞게 됩니다. 부모는 형이 가진 것을 강제로 빼앗기도 합니다.

형 입장에서는 자신도 아기 짓을 하면 잃어버렸던 사랑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이런 퇴행행동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해결방안 : ‘흥부와 놀부’ 이야기에서 보여주는 바와 같이 놀부 형은 욕심꾸러기이며 이기심이 하늘을 찌르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이런 이기심의 이면에는 동생에 대한 무한한 질투가 있습니다.

부모는 이런 질투심을 어떻게 해결해 주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형제간에는 위계질서가 있어야 하는데 형은 항상 형으로서 권리를 가지게 해야 합니다. 이를테면 과자를 나눌 때도 형에게 과자 한 봉지를 모두 주고 형이 동생들에게 나누어 주는 연습을 시켜야 합니다. 

얼마를 나누든 잘했다는 칭찬을 받아야 하고 만약 적절하고 공평하게 나누었다면 그 배려하는 마음에 대해 더 큰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면 큰 아이는 동생과 나누는 일에 즐거움을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2. 아이가 무시당했다고 느낄 때

아이들은 자신이 무시당했다고 느끼거나 화가 났을 때 이기적인 행동을 합니다. 자신의 욕구가 늘 무시되는 아이는 다른 사람의 욕구도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아무도 자신을 돌봐주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불안하고 우울해져 자기중심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배려받거나 이해받아보지 못한 아이들도 이기적인 행동을 보입니다. 자신의 욕구가 무시되거나 지연되는 경험을 많이 한 아이들도 또다시 이런 좌절을 겪지 않으려는 마음에 자기중심적인 행동을 하게 됩니다. 


해결방안 : 흔히 유아기 때 아이가 원하는 것을 그때그때 즉각적으로 충족시켜 주고 요구사항을 모두 들어주면 아이는 자기밖에 모르고 타인을 배려하지 못하며 버릇이 없어진다고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2-6세까지 아이들은 인지발달 상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2-3세 영유아기에는 부모의 무조건적인 사랑이 필수입니다. 이 시기에는 먼저 아이의 욕구를 기분 좋게 그리고 즉시로 충분히 들어주어야 합니다. 사랑을 듬뿍 받아본 아이들은 애정 문제에 있어서 두려움 없이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베풀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도 엄마와의 안정된 애착관계에서 나오게 됩니다. 따라서 쉽게 화를 내거나 항상 무시당한다고 여기며 우울해하는 아이들은 먼저 엄마와 안정된 애착이 되어있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3. 부모가 아이를 버릇없이 키우는 경우 

아이가 아프거나 여러 형제 중 막내이거나 하면 부모들은 아이를 버릇없이 대하게 됩니다. 외둥이인 경우에는 과잉보호 때문에 이기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사랑이라고 여겨서 아이가 원하는 것을 즉시 들어주지만 그 이면에는 방임이나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보상심리, 아이가 아프거나 하면 부모로서 느끼는 죄책감 때문에 아이를 버릇없이 키우는 되는 것입니다. 


해결방안 : 가정에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해줍니다. 만약 떼를 써서 자신이 원하는 일이 이루어진다면 아이들은 자신이 이 세상의 중심이 되고 모두가 자신의 요구를 들어줄 것이라 믿게 됩니다. 

주변 사람들은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대상에 불과하다는 생각으로 더욱 이기적으로 행동하게 됩니다.

3세 이전에는 무조건적인 사랑이 필요하지만 3세 이후에는 이타적인 행동을 가르쳐야 합니다.  특히 단체생활을 시작한 6세 이후에는 이기적인 행동은 어떤 경우든 잘못된 행동이라고 분명히 알려주어야 합니다. 

 

4. 이기적인 부모의 행동을 따라서 할 때

소유욕은 누구나 갖는 본능입니다. 자신의 것을 잘 지키려는 마음은 어떻게 보면 꼭 필요한 것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과도한 소유욕을 통제하지 못하면 이기심이 생기게 됩니다. 그리고 이기심도 학습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집안에서 부모가 이런 소유욕에 대한 통제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아이는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될 것입니다. 

만약 내 아이가 지나치게 욕심이 많고 이기적이라고 생각된다면 '나는 지금 내 아이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있나?' 이렇게 자신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해결방안 : 부모가 이타적인 행동을 해야 아이들도 보고 배울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집안일을 분담시키고 부모를 돕는 행동을 했을 때 칭찬해야 합니다. 

이타적인 행동을 통해 아이가 긍정적인 경험을 할 수 있게 하고,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행동을 할 때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과 관심,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그리고 이런 행동은 당연히 부모가 모델이 되어야 합니다. 

 

5. 공감력이 낮아서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을 수 없을 때

공감력이란 건전한 인간관계에서 필수적인 덕목입니다. 아이들 중에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힘이 부족해 이기적인 행동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공감력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요? 

요즘은 2-3세 유아들도 스마트 폰을 들여다보고 노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스마트폰의 유용한 쓰임에도 불구하고 스마트 폰이나 전자기기를 통해 공감력을 키우기는 어렵습니다. 스마트폰이나 문자, 각종 메시지로 시작하는 인간관계는 아이들에게 감정을 가르쳐주지 못합니다.  

따라서 건강한 공감력을 기르는 유일한 방법은 아이들과 얼굴을 맞대고 소통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몸을 부딪치며 즐겁게 노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해결방안 : 공감력을 기르는 데 가장 중요한 시기는 유아기입니다. 

뇌 과학자들에 따르면 아기들에게 말을 걸고 껴안아주고 아기 말을 따라 하는 등 이런 일관성 없어 보이는 말이나 몸짓을 아기와 주고받는 동안 아기 뇌 공감신경이 더 연결되고 발달한다고 합니다. 

아이가 자라서도 공감력은 부모의 대화방식에 따라 키워집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와 대화할 때 잘 들어주고 아이가 말하는 도중에 끼어들지 않는 것입니다. 일단은 그냥 들어주고 말의 내용이 아니라 아이의 감정에 공감해주어야 합니다. 

이렇게 아이 말에 귀 기울이고 감정에 공감하는 부모가 아이의 공감력을 키웁니다.

 

김영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동소아정신과 원장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및 대학원 졸업, 신경과 정신과전문의
미국 유타주 PCMC 및 유타주립대 소아정신과 연수 (1988~1991)
서울대학교 병원 소아정신과 전임의 수료 (1992), 소아 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자격 취득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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