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영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장난꾸러기 또는 호기심 많은 아이들 중에는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진단을 받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 아이들은 충동적이고 위험한 행동을 쉽게 저지르기도 합니다. 부모 입장에서 내 아이가 혹시 ADHD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 때도 있습니다. 

초등학교 입학 후에 선생님으로부터 학습장애가 의심된다고 병원을 찾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산만하고 집중을 하지 못해 선생님이 보기에 지능이 떨어지거나, 학습장애가 있거나, 반항적인 아이로 보인다고 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이 아이들도 병원에서 ADHD로 진단받게 되는 경우가 많은 아이들입니다. 

“에이 씨 왜 째려보고 그래?” 

진료실에 들어와 의자에 앉으면서 이런 말을 제게 툭 던진 학생은 초등학교 시절 병원에서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진단을 받았던 고등학교 학생이었습니다. 뒤따라 들어선 어머니는 아이가 어린 시절 ‘사춘기가 되면 비행청소년으로 빠질 수도 있다는 저의 주의를 무시하고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은 것이 후회된다’고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어린 시절 ADHD로 진단받고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경우에는 반항장애를 가지게 되거나 비행청소년으로 자라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ADHD는 소아정신과에서 가장 흔히 진단 내리게 되는 문제입니다. ADHD는 가장 대표적인 ‘기능성 뇌기능장애’로 뇌에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뇌 발달이 또래에 비해 늦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언젠가는 자라서 뇌가 성숙해지지만 자라는 동안에 생기는 여러 가지 문제들 -예를 들면 지능이 떨어지지 않는데도 공부를 따라가지 못한다거나, 남의 말에 귀 기울이지 못해 자주 실수하거나, 충동적으로 생각하고 함부로 말하는 버릇 때문에 엉뚱하게 보이거나- 하는 문제들 때문에 치료가 필요한 것입니다. 

이런 특징 때문에 부모나 선생님으로부터 끊임없이 지적과 야단을 받기 때문에 성격이 비뚤어지지 쉽고 자존감이 낮아지는 것도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런 문제를 미리 예방하는 것이 ADHD 아이들의 3가지 특징인 집중력 저하와 과잉행동, 충동성을 치료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진_픽셀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는 어떤 문제일까요? 그리고 만약 내 아이가 ADHD가 의심된다면 부모로서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 걸까요?

진료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을 중심으로 Q&A(질문과 답변) 방식으로 살펴보겠습니다.

 

<ADHD란 어떤 문제인가> 

Q : 어떤 행동을 하면 ADHD를 의심해야 하나요?

아주 어릴 때부터 말썽쟁이, 장난꾸러기 또는 호기심 많은 아이로 보입니다. 그리고 자라면서 점점 반항기가 있고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학교에 입학하면 수업시간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꼼지락거리고 다른 친구에게 장난을 치는 모습으로 선생님 눈에 띄게 됩니다. 과제물을 빠트리거나 물건을 잘 잊어버리는 등 사소한 실수를 반복해서 학교에서나 집에서 자주 지적을 당하곤 합니다. 

부모들은 “게임을 할 때나 만화책을 볼 때는 집중을 잘하는데 그래도 ADHD인가요”라는 질문을 많이 하게 됩니다. 집중력이란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과제에 집중하는 능력이기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몇 시간씩 집중을 잘한다고 해서 집중력에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없습니다. 이 아이들은 재미없는 공부나 숙제할 때는 집중을 잘하지 못하게 됩니다. 

자라서 사춘기가 되면 나쁜 짓을 일삼는 ‘불량소년’ 같은 아이가 되기도 하고 항상 정신을 다른 곳에 팔고 다녀 어수룩해 보이는 아이도 있습니다. 수영을 할 줄 모르면서 불쑥 수영장에 뛰어들기도 하고 수업시간에 갑자기 고함을 지르는 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Q : ADHD는 왜 생기는 걸까요?   

저는 몇 년 전 ‘산만한 어린이’란 제목의 특집 TV 프로그램에 패널로 출연한 적이 있었습니다. 대학 교육학과 교수님들과 교육전문가분들이 참석했는데 그중 아무도 ADHD가 질병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없어 상당히 당황한 적이 있습니다. 

고혈압이나 당뇨가 심리적인 원인으로 발생하지 않듯이 ADHD는 심리적인 원인으로 발생하지 않습니다. ADHD는 뇌에서 발생한 뇌기능 장애입니다. 심리적인 문제는 오히려 ADHD 문제행동의 결과로 발생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아이가 선천적으로 집중에 취약하고 과잉행동, 충동적인 행동을 하는 상태로 태어난다고 보아야 합니다. 집중력 저하와 과잉행동, 충동성은 ADHD 아이들의 3가지 특징입니다. 

ADHD는 남자아이에게 압도적으로 많아 여자아이들에 비해 4-9배 정도 많이 나타납니다.

 

Q : ADHD 치료는 어떻게 하나요? 

산만한 행동문제를 가진 자녀를 둔 부모는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뇌 발달에 문제가 있었다는 생각으로 아이들 대해야 합니다. 아이의 어떤 문제도 부모가 잘못해서 생기는 것은 아니고, 또한 아이도 자신의 문제 때문에 힘들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ADHD 치료에서 가장 중요하고 효과적인 치료는 약물치료입니다. ‘메틸페니데이트’는 ADHD 치료에서 놀라운 효과를 보여주는 치료제입니다. 어린 시절 ADHD 진단을 받고 이후로 50년이 지난 후 약물치료를 받은 그룹과 약물치료를 받지 않은 그룹이 어떻게 다르게 살아왔는지를 비교한 연구가 있습니다. (이 약은 임상에서 90년 이상 ADHD 치료에 사용되어 왔기에 가능한 연구입니다.) 그 결과 놀랍게도 약물치료를 받은 그룹이 훨씬 더 안정적이고 생산적인 인생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약물치료와 더불어 사회기술훈련(사회적 행동에는 결과가 따른다는 것 배우기)과 인지행동치료(충동적인 행동을 자제하는 법 배우기)도 필요합니다.

 

Q : 바둑을 시켜야 하나요, 운동을 시켜야 하나요?

ADHD 어린이들은 운동기능에 많은 차이를 보입니다. 하지만 치료를 받고 훌륭한 운동선수로 성공한 사례는 수없이 많습니다. 야구나 축구를 전공하는 학생들도 ADHD 치료를 받고 운동에 더 집중이 잘 된다고 합니다. 

역대 올림픽에서 모두 28개의 메달을 목에 걸어 올림픽 황제로 불리는 마이클 펠프스는 어릴 적 ADHD 진단을 받은 소년이었습니다. 펠프스는 9세에 ADHD로 진단받고 약을 복용했습니다. 교사인 어머니는 ‘긴 팔을 가진 괴물’이라며 친구들에게 놀림받고 지나치게 산만한 마이클에게 집중할 것을 찾아주기 위해 수영을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펠프스처럼 에너지를 운동으로 한껏 발산하고 나면 오히려 집중력이 생기게 됩니다. 

ADHD 어린이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아이들의 낮은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활동을 권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아이들은 학교나 가정에서 수년간 야단맞고 잘못을 지적받으며 자라기 때문에 자존감이 심하게 떨어져 있습니다. 또한 실패를 반복해온 탓에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펠프스는 엉뚱하면서도 높은 창의력,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넘치는 에너지를 수영이라는 스포츠에 활용했습니다. 펠프스 역시 수영을 통해 자존감을 회복한 마음이 밑바닥에 차 있었기 때문에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인물로 거듭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성인 ADHD도 치료가 필요합니다>

Q : 성인도 ADHD 진단을 받나요? 

최근에는 성인  ADHD에 대한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ADHD 청소년들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면 비행을 일으키거나 학교를 중퇴하거나 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공부뿐 아니라 십 대 임신이나 약물남용, 이탈행동 등 반사회적인 행동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모든 일에 충동적으로 행동하고 쉽게 좌절하기 때문에 정서적으로도 불안하고 의욕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면 항상 정신이 없고 말을 함부로 하며 약속 시간에 늦고 직장을 자주 옮겨 다니는 성인 ADHD의 특징을 나타내게 됩니다. 

성인이 되어 자신의 문제가 ADHD 때문에 생긴 것이란 자각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약물치료는 성인에게도 집중력이 높아지고 문제 행동을 줄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사회생활이 나아지고 인간관계도 좋아지고 자존감이 높아지기도 합니다.

 

김영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동소아정신과 원장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및 대학원 졸업, 신경과 정신과전문의
미국 유타주 PCMC 및 유타주립대 소아정신과 연수 (1988~1991)
서울대학교 병원 소아정신과 전임의 수료 (1992), 소아 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자격 취득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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