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영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아기들이 떼를 쓰는 이유는?

돌이 되기 전의 아기들은 배가 고프거나, 몸이 아프거나, 기저귀가 젖거나 하면 울거나 보채면서 자신의 불편함을 드러냅니다.

자라면서 말을 하게 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표현하게 되면 울면서 떼쓰는 행동은 점차 줄어들게 됩니다.

아이가 자라서 1-3살(걸음마기)이 되면 걸을 수 있게 되면서 주변 세상을 탐색하게 되고, 말하기도 시작되어 자신이 원하는 것이 점점 많아지게 됩니다.

하지만 막상 하고 싶은 일이 금지당하거나, 가지고 싶은 것을 가지지 못하게 되면 울면서 떼를 쓰는 행동을 보입니다.

아이는 세상이 자기중심으로 돌아가는데 자신이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고, 또 거절당했을 때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능력은 떨어지기 때문에, 아이 입장에서는 울면서 떼를 쓰는 일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행동이기도 합니다. 

 

♦ ‘미운 세 살’ 때 보이는 분노 발작 (탄트럼)

3-4세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당장 이루어지지 않으면 ‘분노 발작(Temper Tantrum)’을 드러내게 됩니다.

분노 발작은 시간과 장소, 주변 환경에 개의치 않고 아무 곳에서나 넘어져서 큰 소리로 울고 발길질을 하면서 생떼를 쓰는 행동입니다.

유아기의 분노 감정은 대부분 떼쓰기로 나타납니다. 누워서 머리를 땅에 박고 뒹굴거나, 소리를 지르고 숨이 넘어갈 듯이 크게 울음을 우는 등 자신의 분노를 신체적인 표현으로 나타내는 것입니다. 분노 발작 도중에 자해를 할 수도 있고, 주변의 어른들을 때리는 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행동을 보일 때마다 부모가 아이가 다칠까 봐, 또는 주변에 민망해서 아이의 요구를 들어준다면, 아이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는 방법으로 ‘분노 발작’을 계속 보이게 되고, 이런 미숙한 행동은 나아지지 않을 것입니다.

사진_픽사베이

 

♦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하나

말로 자신의 감정 표현이 서툰 영아기 때는 부모가 곁에서 아이의 격한 감정을 달래주고 안아주며 달래야 합니다.

말로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면 안 되는 것은 분명히 안된다고 한계를 명확하게 일러주고 좌절감과 분노를 말로 표현하게 합니다.

집안의 룰을 분명히 지키게 하는 것만으로 분노 발작은 점차 줄어들게 됩니다. 대부분의 3-4세의 분노 발작은 금방 본래 모습으로 돌아오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가 숨이 넘어갈 듯이 울면서 발작을 일으킨다면 애써 달래려 하기보다는 잠시 아이가 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지켜보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부모와의 힘겨루기에서 주도성, 자율성을 주장하기 위해서도 떼쓰기를 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가 분노 발작을 보일 때 부모가 어떻게 대응하는지는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걸음마기에 꼭 이루어야 하는 발달 과제인 ‘자율성’과 ‘독립성’ 그리고 자신의 공격적인 충동을 조절하는 ‘자아통제능력’은 이 시기에 부모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부모의 반응에 따라서 아이가 자라서 성인이 된 후에도 스스로 분노를 잘 조절할 수 있는지 여부도 이 시기에 결정됩니다. 

 

♦ 신경질적인 부모, 변덕이 심한 부모는 조심해야 한다.

신경질적인 부모나 화를 잘 내는 부모 아래서 자란 경우 아이는 자신의 분노 감정을 잘 드러내지 못하고 꾹 누르고만 있다가 분노 발작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매일 느끼고 있는 희로애락의 감정은 타고난 것이라기보다는 성장하면서 주변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가는 것’처럼 감정조절 또한 유아시절부터 부모의 무릎에서 배운 버릇이 평생 이어지는 것입니다.

부모가 떼쓰는 아이를 달래려 하지 않고 화만 내게 되면 아이들은 스스로 분노를 조절하는 법을 배울 수 없게 됩니다. 

 

아이가 4세가 지나서도 분노 발작이 수그러들지 않거나 분노 발작을 지나치게 자주 나타내는 경우에는 아이가 언어발달이 늦은 것인지, 아이가 예민하여 불안과 분노를 쉽게 느끼게 되는 것인지, 아니면 급하고 참을성이 없는 성격 때문인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자신의 양육태도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에게 지나치게 간섭을 하지는 않는지, 과잉보호로 오히려 아이의 자율성을 해치고 있지는 않는지, 아이에게 화내거나 아이를 비난하면서 아이의 자존감에 상처를 주지 않았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사진_픽셀

 

♦ 분노조절 장애란

우리는 모두 때로 화가 납니다. 그리고 끓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해 이웃이나 친구들에게 욕을 하거나 심지어 폭력적인 행동을 보일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학교에서 친구가 이유 없이 웃었다는 이유로 기분 나쁘다며 뾰족한 연필로 친구의 눈과 입을 찌르고 때렸다면, 이 아이는 화를 참지 못하고 폭력적으로 변하는 ‘분노조절 장애’를 앓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최근에 화를 참지 못하는 분노조절장애나, 충동적인 상황에서 갑자기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충동조절장애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최근에 대한항공 전무가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물이 든 컵을 던진 ‘물벼락’ 사건으로 ‘분노조절장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여자 친구가 이별을 통보하자 순간적으로 격분하여 여자 친구를 승용차로 들이받는 일, 계약금 문제로 다투다가 격분하여 자신의 몸에 시너를 뿌려 분신을 시도하는 일, 순간적으로 욱하는 분노가 일어나 이성적으로 조절되지 않으면 충격적인 일을 저지르게 됩니다.

그래서일까요? 나도 혹시 ‘분노조절장애’ 때문에 사고를 치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습니다. 

 

분노는 우리 몸의 교감신경을 흥분시켜 우리 마음을 상대와 싸울 준비를 시키는 작용을 합니다.

그러다 보니 합리적인 생각과 의사결정을 할 수 없게 되어 사고를 치거나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것입니다.

정작 충동적으로 화를 폭발시킨 본인들은 상대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고도 자신은 긴장 해소와 만족을 느끼기 때문에 자신의 폭력적인 행동에 대한 후회나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충동적인 행동을 보여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주위에서 인심을 잃고 따돌림을 당하거나 범죄사건에 연루되어 경찰서를 들락거리게 됩니다 

 

♦ “재수 없는 인간” “ 쓸모없는 인간”하고 아이들 앞에서 이웃을 욕하면 아이들은 분노조절이 안 되는 어른으로 자라게 된다.

얼마 청소년 상담기관에서 각종 폭력범죄에 연루되어 생애 처음으로 경찰서를 찾게 된 10대 청소년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청소년 문제 뒤에는 사회에 대한 불만이 가득한 부모들이 있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습니다.

특히 부모가 이웃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불만이 많아 분노를 쉽게 느끼고, 또 그 불만을 “재수 없는 인간”, “ 쓸모없는 인간”하면서 아이들 앞에서 쉽게 욕하는 부모들이 많았습니다.

그런 경우 자녀들이 더 충동적이고 화를 억누르지 못하고 폭력성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은 아이들의 충동조절과 감정표현방식에도 ‘밥상머리’ 교육자인 부모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부모가 가정 폭력 등 충동조절장애를 보인 경우 자녀도 성장해 부모와 비슷한 장애를 보이는 경우가 많은 것도, 분노조절이 안 되는 부모와 사회의 영향을 아이들이 고스란히 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실입니다. 

유아시절부터 청소년기에 이르기까지 떼쓰기와 분노를 조절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가는 것처럼’ ‘밥상머리’ 인성교육에 좌우된다는 사실을 부모들은 명심해야 합니다.

 

 

김영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동소아정신과 원장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및 대학원 졸업, 신경과 정신과전문의
미국 유타주 PCMC 및 유타주립대 소아정신과 연수 (1988~1991)
서울대학교 병원 소아정신과 전임의 수료 (1992), 소아 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자격 취득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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