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유시민 씨의 신작, 를 읽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류의 역사가 기록되고 발전되는 과정이 우리 개인의 삶의 궤적과 비슷한 것이 아닌가, 하고요. 유시민 씨가 이야기하듯 역사는 ‘사실 그대로의 사실’이 아닙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는 역사가가 평가하여 그중 의미가 있는 사실들을 간택한 것들이지요. 중국을 대국으로 섬기며 생겨난 사대주의적 사관은 과거 고구려 시대에 대륙을 호령하던 을지문덕, 연개소문의 흔적을 지워버리고, 패주한 당 태종의 위신을 살리도록 역사
[정신의학신문 : 허지원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우리는 아직 우리 자신을 모릅니다. 수십 년에 걸쳐 누적된 무의식-전의식-의식의 구조 사이사이에 어떤 기억과 감정들이 숨어있는지 여전히 모릅니다. 그러니 자신에 대해 함부로 아무렇게나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건 하나하나마다에 의미를 부여하며, 당신을 마음대로 정체화(identifiability) 하지 말아요. 어떤 외부의 기대에도 부응하려 하지 말아요. 당신은 당신이 바라는 삶을 살기 위해 아침에 일어나 하루 세 끼의 밥을 챙겨 먹고, 하나 정도의 취미를 가지고, 일과 사람
[정신의학신문 : 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학술대회 기립박수, 딘 오니시 교수2년 전 미국정신신체협회(American Psychosomatic Society) 학술대회에 갔을 때의 일입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만 해외학회를 가게 되면 주제발표(plenary lecture)는 꼭 챙겨 듣는 편입니다. 그 발표자가 학회 발표 중 업적이 뛰어나고 유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지요. 당시에도 주제발표를 먼저 확인했습니다. 발표자 이름이 딘 오니시(Dean Ornish)? 재미난 이름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참고로 텍사스 출신
열등감에서 벗어나는 첫 단계는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를 깨닫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공통점을 찾을 때 즐거워진다. 그게 평범한 거구나. 남들 다 이렇구나 하면서 나쁜 것이란 생각을 잊는다.1. 나에겐 매우 특별한 것이 있다.안 좋은 것들의 특징 중 하나는 고립이다. 인간 관계도 고립되면 안 좋고 생각도 갇히면 부정적으로 흐른다. 자신을 바라보는 관점도, 나도. 가 아니라 나만. 이 되면 뭔가 수상한 것이다. 사실 인생이란 게 그다지 특별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2. 그 특별한 것은 나쁜 것이다.세상을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나눈
[정신의학신문 : 윤희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안녕하세요. 얘기가 많이 길어질 것 같지만 꼭 도움을 받고 싶어서 글을 써봅니다.제가 중학생 때 아빠가 일 때문에 집을 떠나 계시면서 주말에만 아빠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사이에 엄마가 다른 남자를 만나기 시작했고, 거의 매일 밤 새벽에 들어오시거나 외박을 하셨습니다. 엄마의 바람 사실을 알면서도 동생과 저는 어렸기 때문에 말을 꺼내지 못하고 그냥 모르는 척해야 했습니다. 몇 년이 지난 뒤, 아빠가 일을 그만두셔서 다시 가족들이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빠가
[정신의학신문 : 홍종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에릭 홈브루거 에릭슨(Erik Homburger Erikson)정신분석학자로 전 생애에 걸친 심리사회적 발단 단계를 정립한 인물입니다. 성(Last name)이 에릭슨(Erikson)인데요. 에릭(Erik) + 아들(son) = 에릭의 아들 자신이 ‘에릭슨’이란 성의 시조(始祖)입니다. 성장 배경이 순탄하진 않은 인물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발달 8단계(생애주기 이론)는 매우 유명한데요. 이 사람이 중년(40 ~ 65세)의 핵심과제로 ‘생산성(Generativit
저는 2013년 8월 처음 조현병 진단을 받았고 현재도 치료를 지속하고 있는 환자입니다. 여전히 때때로 우울한 감정이 들기도 하고 피해의식이 있기도 하지만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늦게나마 공부를 다시 해서 대학에 입학도 했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호전되어 지금은 간단한 아르바이트도 하고 있습니다.이런 저에게도 고등학교, 재수 시절에는 정말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루하루 죽을 것같이 살기 싫었고 내가 왜 태어났는지 세상을 원망하고 부모를 원망하기도 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때는 자살을 시도하기 직전인 2013년
[정신의학신문 : 김병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늘은 자신이 하는 일이 너무 좋아서 시작했는데 몇 년 지나고 나니, 그렇게 좋아했던 일이 지겹고 싫어지기까지 한다는 윤과장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윤과장님은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디자인 관련 학과에 진학했다고 합니다. 공부할 때 돈도 들고, 미래도 불투명하다면 부모님이 극구 말렸는데도 자신이 열렬히 하고 싶었던 것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대학 진학 후 공부도 열심히 하고, 공모전에도 입상해서 취직도 하고, 입사 후에 4-5년은 정말 열심히 일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 들
[정신의학신문 : 허지원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인간의 정보처리에 대해 강의할 때면 시스템에 주요한 손상 있거나 적합하지 않은 새로운 정보가 입력되는 경우, 전체 시스템이 파국적으로 오작동하기보다는 훈련된 네트워크 전체의 제한된 기능이 그럭저럭 유지되도록 하는 ‘우아한 쇠퇴’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파워포인트의 옛 버전 파일을 열게 될 때 (몇몇 기능은 작동하지 않겠지만) 여전히 구버전의 파일을 읽고 쓸 수 있는 것처럼, 노화에 따른 뇌기능 저하가 이곳저곳에서 문제를 일으키지만 크게 보면 여전히 적절히 자기 생활을 영위하는 것처럼
[정신의학신문 :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두 번째 연재 말미에 드렸던 질문으로 글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만약 건강검진에서 위암 판정을 받게 된다면, 이것은 좋은 일일까요? 나쁜 일일까요?”라는 질문입니다. “이게 뭔 소리야? 위암 판정받는 게 어떻게 좋은 일이 될 수가 있어? 의미가 없는 질문이잖아.”라고 이야기하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두 번째 연재까지 읽으셨다면, 조금은 달리 생각해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 대학병원 진료실에서 의사 선생님에게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위암인
[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혹시, 나에게 큰 병이?"건강에 대한 지나친 염려만큼 건강에 치명적인 것은 없다." - 벤자민 프랭클린자신에게 큰 병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 적이 있는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현대인의 주된 사망 원인인 암, 심장병 등과 같은 질병의 가능성에 대한 염려를 한 번쯤은 해보았을 것이다. 피로감, 갑작스러운 통증 등을 경험하면 불현듯 걱정이 더욱 커지기도 한다.인간의 몸에는 위험에 대비하고 이를 준비하는 본능적 시스템이 작동한다. 실제 위험이 아닌,
[정신의학신문 : 최정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안녕하세요? 오늘 하루 어떤 것이 제일 힘드셨나요? 뭐니 뭐니 해도 사람 대하는 것이 제일 힘들지 않으셨을까 합니다. 대인관계 참 힘들죠? 혼자는 외롭고, 함께는 불편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죠. 그중에서도 상대와 내가 의견이 다르고, 갈등 상황에 있을 때 제일 힘들어집니다.그럴 때 어떻게 하세요? 참으시나요? 싸우시나요? 참으려 노력하신다고요? 오늘은 그 '참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제
[정신의학신문 :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내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이유"2.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 첫 번째 연재에서 ‘전기밥솥에다가 에너지를 쓰면서 살지 말자(할 수 없는 것은 원하지 말자!)’라고 끝맺음을 하였었습니다. 이 원칙을 스스로의 삶에 적용을 해본다면 생각보다 많이 깜짝 놀라실 거라 생각합니다.'내가 이렇게 많은 곳에 쓸데없는 에너지를 쓰고 있었다고?'이것만 인식을 하셔도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훨씬 편안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더 이상 출근길 지하철에서, 퇴근길 양재 IC 인
[정신의학신문 : 임찬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A는 40대의 사업가로 젊은 시절부터 코골이가 심했다. 평소에도 코골이가 심했지만 술을 마시고 잘 때면 숨을 헐떡이고 땀을 흘리곤 했다. 사업을 하면서 불규칙한 식이, 잦은 음주를 하면서 과체중이 되었다. A의 아내는 A가 요즘에는 숨을 헐떡거리는 일이 잦고 버둥거리다 깨었다 잠이 드는 증상이 심해졌다고 한다. A는 잠을 자도 개운치 않고 낮에는 힘이 없고 업무를 보는 중에도 멍하다고 한다. 대화를 하다가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 일, 물건 둔 곳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잦다고 한다.수
"Ah! b?wakawa poussé, poussé"정신과 의사들이 얼핏 보았다면 신어조작증 Neologism, 신경과 의사들이었다면 착각성 실어증 Jargon aphasia 이라고 묘사하였을 법한 이 이상야릇한 문구는 존 레논 John Lennon 의 곡 #9 Dream 에 등장하는 후렴구이다. 그는 이를 두고 자신이 꾼 꿈속에서 등장한 문구를 가져다 쓴 것이라 밝혔다.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고 영(靈)들이 춤추는 광경이 펼쳐지는 환각적인 꿈속 경험을 바탕으로 곡이 완성되었다고 존 레논은 회고하였다
[정신의학신문 : 김병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사연 -30대 직장인입니다. 회사에서는 늘 웃는 얼굴로 친절하게 사람들을 대합니다.다들 저를 보고 젠틀하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집에서는...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무뚝뚝한 얼굴이 됩니다. 가족들이 질문을 해도 단답형으로 대답할 뿐이에요.이렇게 말하면 좀 그렇지만 집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다 귀찮습니다. 아무도 나를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이런 저 때문에 가끔은 어머니가 상처를 받으시기도 하는데요. 그때마다 죄책감이 큽니다.직장 동료나 친구들보다 가족들이 더 소중하고 가까운 사람들
간헐적 단식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여성들 사이에 다이어트에 대한 요구가 높은 것에 반해 그들이 주로 선택하는 1일 1식류의 살인적인, 극단의 방법들이 실행하기에 만만치 않은데다 다이어트 효과를 상회하는 정도의 부작용 또한 심심치 않게 경험하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간헐적 단식은 방법에 따라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실행으로 옮기기가 비교적 쉽다는 이점이 있다.가장 많이 선택되는 일주일 단위 방식을 예로 들면, 평소대로 식사를 하다가 일주일에 한 번 또는 두 번을 16시간 또는 24 시간 동안 섭취를 중단함으로써 일주일에 한 두
유명인사가 명예로움으로부터 바닥으로 떨어져 우아함을 잃었을 때, 비록 우리 자신이 인정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사실 우리는 그것을 즐기고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어제 그들의 삶은 화려했고 선망의 대상이었으며 모두가 그들의 친구였다. 그러나 순식간에 그들의 수치스러운 사생활의 모든 부분이 방송된다. 또 그들이 마약사범으로 기소되기라도 하면 우리는 중독으로부터 벗어나려는 그들의 애석한 몸부림을 지켜보게 된다. 어쩌면 그들은 근사한 삶을 영위하는 것처럼 대중을 속여 왔고, 이제 그것은 다른 세상 이야기가 되었다.이러한 종류의 뉴스를 즐기는
[정신의학신문 : 허지원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내 삶에 아무 의미가 없다면” "제 삶에 별로 큰 의미가 없다면 그냥 제가 없어도 되는 건 아닐까요?가장 좋은 방법은 제가 인도를 걸어가다가 차가 저를 덮쳐서 바로 죽는 건데,저는 그래서 뉴스 보다가 사고로 누가 죽었다는 걸 보면 이상한 희망 같은 것도 느끼고 그러다가 죄책감도 느끼고..아무튼 마음이 복잡해요."오늘 점심으로 라면을 맛있게 먹었는데요, 하는 담담한 말투로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말하는 A는 본인의 우울에 대한 확신이 없어 일단 상담이나 받아보자 하고 찾아왔다 했다.
[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아싸'가 뭔가요?'아싸'라는 말을 들어 보았는가?흥에 취해 지르는 추임새가 아니다. 집단에 잘 섞이거나 적응하지 못하고, 타인과의 교류가 거의 없다시피 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아웃사이더(outsider)라 부르던 이들을 젊은층의 기호대로 줄여 부르는 단어이다. '인싸'는 '아싸'와 대척점에 있는 단어라 할 수 있다.인사이더(insider)의 줄임말이며, 아싸와는 반대로 늘 타인들과 교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