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울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느낌 또는 생각이 누구나 있다. 역설적으로 우울증에 대한 편견은 이 때문에 생긴다. '나도 우울해 봤다' '결국 마음먹기에 달렸다' '힘을 내다보면 극복된다' '의지의 문제더라'와 같은 문장은 그러한 몰이해의 좋은 예들이다.흔히 우울증을 '슬픈 병'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나 역시 그러했었다.) 허나 슬픈 것은 '병'이 아니다. 슬픔은 인간이기에 자
[정신의학신문 : 대한불안의학회 박선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망'이라는 말이 있었다. 대중매체를 통한 의료정보의 보급을 통해, 치매 등을 비롯한 노인정신질환의 기본개념이 일반에게도 광범위하게 전달되어, 이제는 노망이라는 말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이지만 노망이라는 말속에 담겨있는 배격과 두려움의 영향은 여전히 유효한 듯하다. 많은 부모님이 가지고 있는 두려움 중 하나가 괜히 노망이 나서 자식들에게 짐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부모님들은 치매조기검진을 위해 병원에 내원하기까지 불안과 두려움 속에
[정신의학신문 : 홍종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결혼이 늦어 중년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이제 갓 5살이 된 아들을 둔 어머니"선생님, 산후우울증이 의심돼서 왔어요. 스트레스가 너무 많아서 아이를 때리게 되네요. 정말 이건 아니다 싶어 방문했어요. 집안일, 육아, 제겐 너무 버겁네요. 남편은 이런 저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아이 한 명 키우는 것이 뭐가 힘드냐는 식이죠." ♦ 아이는 나만 바라보고 있습니다어머니가 힘들어하니 아이도 불안할 것입니다. 그래서 산후우울증을 앓고 있는 어머니의 아이들을 보면 유난히 별난 아이들이 많습니다.
[정신의학신문 : 김병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 선생님께서 생각하는 우리의 삶을 진정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몰입과 휴식이란 어떤 것인가요?마음의 소리를 듣는 것.우리는 소란스러운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말소리, 텔레비전과 라디오, 요란한 광고와 자동차 소음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곳이란 찾기 힘들 정도입니다. 그런데, 외부의 소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내면의 목소리를 힘을 잃기 마련입니다. “성공해야 되고, 집을 사야 되고, 돈을 벌어야 하고, 좋은 옷과 좋은 차를 사야” 행복해진다는 떠도는
[정신의학신문 : 최정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제가 공황장애라고요? 왜 이런 병이 저에게 생긴 거죠?”비장하기까지 한 표정으로 묻는 A 씨의 질문에 나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답을 했다.“한 사람 몫만 해야 하는데 두세 사람 몫을 하느라 무리해서 생긴 병이에요. 약을 드시면 빨리 좋아지시겠지만, 재발이 잦으니 앞으로는 한 사람 몫만 하시면서 사셔야 해요.” 지난 2주간 A 씨는 대학병원 응급실을 2번이나 방문했다.“자다가 눈을 딱 떴는데, 갑자기 심장이 터질 것 같이 빨리 뛰면서 숨이 막히고, 어지럽고, 이러다 죽겠구나 생각이 들더
[정신의학신문 :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5번째 연재까지 ‘내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이유’ 중 첫 번째 이유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우리가 애초에 할 수 없는 것을 바라왔다면?’이라는 의문으로 시작하였습니다. 당연히 할 수 없는 것을 바랐으니 내가 원하는 대로 될 리가 없겠죠.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인식하고, 그것이 할 수 없는 일이라면 과감히 포기하자. 그래도 아쉽다면 해상도를 높여 바라보고, 그 안에 내가 할 수 있는 조각을 조금이나마 찾아보자. 거기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더 이상 바라지 마라.’가
[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1) 부부싸움을 하는 게 너무 힘들어요. 결혼하기 전에는 사이도 참 좋았는데, 결혼 후에는 싸울 거리가 왜 그리 많던지요. 특히 양가 가족들 때문에 기분 상하는 일이 너무 많아요. 결혼은 부부끼리만 하는 것이 아니라더니 이제야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요. 아내는 시어머니와 갈등이 생겼고, 저 또한 여러 이유로 처가 식구들을 보는 것이 불편해졌어요. A) 우리나라의 유교 문화에선, 성인이 되면 부모님을 봉양하며 오래도록 함께 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지요. 예의범절을 중시하는 문화이기
[정신의학신문 : 허규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안녕하세요, 맨날 보내볼까 말까 고민하다 이렇게 보냅니다. 바쁘시고 힘드실 텐데 봐주세요.저는 잘 있다가 갑자기 모르는 사람이 제 쪽을 보거나 웃거나 일행들과 얘기를 하면 진짜인지 아닌지도 모르면서 그 사람들이 절 욕하고 비웃고 험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머리 속에서 자꾸 그 상황들이 떠올리고 그 사람들이 절 어떻게 험담하고 비웃는지 그 대화들을 그리면서 날 이렇게 욕하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들로 가득 차요. 그러면서 불안해지고 다른 일에 집중이 안 돼요. 사실이
[정신의학신문 :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실제 상담 내용을 재가공하여 구성한 내용입니다. 내담자의 동의를 얻어 작성되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실제 상담과 비교해 설명을 많이 덧붙였습니다. 실제 상담의 흐름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점 미리 밝힙니다) 내담자: 안녕하세요. 저는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에요. 곧 있으면 고3이 되는데, 공부는 제 뜻대로 되지도 않고, 스트레스만 많이 받고 있어요. 늘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려 하는데 제 마음대로 되지가 않아요. ‘공부를 꾸준히 해야 된
[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피로와 스트레스에 찌든 현대인의 삶'굿모닝, 굿모닝, 빰빠빠빠 ~ '시끄럽게 울리는 알람 소리에 선잠이 깬 정대리. 휴대전화의 시각은 이제 일어나 씻고 출근을 준비할 때임을 알린다. 늦게까지 이어진 회식, 술자리로 몸은 천근만근, 눈꺼풀은 올라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겨우 몸을 일으켜 샤워하면서 어제 술자리에서 취해서 했던 실수가 떠올라 머리가 복잡하다. 오늘 무슨 꾸중이 날아들지 긴장되기 시작한다. 깜빡했던, 급하게 제출할 기획서 생각도 떠올라 뒷목이 뻐
지금 내 손에 만원이 있다고 가정하자. 오천원은 내가 원하는 것을 사는 데 사용하고 나머지 오천원은 친구에게 줄 깜짝 선물을 사는 데 사용해보자. 과연 어느 쪽이 더 기분 좋은 경험일까? 자신을 위해 돈을 사용하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반대로 타인을 위해 돈을 사용하는 것이 더 보람되고 기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남에게 도움이 되었을 때 우리는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사실 우리가 남을 도와주었을 때 느끼는 긍정적인 감정은 세계 어
[정신의학신문 : 중독포럼 백수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스마트폰은 어느 모임에서도 당당하게 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하다가도 궁금한 것이 생기면 바로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하고 지금 눈앞에 벌어지는 일을 실시간으로 SNS에 올리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상대방이 불쾌해하더라도, 지금 궁금한 것을 해결하지 않았을 때 조바심이 나고 견디지 못하다고 호소하기도 합니다. 즉각 만족 지연 (Delayed gratification)은 더 큰 보상을 위해 지금 당장의 작은 보상을 기꺼이 포기하는, ‘지금 하고 싶은 일이 있지만
지난 10일 중동에서 머물다 국내로 들어온 남성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 판정을 받자 국민들의 우려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메르스는 앞서 한 차례 국내서 변이를 일으켜 새로운 바이러스로 급속도로 확산된 바 있다. 2015년 전국에서 1만6000여 명이 격리되고 감염자 186명 가운데 38명이 숨진 `메르스 공포`가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닥친 일이라 모두가 더욱 긴장하는 모양새다. 그런데 우리가 메르스를 두려워 하는 이유가 질병 자체의 치명적 특성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대부분의 감염체는 전염력이 높으면 치사율이 낮고, 치사율
[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무기력감, 끔찍한 우울의 늪우울증은 이제 더 이상 우리에게 생소하지 않다. 우울이라는 감정은 누구나 느낄 수 있으며, 주변 환경이나 심적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심한 우울감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몸과 마음이 '다운'되는 때면 우리는 주변 이들에게 '많이 우울하다'는 표현을 하며 휴식을 취하거나, 우울을 줄일 수 있는 즐거운 활동을 찾곤 한다. 그리고, 이러한 휴식과 활동으로 대부분의 일시적 우울감은 금세 역전된다.하지만, 일정 수준을 넘
[정신의학신문 :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4번째 연재는 사과로 시작을 해야겠네요. 3번째 연재 말미에 ‘실제 상담 사례’를 바탕으로 우리 삶에 적용되는 지점을 바라보고자 한다고 마무리를 했었는데요. 실제 상담 사례를 보기 전에 TV 프로그램에 나왔던 장면을 보면서, 우리의 일상 곳곳에 얼마나 ‘할 수 없는 것을 바라는’ 욕망들이 숨어있는지를 먼저 살펴보고자 합니다.제가 세 연재 동안 가장 중요한 것이 ‘인식하기’라고 말씀을 드렸고, 그 이유는 ‘우리가 스스로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그것을 할 수 있는 일인지, 할 수 없는 일
[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식사 습관과 감정은 불가분의 관계?얼마 전, '삼시 세끼'라는 프로그램이 꽤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한적한 농촌의 낡은 시골집을 배경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연예인들이 등장한다. 프로그램의 목표는 단 한 가지다. '삼시 세끼를 잘 먹는 것'이다. 우리가 다른 일보다 한 끼 식사를 온전히 잘 해내는 데 집중하는 출연자들을 보며 신선함을 느끼는 이유는, 우리네 삶에서 매 끼니를 맞추어 식사하는 모습이 멀어져 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에게 삼시
푸르른 5월처럼 한창 꿈도 많고 젊고 예쁠 나이 22세, 나는 K대 3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대학 1~2학년 과정을 대인관계도 좋고 성실하게 지내서인지 대학 3학년 때 학과를 대표하는 여자 부학회장에 추대됐다. 그리고 이 빛나는 시절 나에게 병도 찾아왔다. 대학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하여 더 많이 공부하고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나는 내 미래를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었다. 시골에서 상경한 나는 가정형편상 매우 적은 용돈으로 학교생활을 해나가야 했는데 하루에 한 끼 정도만 먹으며 생활을 했었고, 그 한 끼마저도
[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게으름도 유전된다?어떤 일을 해야 할 때, 왠지 모르게 망설이게 되고 미뤘던 경험을 해본 적이 있는가? 미적미적하다 약속 시간에 늦어본 일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는 평소 자신의 모습이거나, 늘 답답해 보였던 친구의 모습일 수도 있다. 의도했건 아니건, 우리는 정해진 일을 정해진 시간에 하지 못하는 이들을 향해 '게으르다'고 눈총을 주곤 한다. 제때 필요한 일을 잘 처리해도 모자란, 바쁘고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게으름은 우리의 주적(主敵)에 가깝다. 왜 우리는 게으름을
[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유시민 씨의 신작, 를 읽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류의 역사가 기록되고 발전되는 과정이 우리 개인의 삶의 궤적과 비슷한 것이 아닌가, 하고요. 유시민 씨가 이야기하듯 역사는 ‘사실 그대로의 사실’이 아닙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는 역사가가 평가하여 그중 의미가 있는 사실들을 간택한 것들이지요. 중국을 대국으로 섬기며 생겨난 사대주의적 사관은 과거 고구려 시대에 대륙을 호령하던 을지문덕, 연개소문의 흔적을 지워버리고, 패주한 당 태종의 위신을 살리도록 역사
[정신의학신문 : 허지원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우리는 아직 우리 자신을 모릅니다. 수십 년에 걸쳐 누적된 무의식-전의식-의식의 구조 사이사이에 어떤 기억과 감정들이 숨어있는지 여전히 모릅니다. 그러니 자신에 대해 함부로 아무렇게나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건 하나하나마다에 의미를 부여하며, 당신을 마음대로 정체화(identifiability) 하지 말아요. 어떤 외부의 기대에도 부응하려 하지 말아요. 당신은 당신이 바라는 삶을 살기 위해 아침에 일어나 하루 세 끼의 밥을 챙겨 먹고, 하나 정도의 취미를 가지고, 일과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