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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싸(아웃사이더)',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8.08.08 00:56

[정신의학신문 :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아싸'가 뭔가요?

'아싸'라는 말을 들어 보았는가?

흥에 취해 지르는 추임새가 아니다. 집단에 잘 섞이거나 적응하지 못하고, 타인과의 교류가 거의 없다시피 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아웃사이더(outsider)라 부르던 이들을 젊은층의 기호대로 줄여 부르는 단어이다. 

 

'인싸'는 '아싸'와 대척점에 있는 단어라 할 수 있다.

인사이더(insider)의 줄임말이며, 아싸와는 반대로 늘 타인들과 교류하며, 공동체 안에 속해있는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우리 주변에서 '아싸'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교실 구석에서 어딘가 존재감 없이 앉아 있었던 학교 친구, 회사에서 자주 마주치지만 인사는커녕, 눈을 내리깔고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태도로 엉거주춤 자리를 피했던 회사 동료의 모습이 떠오를 것이다.

혹은, 지금 주변 사람들을 피하고 방 안에 앉아 멍하게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일 수도 있다.

 

그들에게서 보이는 공통적인 정서는 우울, 불안, 초조, 긴장 등의 어둡고 부정적인 것들이다.

타인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기보다 소극적, 수동적으로 대하며, 어떻게든 타인에게 주목받거나 교류하는 상황을 불편해한다. 그야말로, 집단 내에 속하지 못하는 아웃사이더(outsider)의 전형이다.

이러한 아싸의 모습을, 정신의학에서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사진_픽사베이

 

♦ 고달픈 '아싸'의 삶 - 사회불안 이야기

물론, 그들의 모습이 획일화된 경향을 띠는 것은 아니다.

남들이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니, 자진해서 집단내의 소수로 남기를 자처하는, 자신감 넘치는 아웃사이더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개의 '아싸'는 부끄러워서, 긴장돼서, 사람들의 시선이 불편해서 등의 이유로 집단의 주변부로 밀려나는 경우가 더 많다.

자의가 아닌 타의로 공동체에서 멀어진 이들은, 더욱 위축될 뿐이다.  

 

정신의학에서는 이를 사회불안(social anxiety)이라 부른다.

사회불안이란, 말 그대로 타인의 시선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느껴지는 불안과 불편함을 말한다.

사회불안은 누구나 경험한다. 많은 사람 앞에서 발표할 때,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긴장을 느끼지 않는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다만, 그 정도가 지나쳐 사회적 상황을 과도하게 회피하게 되거나, 이로 인한 불안이 일상생활과 직장 생활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면 사회불안증(social anxiety disorder), 회피성 성격장애(avoidant personality disorder) 등과 같은 정신병리로 진단 내리기도 한다. 

 

♦ 아싸를 벗어나기 위한 되기 위한, 3가지 원칙

1) 사회적 상황에서의 자신의 생각을 잘 헤아리기

- 같은 상황에 놓인 이들이라도 어떤 이는 더 심한 불안을 느낀다. 이는 상황에 대해 각자가 내린 해석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를 자동적 사고 (automatic thought)라 한다.

사회불안이 심한 이들의 자동적 사고는 대개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생각할 거야', 혹은 '내가 하는 행동이 남들이 보기에 어색하지 않아야 하는데'라는 식의 타인 중심적 생각이 많다.

그 기저에는, 자신이 타인에게 사랑받지 못할 것이라는 존재론적 두려움, 혹은 끔찍한 결말을 예상하는 재앙화적 사고가 숨어 있다.

자신의 생각이 명백한 오류일 수 있다면, 현 상황에 대한 부적절한 해석을 믿을 필요는 없다. 

 

불안한 순간에 자신의 마음을 잘 헤아려볼 수 있다면, 그 후에는 현실적이면서 건강한 대안으로 바꾸는 연습이 필요하다.

'나를 쳐다보고 있지만, 크게 관심을 두지 않을 거야. 나도 그렇잖아'
'내 행동이 꼭 완벽하게 자연스러울 필요는 없어.'
'처음에는 긴장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편해질 거야.'

라는 식의 적절하고 합리적인 대안들을 미리 찾아 보고, 사회적 상황에서 불안이 느껴지면 이를 떠올리도록 하자.

휴대전화 배경화면, 업무 장소의 모니터 앞 메모지, 컴퓨터 바탕화면 등에 이 글들을 옮겨적고, 반복하는 것도 좋다. 

 

사진_픽사베이

 

2) 긴장을 푸는 방법들을 배우도록 한다.

- 자신의 생각을 바꾸어 나가는 과정 못지않게,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는 방법을 배우는 것 또한 중요하다.

특히, 호흡 이완 기법(breathing relaxation technique)은 이완을 위한 장소나 시간의 제약이 없어 추천할 만하다.

사회적 상황에의 긴장은 가슴으로만 쉬는 얕은 호흡을 일으킨다.

호흡 이완 기법을 통해 의도적으로 배로 호흡하게 된다면, 체내의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균형이 안정화될 뿐만 아니라, 부교감신경을 자극하게 되어 심리적 긴장과 불안이 줄어들게 된다.

 

하루에 2-3회가량, 조용한 장소에서 의자에 앉아 배를 사용하는 호흡을 해보자.

들숨 때 '하나', 날숨 때 '편안하다'를 속으로 되뇌며, 배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감각에 집중하도록 하자. 꼭 끼는 옷이나 벨트는 잠시 벗어놓고나 풀어도 좋다.

호흡 이완 직후의 이완감, 집중도를 수첩이나 스마트폰의 메모장에 매일 기록해 나가는 것이다. 약 2-3주가량 매일 훈련을 한다면, 조금씩 일상의 긴장이 줄어들 수 있다.

그 후에는 긴장되는 상황 직전에 사용하여 충분히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일상과 휴식의 완전한 분리가 필요 또한 중요하다.

대개 사회불안으로 힘들어하는 이들은, 일상의 스트레스에 취약한 경우가 많다. 몸과 마음의 긴장을 일으키는 교감신경의 불이 꺼질 새가 없다.

의도적으로 휴식을 통해 이완을 시켜주어야 한다. 명상, 요가, 온천욕 등 차분한 여가 활동이 도움이 될 것이다. 

 

3) 반복적 직면이 답이다.

- 건강한 생각, 몸과 마음의 이완을 통해 긴장이 다소 누그러졌다면, 이제 사회적 상황을 직면하는 단계이다.

자신이 힘들어하는 상황들 10가지를 나열하고, 순위를 매겨보자. 가장 낮은 순위의 상황부터 조금씩 맞부딪혀 나간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상황에서 불안했던 자신의 반응을 되돌아보고, 순간의 생각, 반응들에 대해서 끊임없이 건강한 생각과 이완 기법으로 대체해 나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는 혼자 힘으로 애쓰기보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불안은 분명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 

 

♦ '아싸'라고 불행할까, '인싸'라고 행복할까?

인간의 행복에 사회적 교류와 소속감이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더욱 중요한 건 스스로가 현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하는 것이다.

사회불안은 결국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할 때 생겨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불행한 '인싸'도 존재하며, 행복한 '아싸'도 있을 수 있다. 

공동체 내에서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가에 몰두하고, 타인의 시선에 매몰되기보다는 현재의 '나'를 더 사랑하는 것이, '아싸'의 소외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건강한 방법이다.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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