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한 심리학도가 실험을 준비했다. 피험자들에게 농구 장면을 보여주며 패스가 몇 번을 오고 갔는지를 세어 보라 요구한다. 장면이 끝나고 참가자들은 의기양양하게 오고 간 패스 횟수를 보고한다. 실험자가 다시 주문한다. “한 번 더 영상을 보시되, 이번에는 패스 횟수는 신경 쓰지 마세요.” 같은 영상이 다시 재생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피험자들은 어안이 벙벙해진다. 농구 코트 한가운데 커다란 고릴라(분장을 한 사람)가 활개를 치고 있는데도, 이를 첫 재생 때 알아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광
[정신의학신문 : 조현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직장인들은 어떤 상황에서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힘들어할까요?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거나, 업무량이 너무 많아 야근이 잦을 경우, 혹은 집과 직장이 너무 멀어서 출퇴근하느라 지치는 경우 등 여러 가지 상황이 있겠지요.하지만 이 모든 상황들을 압도하는 것은, 소위 말하는 ‘인성이 좋지 않은 사람들’과 일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데 많은 직장인들이 공감할 것입니다. ‘인성이 좋지 않은 사람’이란 표현을 정신의학적 용어로 치환하면 ‘성격장애(인격장애)가 의심되는 상사’라고 할 수 있습니
[정신의학신문 : 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초등학교가 아직 국민학교이던 시절, 귀갓길에 OO 상회라는 분식집이 있었다. 어묵을 나무젓가락에 꼬불꼬불 꽃아 튀긴 ‘디스코 오뎅’은 100원, 그냥 핫도그는 300원, 네모난 감자튀김이 도깨비방망이처럼 붙은 ‘못난이 핫도그’는 500원, 지금 돌이켜보면 자본주의의 기본 원리를 그때 체득했던 것 같다. 맛있고 인기가 있을수록 비쌌고, 비싸서 쉽사리 먹을 수 없는 것들은 왠지 더 탐이 났다.냉정히 돌아보면, 어릴 적 고향 동네는 빈촌이었다. 미담으로 회자될만한 가난 극복담은 없다. 그저
[정신의학신문 : 권순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늘도 직장에 출근한 당신은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 같죠. 나름 평균적이고 모나지 않은 삶을 살아왔다고 자부해왔던 당신에게 사람들은 낯선 관습과 잣대를 들이댑니다. 이상한 사람이라는 말을 듣기 싫어서, 혹시라도 손해 볼까 봐 두려워 당신은 자신을 숨기고 사람들의 룰에 맞춥니다. 모두가 좋아해 주는 옷을 입고 모두가 좋아하는 TV프로 이야기에 맞장구치며 억지 미소를 짓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이 점점 지쳐갑니다. 이게 정말 내가 바라던 모습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생각보다 힘이 들고
[정신의학신문 :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18%(약 3백60만 가구)가 총 천만 마리 이상의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반려동물의 수가 늘어난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인데 최근 1인 가구나 딩크족이 늘면서 수는 더욱 늘어나고 있고요. 특히 혼자 지내시는 분들께 반려동물은 가족이나 다름없지요. 아니, 때로는 사람보다 내 마음을 훨씬 잘 알고 위로해주기에 가족 이상의 유대감을 느끼는 분들이 점차 많아졌습니다.15년 동안 함께 지낸 고양이가 죽어 너무 힘들었던 여직원 A 씨는 반려동물의 장례
[정신의학신문 : 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춘기와 입시의 스트레스가 겹쳐 세상이 예쁘게만 보이지 않던 고등학교 시절, 긍정적이란 말이 싫었다. 한 문제 차이로 인생이 달라질 (것이라 믿었던) 냉혹한 현실 앞에서 그저 잘 될 거다, 괜찮을 거다,란 말이 공허했다. 좋은 말로 스스로를 안심시키기보단 영단어 하나를 더 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다. 긍정은 부정을 애써 부정할 때만 유용한 것이란 애처로운 생각도 들었었다.기억에 남는 한 친구, 그에 비해 참 태평했었다. 입에 달고 다니던 말이 ‘뭐 어쨌든 잘 되지 않을까?’였다
[정신의학신문 : 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착한 사람은 복을 받는다. 진실된 사랑은 행복을 준다. 노력 끝에는 결실이 있다.’많은 이들의 마음속에서 사실로 인식하는 문장의 예이다.어린 시절 우리는 이러한 글들이 참임을 교육으로, 경험으로 체득한다.가정과 학교는 이러한 기본적인 사회의 준칙을 학습하기 위해 잘 설계된 훈련장과 같다.보상과 처벌을 통해 사회의 기본 원리는 그렇게 되어있다고 우리의 마음속에 암묵적으로 주입된다. 그런데 혹시 ‘세상이 어디 그렇게 되어 있나?’라는 힐난이 떠오르진 않으셨는지.현실은 도덕 교과서와 다르
[정신의학신문 :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내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이유"36.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 (feat. 대화의 희열 - 아이유 편) 예전에 우연히 ⌜대화의 희열 - 아이유 편⌟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영상을 보면서 아이유라는 사람에 대해서 좀 더 알게 되었고, ‘참 생각이 바르다’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아이유의 노래도 참 좋지만, 사람으로서도 ‘참 괜찮은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그리고 ‘나도 저런 삶을 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설레고 기분 좋은
[정신의학신문 : 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마음이 울음을 멈추지 않을 때가 있다.마치 어린아이를 달랠 때처럼, 사탕을 쥐어주듯 여행을 떠나거나 영화를 보기도 하고, 왜 우냐며 마음을 캐묻거나, 이젠 그만 울라며 윽박질러 보기도 하지만 아이 같은 마음의 울음은 더욱 커진다.멈추지 않는 슬픔이 커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슬픔을 마주해야 할까. 기쁨과 슬픔은 생명의 번영을 위한 신호였을 것이다.행복은 생존 혹은 번식에 필요한 요건이 충족되었을 때 일시적으로 주어지는 보상이며, 반대로 슬픔, 불안, 분노 등
[정신의학신문 :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내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이유"35. 백종원의 성공 법칙 5가지 (feat. 대화의 희열2) 요즘 TV만 틀면 나오는 인물 중에 한 명이 백종원 씨인 거 같습니다. 백종원 씨가 출연하는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의 인기도 무척이나 높더라고요. 백종원 씨는 연예인인 소유진 씨와 결혼을 했지만, 소유진 씨도 인정했듯이, 현재로서는 소유진 씨보다 백종원 씨 인기가 훨씬 높은 게 사실인 거 같습니다.하지만 누가 뭐래도 백종원 씨는 연예인이기 이전에 성공한 사업가죠. 누구나 사업으로
[정신의학신문 : 권순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인간은 언제 어른이 되는 걸까요?여전히 나는 아이같이 세상을 두려워하건만, 세상은 나를 어른으로 규정하고 나 또한 스스로를 어른으로 여기며 하루를 살아갑니다. 단지 청춘이라 불리는, 규정할 수도 없는 추상적인 시기가 지나간 것뿐인데, 우리는 그것만으로도 용기를 잃고 의기소침해집니다.날지 못하게 된 새처럼, 노쇠한 인간의 몸에 갇힌 신처럼 우리는 젊음의 시기를 동경하고 그리워합니다. 꿈은 지금 여기에 우리와 함께 하는 게 아니라 과거 저 멀리 어딘가에 멈춰버린 채로 있는 듯합니다. 미처
[정신의학신문 : 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살다 보면 해결할 수 없는 마음속 갈등을 겪게 마련이다.어디론가 숨고만 싶을 정도로 부끄러울 때가 있고, 극심한 분노로 누군가를 해치고 싶을 때도 있다.간절히 원한다고 해서 모든 일에 성공할 수 없고, 못 보면 죽을 것만 같은 사람과도 헤어질 수밖에 없을 때가 있다. 인생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 생기면 자동으로 다시 시작하는 게임이 아니다.실수로 웃음거리가 되어도 출근은 해야 하고, 아무리 화가 나 눈앞의 그를 한 대 때리고 싶더라도 참아야 한다.다시는 사랑하지 못할 거란 슬픔
[정신의학신문 :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내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이유"34. 내 마음의 오번역기 – 콤플렉스 (feat. 전참시 이영자) ‘내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벌써 34번째 연재를 이어오고 있네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간단한 문제는 아니지만, 심플하게 정리하면 ‘과거가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현재에서만 이유를 찾기 때문에 내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거다.’가 될 수 있을 거 같습니다.무슨 말인지 알 듯 모를 듯하시죠? 오늘은 열
[정신의학신문 : 김병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 몸을 챙겨라감정의 달인이 되는 것은 균형 잡힌 신체를 유지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흔히 듣는 이야기와 같습니다.- 건강하게 먹고, 운동 규칙적으로 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라.너무 흔해 빠진 이야기라 식상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과학 연구들이 이 뻔한 이야기를 확증하고 있습니다. 건강한 정서 생활을 위해서는 신체 건강이 필수라는 것이지요. 지금 이 순간, 자기감정을 잘 다루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몸을 움직이는 겁니다.산책을 하거나, 자연에서 하면 더 좋습니다. 이것은 반추를 줄입
[정신의학신문 : 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울지마라외로우니까 사람이다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정호승, 수선화에게 中 ) 혼자서는 버거운 세상에 홀로 남겨졌을 때, 마음 한 켠에 드는 스산함을 외로움이라 한다.결코 떠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그이가 떠났을 때, 가족조차 속마음을 몰라줄 때, 지친 퇴근길, 집에 돌아와 방문을 열어도 어둠만 보일 때, 보통 외로움에는 선명한 이유가 있다.그래, 그래서 외롭구나, 이 아픈 시기가 지나면 마음도 아물고, 괴로움도 지나가겠지.외로움을 마주하는 우리는 조금만 참자며 스스로를
[정신의학신문 : 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어머니는 도대체 언제까지 저를 무대 위에 세우실 겁니까? 그만큼 분칠하고 포장해서 무대 위에 세워 놓고 박수받으셨으면 되셨잖아요. 어머니 뜻대로 분칠하시는 바람에 제 얼굴이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도 모르고 근 50 평생을 살아왔잖아요.”“여보, 당신 얼굴이 뭔데요? 어머니 아들, 예서, 예빈이 아빠, 내 남편, 주남대 교수, 그거 말고 당신 얼굴 뭐? 뭐가 더 있는데요?”“강준상이 없잖아, 강준상이! 내가 누군지를 모르겠다고!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 허깨비가 된 것 같다고 내가!” 인
[정신의학신문 : 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아침에 일어나면 아무것도 하기 싫어요. 하루 종일 우울하기만 하고 가슴도 답답해요.참아보다가 겨우 가족들한테 이야기를 했어요. 걱정도 해주고 위로도 해주면서 하는 말이 마음이 약해서 그렇대요. 운동이 좋다고도 하고, 의미 있는 일을 하면 좋아진다고도 해요.저는 진짜 죽을 것 같은데, 웃긴 건 그럴만한 이유도 딱히 없고 가족들 말이 맞는 것 같아요.그래서 헬스도 등록하고 영어학원도 다녀봤는데 그럴수록 자꾸 무리하는 것 같고 더 힘들어요.나름대로 노력하면 할수록 더 아무것도 못하겠어요.
[정신의학신문 :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내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이유"32. 스카이 캐슬, 김주영 선생은 왜 악마가 되었을까? 스카이 캐슬이 드디어 종영을 했네요. 스카이 캐슬은 제게는 의미가 깊은 드라마였습니다. 이번 연재까지 총 7개의 연재 글을 스카이 캐슬을 통해 여러분과 공유를 했더라고요. 싸이들의 잡학사전 등 유튜브 영상까지 포함하면 꽤 많은 콘텐츠를 스카이 캐슬 드라마를 통해 여러분들과 공유를 하였습니다. 그만큼 제게는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거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전달드리고 싶었었던 메시지,
[정신의학신문 : 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살다 보면 한 번쯤 그럴 때가 있다. 이렇게는 더 이상 살 수 없는데, 어떻게 살지도 알지 못하는. 정신과 레지던트로 첫 근무를 할 때의 설렘이 기억난다. 피 말리는 수험생 시절과 지루하고도 버거운 6년의 의대 생활로도 모자라, 심전도 촬영 기계, 관장 기계(의료행위라 의사 자격증을 가진 인턴이 직접 해야 한다)였던 1년의 인턴 시절을 더 버티고 겨우 얻은 자격이었다.힘든 이들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고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함께 치유의 길로 나아간다는 흔한 판타지가 내 마음속에도 가
[정신의학신문 :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내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이유"30. SKY 캐슬, 강준상 교수는 왜 의사가 되었을까? SKY 캐슬 드라마를 보면서 인상 깊은 인물 중에 하나가 강준상 교수(정준호 분)였습니다. 드라마에 나오는 많은 캐릭터들이 욕망을 대놓고 표출하는데 비해 강준상 교수는 혼자 아닌 척하고 있었기에 더 인상이 깊었습니다. ‘강준상 교수의 모습이 오히려 우리네 모습과 더 닮아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 인상이 깊었던 것 같습니다.우리네 사는 곳에는 욕망을 대놓고 표현하는 것은 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