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내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이유"
34. 내 마음의 오번역기 – 콤플렉스 (feat. 전참시 이영자)

 

‘내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벌써 34번째 연재를 이어오고 있네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간단한 문제는 아니지만, 심플하게 정리하면 ‘과거가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현재에서만 이유를 찾기 때문에 내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거다.’가 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 듯 모를 듯하시죠? 오늘은 열등감(콤플렉스)과 관련하여 내용을 풀어보면서 상기 명제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열등감과 관련하여 얼마 전에 재미있는 영상을 보게 되었거든요.

사실 시기는 조금 지난 영상이기는 하지만, 시기와 관련 없이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를 던져준다고 생각합니다. 그 영상은 ‘전지적 참견 시점(이하 전참시)’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영자 씨가 했던 강연 영상입니다.

이영자 씨가 군부대를 찾아서 강의를 하는 장면이 전파를 탔는데요. 패널들도 이영자 씨 강의를 보고 깜짝 놀라는 반응이 나왔지만, 저도 보면서 내용과 강의 스킬 등 모든 면에서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영자 씨가 강의 초반에 ‘토끼와 거북이’ 우화 내용을 언급하면서 질문을 하나 던집니다. 그 질문은 ‘거북이는 왜 토끼와 경기를 한다고 했을까?’입니다.

그쵸? 경기 전에는 누가 봐도 거북이는 토끼와 경쟁이 되지를 않습니다. 보통 이런 경우 대부분은 회피하려 하지, 부딪혀 보려 하지 않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비추어 봤을 때, 많은 생각해볼거리를 던져주는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한 번쯤 생각해보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이어서 이영자 씨는 본인이 겪었던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냅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생선 가게를 했기 때문에 냄새에 민감했다고 합니다. 다른 친구들이 내 몸에서 냄새가 난다고 놀릴까 봐 불안해하며 벌벌 떨었다고 합니다.

성인이 된 지금이야, 그게 뭐가 그렇게 중요하고 큰일이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어린 이영자 씨에게는 분명 작은 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친구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집단에서 배척당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는 일이니까요.

이것이 콤플렉스가 되어 이영자 씨는 지금도 냄새를 맡는 게 습관이 되어 있다고 하였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음식 냄새를 맡으려는 행동으로 보지만, 자신에게는 어렸을 때 형성된 열등감으로 인해 생긴 습관이라고 합니다.

어린 이영자 씨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보죠. 얼마나 노심초사를 했으면 늘 냄새를 맡는 것이 습관이 되었을까요? 그 어렸을 때 노심초사했던 마음을 내가 살뜰히 살펴봐주고 보듬어주지 않으면 그 마음은 늘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이영자 씨 표현을 빌리자면 그 마음은 오번역기가 되어 늘 나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주게 되어 있습니다. 지금 내 몸에는 생선 비린내가 나지 않음에도 늘 의기소침해있고, 다른 사람의 사소한 행동에도 민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영자 씨는 그러한 경험을 해보았기 때문에 인생 후배인 군인들은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그렇게 자신의 아픈 부분을 드러내며 방송에서 이야기를 하였다고 생각합니다.

 

이영자 씨는 방송에서 추가적으로 자신의 콤플렉스를 하나 더 오픈합니다. 어머니가 남아선호사상이 심했기 때문에 오빠와 차별이 심했다고 했습니다. 치킨을 먹어도 오빠는 닭다리, 자신은 목살만 먹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래서 자신은 닭다리가 그렇게 맛있는 건지 몰랐었다고 합니다. 먹어본 적이 없었으니까.

이런 경험을 했던 어린 이영자 씨는 ‘나는 사랑받을 수 없는 존재이구나.’라는 생각을 자신도 모르게 하게 되었던 거 같습니다. 어린아이가 ‘그 시대에는 아들을 낳는 게 중요했고, 엄마가 그래서 오빠를 더 챙기는 거고,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거구나.’라고 이해하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냥 간단하게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나는 사랑받을 수 없는 존재이구나.’라고요.

이영자 씨는 지금도 누군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하면, 어색하고 민망한 마음이 든다고 하였습니다. 농담이 섞인 거지만, 어떤 남자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하면, ‘급전이 필요한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습니다.

지금의 이영자 씨는 자수성가도 이루었고 충분히 매력이 있어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렸을 때 형성된 그 마음, ‘나는 사랑받을 수 없는 존재이구나.’라는 그 마음이 성인이 된 지금도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은 그렇습니다. 과거에 형성된 마음이 나도 모르게 그냥 그렇게 작동하고 있습니다. 이영자 씨도 그런 마음을 많이 이겨내신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도 나도 모르게 그런 마음들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이더라고요.

누구에게나 어렸을 때 형성된 콤플렉스는 그 영향력이 너무나 막강해서 거기서 벗어나는 과정은 평생 해야 할 과정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의 이영자 씨에게는 생선 비린내가 나지도 않으며, 어머니가 오빠에게 닭다리를 더 챙겨주든 말든 상관이 없습니다. 이영자 씨 말대로 지금은 닭 한 마리를 통째로 먹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도 이영자 씨 마음은 생선 비린내가 나서 노심초사하는, 오빠에게 엄마의 사랑을 뺏겨서 스스로를 못난 사람으로 생각하는 그 마음 그대로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과거가 우리를 지배한다고 그토록 말씀을 드렸던 것입니다. 지금 현재는 상황이 바뀌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의 마음은 그때 그 시절에서 형성된 대로 그대로 작동을 하고 있으니까요.

우리가 성인이 되어 ‘나 자신을 알아간다’는 것은 과거에 형성된 나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과 동의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알아가게 되면 더 이상 ‘내’가 ‘내 마음’에 종속되는 것이 아닌, ‘내’가 ‘내 마음’을 컨트롤할 수 있게 됩니다.

사실 어렸을 때 형성된 열등감은 잘 활용만 하면 커다란 에너지가 될 수 있거든요. 이영자 씨도 강연에서 자신이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에 하나가 그거였다고 했습니다. 꼭 성공해서 내가 닭 한 마리를 온전히 먹겠노라고.
 

사진_픽사베이


분명 결핍은 커다란 에너지를 낼 수 있게 하는 커다란 에너지원이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것을 내가 스스로 활용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되겠지요. 활용을 하기 위해서는 내가 그 마음을 온전히 알아주고 이해해주는 것이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내가 조정하고자 하는 대상에 대한 인식 없이 무엇을 조정하겠다고 하는 것은 허공에다가 헛손질하는 것과 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용과 종류가 다를 뿐이지 콤플렉스(열등감)가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를 포함해서요. 결국은 그것을 있는 그대로 인지해주고 인정해줄 수 있는 사람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영자 씨가 강연에서도 이야기하셨지만, 여러분들도 잘 찾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나의 콤플렉스(열등감)를 인지해줄 수 있는 사람은 그 콤플렉스의 주인이 되어 내가 원하는 대로 활용할 수 있지만,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은 그 콤플렉스에 지배당해서 내가 왜 이러고 있는지도 모르게 그냥 그렇게 살아가‘지’게 됩니다. 그 둘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영자 씨도 그런 부분을 인지하였기 때문에 인생 후배님들에게 마음을 담아 강의를 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영자 씨가 강연 초반에 던졌던 질문이 있었죠? 거북이는 왜 토끼와 경기를 한다고 했을까요?

전참시에서 이영자 씨가 스스로 내린 답은 ‘거북이는 콤플렉스(열등감)가 없었구나.’였습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그런데 표현만 조금 바꿔보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콤플렉스가 없는 사람은 세상에 없으니까요.

거북이는 자신의 콤플렉스를 있는 그대로 인정할 수 있었기 때문에 경기에 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스스로 인정할 수 있기 때문에 경기에 져도 손상될 게 없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니까요. 그냥 묵묵히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만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입니다. 게다가 그런 콤플렉스를 만회할 수 있는 또 다른 강점(성실함) 또한 있는 그대로 알고 인정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강점에만 집중해서 경기에 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단점이든 강점이든 무엇이든 있는 그대로 알고 인정해주는 것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부정을 하든 회피를 하든 그게 ‘나’이니까요. 게다가 알고 인식하고 인정하게 되면 내가 다룰 수 있는 무엇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반대로 부정을 하고 회피를 하면 내가 다룰 수 없는 무엇이 되는 것이고요. 둘 중 어떤 삶을 살지는 결국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의 몫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혼자서 힘드시다면, 전문가(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보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혼자서 운동하는 것과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는 것이 천지차이이듯 우리의 마음을 단련하는 것도 똑같습니다. 도움을 받아보신다면 새로운 세계가 열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게 상담을 받았던 내담자가 했던 말로 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상담을 받고 많은 게 바뀐 거 같습니다. 그런데 저 자신은 바뀐 게 없는 것 같은데 세상이 바뀌어 있어요. 제 아내가 저를 바라보는 눈빛, 제 아들이 저를 바라보는 눈빛, 친구들이 저를 바라보는 눈빛들이 바뀌어 있어요.”


여러분도 자신 안에 있는 마음의 오번역기를 없애고 세상이 바뀌어 있는 경험을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을 담아 전해봅니다.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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