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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맨(Rain man) - 서번트 증후군, 황량한 사막, 오아시스에 핀 작은 희망정신과 의사가 읽어주는 영화, 열 두 번째 이야기
유길상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 승인 2017.09.19 07:21

[정신의학신문: 유길상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사진_스티븐 윌트셔와 그가 그린 Flat Iron Building in New York (출처_위키미디어 공용)

 

스티븐 윌트셔(Stephen Wiltshire)는 로마, 시드니, 도쿄 등 대도시를 헬리콥터를 타고 둘러본 후 도시의 세세한 모습까지 기억하여 거대한 캔버스에 표현하는 화가로 유명하다. 일례로 그는 헬리콥터로 20분 동안 뉴욕 상공을 둘러본 후 5.5미터의 광대한 화폭에 뉴욕의 전경을 완벽하게 재현했다. 그의 엄청난 암기력은 어디서 온 걸까?

 

스티븐 윌트셔는 사회적 소통 및 상호 작용의 어려움, 제한적이며 반복적인 행동의 증상을 보이는 자폐증(Autism) 환자다. 그는 3세 때 자폐증 진단을 받았고 5살 때 특수학교에 입학했다. 그리고 9살의 늦은 나이에 말하기를 시작했다. 스티븐 윌트셔가 그림 그리기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인 이유는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 때문이다. 서번트 증후군은 자폐증 등 뇌기능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계산, 암기, 음악, 미술 등 특정 분야에서 천재적인 능력을 가지는 현상이다. 이들은 자폐증과 함께 지적 능력 저하 등의 동반 질환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나 일부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반전의 모습을 보여 영화나 TV드라마의 단골 소재로 등장한다. 최근, 서번트 증후군으로 피아노와 클라리넷 연주에 천부적인 능력을 보이는 한 인물의 삶이 TV를 통해 방영되기도 했다.

 

사진_영화 레인맨 (배급사_유나이티드 아티스트(MGM/UA)

 

1988년에 제작된 고전 영화 레인맨(Rain man) 또한 자폐증과 서번트 증후군을 주제로 한 영화다. 찰리는 큰 부자였던 아버지가 사망 후 300만 달러의 엄청난 재산을 형인 레이먼드에게만 물려준 사실을 알고 분노한다. 그리고 찰리는 기억을 더듬어 오래전 자폐증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한 형을 찾아 나선다. 빚에 시달리는 찰리는 형의 유산을 탐내 레이먼드의 보호자가 되기를 자청하고 함께 여행을 시작한다. 레이먼드는 고소공포증으로 비행기 타기를 거부하고 고속도로가 위험하다고 차 타기조차 거절하여 부득이하게 좁은 도로를 따라 긴 여행을 하게 된다.

 

취침 시간, 찰리는 잠자기를 거부하는 형에게 전화번호 책을 무심하게 던져주고 다음 날 아침 형이 지난 밤 사이에 전화번호를 통째로 외운 사실을 알게 된다. 찰리는 형의 비상한 암기력과 놀라운 수학 능력을 이용하여 라스베가스의 카지노에서 짧은 시간에 천문학적인 큰 돈을 번다. 그리고 그동안 진 빚을 갚고 남은 돈으로 호화로운 생활을 한다.

 

사진_영화 레인맨 (배급사_유나이티드 아티스트(MGM/UA)

 

자폐증 환자들 중 일부는 어떻게 천재적 재능을 지닌 서번트 증후군을 보이는 걸까? 우리의 좌뇌는 언어적, 논리적 사고를 그리고 우뇌는 공간적, 감성적인 사고로 특화되어 있다. 그리고 좌뇌와 우뇌는 뇌들보(corpus callosum)를 통해 연결 되어 있다. 서번트 증후군의 원인은 좌뇌와 우뇌의 연결이 끊어져 우뇌가 좌뇌의 지배에서 벗어나 잠재된 능력을 발휘하기 때문으로 된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좌뇌가 손상된 후, 보완적으로 우측 측두엽이 발달하여 천재적인 재능을 보인다고 추정하고 있다.

 

자폐증 환자들은 의사소통의 장애, 제한된 관심과 상동적인 행동 등으로 일상적인 생활을 하기가 어렵다. 만약 자폐증 환자가 수학, 예술 등 일부 분야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인다면 이를 통해 사회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은 자폐증 환자들의 사회 적응 재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자폐성 장애를 보이는 이들이 모두 서번트 증후군을 겪는다고 오해하나 실제로는 자폐성 환자 중 약 10퍼센트만이 서번트 증후군을 보인다고 한다.

 

사진_영화 레인맨 (배급사_유나이티드 아티스트(MGM/UA)

 

영화의 후반부, 큰 돈을 손에 쥐어 한껏 기분이 좋아진 동생은 형을 안아보려고 하지만 형은 완강히 거부한다. 찰리는 형을 이해하기 위해 같이 생활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레이먼드는 똑같은 질문을 수없이 반복하고 일정한 시간에 TV 프로그램을 봐야 하며 전자제품을 오작동 시켜 집에 불을 내는 등의 자폐적인 사고와 비적응적 행동을 보인다. 3일 밤낮을 함께 지내고 나서야 찰리는 어린 시절 상상 속의 친구, 레인맨이 바로 형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본인의 이기심 때문에 형을 끌고 다녔던 지난  날을 후회하고 형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된다.

 

서번트 증후군은 광활하고 황량한 사막, 오아시스에서 피어난 가녀린 희망은 아닐까? 자폐증과 서번트 증후군에 대해서 궁금하다면 조금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감동적인 레인맨 영화 감상을 추천한다.

 

 

유길상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beethoven61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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