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관계 이론을 바탕으로

정신의학신문 | 유길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선거는 민주주의 꽃이라고 합니다. 대한민국의 선거 중에서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가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제 4년마다 한 번 있는 국회의원 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았습니다. 정당에서는 지역과 정당을 대표할 인물들을 한 명씩 선발하고 있습니다. 과연 누구를 뽑아야 할까요? 

우리는 대상을 인식할 때 나름의 시각이 있습니다. 나 자신을 비롯해, 부모님, 친구, 선생님, 직장 동료에 대한 고유한 느낌, 감정, 이미지를 가지고 있죠. 이를 정신의학에서는 정신적 표상이라 말합니다. 정신적 표상은 의미 있는 사물이나 대상에 대한 비교적 일관되게 유지되는 지각을 일컫습니다. 정신적 표상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우리는 생애 초기, 양육자와 상호작용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과 타인에 대한 표상을 만들어 갑니다. 나 자신이 주변으로 인정과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확신감이 있다면 긍정적인 자기 표상이 형성됩니다. 하지만 이런 확신감이 부족하다면 부정적인 자기 표상이 생기게 됩니다.

우리는 항상 자신에 대해서 긍정적인 감정만을 가질 수는 없습니다. 때론 원하지 않는 시련과 실패를 겪고 좌절합니다. 나는 왜 이렇지? 이것밖에 못하는 걸까? 스스로에 대해 의문과 회의감을 가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긍정적 자기와, 부정적 자기의 변증법적 통합 과정을 통해 더욱 강화된 긍정적 자기를 가질 수 있습니다. 

타인에 대한 표상이란 나 자신을 제외한 누군가를 믿고 가까이 할 수 있다는 믿음을 말합니다. 다른 사람에 대해 긍정적인 표상을 가진다면, 믿고 신뢰하고 협력적인 태도를 보일 것입니다. 하지만 부정적인 타인 표상이 형성된다면, 아무도 믿지 못하고 본인만의 세계에 갇히게 됩니다.

그러면 배타적이고 회피적인 삶을 살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타인에 대한 표상도 항상 긍정적일 수만은 없습니다. 부모님이 나를 사랑으로 보살펴 주시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되지만, 때로는 감정적이고 이기적이며 서툰 모습을 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보편적으로 긍정적인 대상 표상을 바탕으로 부정적인 표상을 통합하여 전체적으로는 긍정적인 타인 표상을 만들어 갑니다. 

 

사진_ freepik
사진_ freepik

 

그렇다면 자신과 타인에 대한 표상, 즉 대상관계 이론을 정치에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내가 지지하는 정치인이나 정당은 자기 표상, 경쟁 관계에 있는 정치인이나 정당은 타인 표상으로 확장하여 적용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지지하는 정치인이 항상 옳은 공약이나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치인도 한 명의 불완전한 인간이기에, 때로는 실수를 할 수 있고 나의 가치관과 맞지 않는 정치철학을 가질 수 있습니다. 내가 선호하지 않는 정치인 또한 모든 정책에 대해 나와 반대되는 정치적 결정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반대 성향의 정치인이나 정당이 나의 가치관, 철학과 일치하는 정책을 펼칠 수도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여당과 야당의 균형과 견제, 그리고 변증법적인 통합 과정을 통해 성숙해 갑니다. 따라서 내가 지지하는 정치인이나 정당에 대해 광신도적 믿음을 보이거나, 상대 진영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분법적 사고, 흑백 논리, 인신공격 등은 각각의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좋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자기 표상과 대상 표상이 어떤가요? 그리고 지지하는 정당과, 반대하는 정당에 대한 생각이나 느낌은 어떤가요?

4월 10일, 균형 있고 유연한 시각으로 선거에 꼭 참여하여, 합리적인 선택 하시길 권유 드립니다.

 

성모사랑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유길상 원장

유길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성모사랑 정신건강의학과
가톨릭중앙의료원 수련의, 전공의
(전) 포천시 정신건강증진센터 자문의
(전) 의정부 청소년 쉼터 상담의
대한정신건강재단 해피마인드 상담의, 대기업, 보건소 등에서 다수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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