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오산시가 세교신도시 소재 정신과 보호병동 설립 허가를 취소한 뒤 절차의 정당성에 관한 논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6월 20일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해당 병원 병원장이 행정 조치에 불복하여 소송을 건다면 특별감사를 하고 삼대에 걸쳐 자기 재산을 다 털어놔야 할 것”이라고 촛불문화제에서 선언했다. ‘내 뒷마당에서는 안 된다(not in my backyard).’는 이러한 지역이기주의를 님비(NIMBY) 현상이라고 부른다.핵폐기물처리장·하수종말처리장·쓰레기매립장·시립화장장 등을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 유치하는 것을 반대하
[정신의학신문 : 건대하늘 정신과 박지웅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5년마다 보건복지부에서 시행하는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는 우리나라 정신건강의 현실을 신랄하게 드러냅니다. 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약 25%가 평생 동안 한번 이상의 정신질환을 경험했지만 그중 22.2%만이 정신건강 전문가를 찾았다고 합니다. 이마저도 직전 조사인 2011년(15.3%)에 비하면 6.9% 포인트나 늘어난 장족의 발전이지만 여전히 다른 나라 정신질환 경험자들에 비하면 턱 없이 낮은 수치입니다. 미국은 평생이 아닌 지난
[정신의학신문 : 김정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살인자의 봉사활동 - 고유정 上 편 누구에게나 자녀는 소중하며 특히 자신의 피가 섞인 자녀는 특별히 소중하다. 그 자녀를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 싶고, 자녀에게 위협이 되는 것을 최대한 멀리 떨어뜨려 놓고 싶다. 왜냐하면 자녀가 건강히 잘 커서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기 때문이다.하지만 고유정에게 자녀란, 행복할 권리를 가지고 있는 존재이기보다는 고유정 자신의 정서적 만족을 위한 한 가지 수단일 가능성이 높다. 자녀가 있음으로써 자신은 어머니의 지위를 얻을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사회
[정신의학신문 : 김정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 수사 중인 고유정(36) 같은 사람이 우리 곁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새로운 관련 기사를 볼 때마다 몰려왔다. 평범한 연인의 보통 사랑의 끝이 어떻게 참혹한 결말을 맞이하게 됐을까?피해자인 전 남편과 고유정은 같은 대학교 봉사동아리에서 만나 5년 연애 후 결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봉사동아리에서는 보육원 아이들 공부를 도와주는 일 등을 했으며, 동창들은 고유정이 착하고 밝은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또 단 둘이 한 달 간의 해외여행을 무사히 다녀올 정
[정신의학신문 :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본 글에는 영화 ⌜기생충⌟과 관련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생충 봤습니다. 하지만 영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데 기분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뭔가 답답하고 찝찝하고 무거운 것이 느껴졌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바로 캐치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그 무거움의 알맹이가 정리되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래서 영화를 본 지 열흘이 지난 지금 이렇게 제 생각을 정리해봅니다. 기생충을 관람하기 전부터 기생충이 ‘빈부격차’에 대해 다루는 영화라는
[정신의학신문 : 조성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안녕하세요. 오늘은 영화 리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입니다.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있으니, 아직 보지 않으신 분들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영화에서 세 가족이 나옵니다. 엄청 가난한 기택(송강호) 가족이 나옵니다. 가장 기택(송강호)은 대만카스테라 사업도 말아먹고, 발레파킹도 해보고... 지금은 놀고 있습니다. 반지하 방에, 곱등이랑 같이 살고, 와이파이도 끊기고, 할 일도 없는데 낙천적이기는
[정신의학신문 : 조현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조현병 환자와 연관된 사건사고 뉴스가 요즘처럼 많이 나온 적이 있었나 싶습니다. 지난 4월 2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진주 방화∙살인사건은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범인은 조현병 환자였습니다. 또 최근에는 충남 공주시 당진-대전고속도로에서 조현병 운전자가 역주행하는 바람에 정면충돌 사고가 났고, 그의 어린 아들과 결혼을 앞둔 젊은 여성이 사망해 모두를 안타깝게 했습니다.많은 언론에서 보도했듯 조현병 환자가 범죄를 일으킬 확률이 높은 것은 아닙니다. 지난해 대한신경정신의
[정신의학신문 : 이상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선생님! 저는 저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요. 좋아할 만한 구석이 딱히 없는 것 같아요. 살도 빼고 예뻐지고 싶어요. 콧대는 한지민 정도로 높고, 눈매는 강아지 눈매. 박보영처럼. 또 말도 예쁘게 하고 싶어요. 성격도 좋아서 제 친구처럼 사람들한테 사근사근 대하면 좋겠어요. A: 문제는 예쁘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내가 나를 예쁘게 봐주지 않아서입니다. 예쁜 조건을 만들었다고 해도, 내가 나 자신을 예쁘게 봐주지 않으면, 또 실망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내가 나를 바라보는 자아이미
[정신의학신문 :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요즘 게임중독 장애 때문에 시끌시끌한 거 같습니다. MBC 100분 토론에서도 다루어졌고, 유튜브에서는 100분 토론 프로그램 자체, 그리고 출연진에 대한 설왕설래들도 많이 오가는 거 같습니다.세상에 있는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장단점은 각기 존재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토론에 있어 어느 쪽 입장을 취하더라도 할 이야기가 많아질 것입니다. 하지만 토론이 존재하는 이유는 좀 더 나은 합의점을 도출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합니다.그런 측면에서 바라봤을 때, 토론이 평행선을 그리는 가장 큰 이유
[정신의학신문 :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얼마 전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박한이 선수가 다음날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며 접촉 사고를 냈고 음주단속에 걸렸습니다. 삼성구단뿐 아니라 프로야구 전체의 레전드였던 그는 곧바로 은퇴를 발표했습니다. 보장된 미래와 영광, 지도자의 길, 모든 것이 불투명해지고 말았지요.박한이뿐만 아니라 과거 다른 야구선수나 유명 연예인들의 끊임없는 음주사고가 매번 발생해왔습니다. 대리기사를 부를 돈이 없었을 리도 없고, 적발되면 자신의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음을 뻔히 알면서도 재발하는 이유는 대체
[정신의학신문 :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본 글 중간에 ⌜엑스마키나⌟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19년 5월 24일–5월 25일 이틀에 걸쳐 ⌜The social agent : perspectives from cognitive science⌟라는 제목으로 2019 한국인지과학회 연차학술대회가 개최되었었습니다. 개인적인 관심사로 인해 휴가를 써가며 학회에 직접 참여를 했었습니다. 역시나 흥미로운 주제들이 많은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물론 학문으로서 역사가 오
[정신의학신문 : 정두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과기원 진료실에서 자주 듣게 되는 학생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고생하고 참아내면 그다음에는 무언가 쉽게 이루어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죠. 그중 세 가지 질문에 답을 해보겠습니다. “엄마가 지금만 참고 공부하면 다 된다고 했어요. 시험만 잘 보면 편하고 행복하게 산다고 했는데 그렇지 않아요.”엄마한테 속은 겁니다. 만약 엄마도 성적이 좋지 않았으면 똑같이 속은 채로 사셨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성적이 좋았던 엄마도 공부를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저렇게 말씀하셨을 수 있
[정신의학신문 :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0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대학이나 성적, 가족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10대의 삶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아마 ‘친구’일 겁니다. 친구관계를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장소가 바로 학교인데 흔히 말하는 사춘기, 질풍노도의 시기가 요새로 따지면 중학교 1학년입니다. 초등학교와 너무도 달라진 환경, 아직은 서먹한 친구들, 새로운 그룹을 만들고 적응하려는 노력들, 어찌 보면 중학교 1학년 교실의 새 학기 3월 풍경은 친구를 사귀고 무리를 형성하려는, 뒤처지고 소외되지 않
[정신의학신문 : 정두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큰 인기를 끌었던 SKY캐슬이라는 드라마 속 이야기에는 두 건의 자살이 등장한다. 드라마 초반 의대 교수의 아들이 부모의 강압적인 교육으로 부모가 원하는 서울의대에 합격한다. 아들은 합격증으로 부모를 기쁘게 하는 것까지만 자식으로서 의무였다며 대학에 입학하지 않고 집을 떠나 부모와 연을 끊는다. 이에 어머니는 관계를 회복하려 노력하지만 실패하자 자살을 한다.다른 하나는 대화로 등장한다. 드라마 중반 아버지는 친구 아들이 서울의대 본과 1학년(대학 3학년) 때 자살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정신의학신문 : 김정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환자는 자신을 돌봐주는 의사에게 애정을 느끼기 쉽다. 계약 관계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질병을 치료함으로써 도움을 주려고 하는 사람임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환자와 접촉을 자주 하는 전공의 시절은 환자 분들께 많은 사랑을 받게 되고, 이때의 경험은 의사가 성장하면서 만나는 다른 환자 분들과 좋은 관계를 만드는 데 중요한 바탕이 된다.반대로 주치의도 자신이 담당하는 환자에게 애정을 느끼기 쉽다. 마찬가지로 계약 관계로 타인을 돌보는 행위를 하지만, 그 행위 자체 때문에, 또 환자가 표
[정신의학신문 :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년 전, 대한민국은 비트코인의 세상이었습니다.'친구가 일주일에 몇 천만원을 벌었대'...'안 하면 바보래. 1년 연봉 한 달 만에 벌 수 있어.'정치인, 변호사, 교수님, 할아버지, 할머니, 심지어 대학생들까지.떼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에 모두가 뛰어들었고 수십 가지의 가상화폐가 새로 생겼으며 거래소 역시 우후죽순으로 늘었습니다. 검색순위를 몇 달 동안 장악하고 영원히 꺼지지 않을 것만 같던, 흡사 신앙 같은 열기는 2017년 12월을 기점으로 거품처럼
[정신의학신문 : 장재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직업 상 비행청소년들을 자주 상담하게 된다. 요즘 아이들은 정말 깜짝 놀랄 정도의 폭력을 저지른다. 얼마 전에도 불과 초등학교 6학년인 여학생이 불량 언니들과 합세하여 특정 친구를 괴롭히고 집단 폭행을 하면서 심지어 옷을 벗기고 휴대전화로 촬영까지 했단다. 선생님이나 부모님께 이르면 학교 전체에 동영상을 뿌릴 거라며 협박까지 하면서.폭행을 저지르는 청소년들을 상담하면서 왜 때렸는지를 물으면 다양한 이유를 댄다. 대체로 싸가지 없어서, 시비 걸어서 등 상대에게 원인을 돌린다. 그래도 먼
[정신의학신문 : 김정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7일 진주에서 참극이 벌어지기 2주일 전, 가족이 안모 씨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 했지만 거부당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환자를 강제입원시키기 위해 병원에 전화를 했는데, 병원이 환자 위임장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일까.언론에 공개된 자료로 당시 상황을 재구성해 봤다. 안모 씨는 2명 이상의 가족이 있었다. 하지만 반복되는 안모 씨의 폭력과 범죄로 가족 모두가 안모 씨와 함께 사는 것을 거부했다. 이는 중증 정신질환자가 구성원인 가족에게 흔한 일이다. 같은 집에서 사
[정신의학신문 : 정두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지난해 12월 31일, 예약 없이 찾아온 마지막 환자를 진료하던 정신건강의학과 임세원 교수는 위험을 직감하고 몸을 피했다. 그러나 사람들의 안전을 챙기느라 대피공간을 나와 소리치며 대피를 지시했다. 범인은 미처 멀리 피하지 못하고 넘어진 그를 올라타 흉기로 찔렀다. 시민들이 가족과 한 해를 마무리하는 저녁에 그는 자신의 병원 응급실에서 사망했다. 임 교수는 우울증 치료와 자살 예방에 노력했던 의사이며 한국형 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의 주요 개발자이다. 그는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기
[정신의학신문 : 김정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경남 진주 아파트 방화 살인 사건 피의자의 안모 씨가 과거 2015년 1월부터 2016년 7월까지 전주 시내 정신병원에서 진료받았으나 최근 진료기록은 없음이 밝혀지면서, 치료받지 않는 조현병 환자 관리 문제가 다시 이슈화 되고 있다. 또한 폭력 위험이 불분명한 처음 발병한 조현병이 아니라, 이미 과거에도 폭력으로 인해 국립법무병원(공주치료감호소)에서 정신감정을 받고 집행유예와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었고, 안모 씨의 기행으로 최근 경찰이 출동한 적도 있었던 터라 관리의 허술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