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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스트레스 - 명문대 경쟁이 자살을 부른다
정두영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 승인 2019.05.21 12:56

[정신의학신문 : 정두영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큰 인기를 끌었던 SKY캐슬이라는 드라마 속 이야기에는 두 건의 자살이 등장한다. 드라마 초반 의대 교수의 아들이 부모의 강압적인 교육으로 부모가 원하는 서울의대에 합격한다. 아들은 합격증으로 부모를 기쁘게 하는 것까지만 자식으로서 의무였다며 대학에 입학하지 않고 집을 떠나 부모와 연을 끊는다. 이에 어머니는 관계를 회복하려 노력하지만 실패하자 자살을 한다.

다른 하나는 대화로 등장한다. 드라마 중반 아버지는 친구 아들이 서울의대 본과 1학년(대학 3학년) 때 자살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저 불쌍하다고 생각한 친구의 이야기가 자신과 연관되었을 줄 몰랐다는 말로 인해 사건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드라마는 학벌과 사교육으로 얼룩진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을 자살이라는 극적인 사건을 통해 보여주려 한다. 자세히 묘사된 자살 방법이 다행히 접하기 어려운 장총이라는 점은 모방 자살의 문제를 보완하려는 시도였을지도 모른다. 그것과 상관없는 미학적 선택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정신과 의사로서 다행이다 싶었다.

 

드라마 ‘SKY캐슬’의 한 장면. 서울대 의대 입학을 포기한 아들과의 갈등으로 자살을 선택한 엄마의 장례식 장면이다. | 출처: JTBC 홈페이지

 

필자는 유니스트에서 구성원들을 상담하고 치료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의대를 간 의사들과 달리 과학고, 카이스트를 졸업하고 IT 업체에서 병역특례로 군 의무를 마친 후 서울의대 본과로 편입했다. 스트레스가 없지 않았지만 내가 선택한 길이고 그만둘 수도 있는 길이기에 자살까지 몰리지는 않았다. 평범한 교육 수준의 부모님이 특정 학교나 학과를 강요하신 적은 없었지만, 보통의 부모가 그러하듯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젊은이들이 성적, 적성, 진로, 경제적 어려움, 가족 문제, 친구와의 갈등으로 힘들어하는 것을 직접 보기도 하고 전해 듣기도 했다.

 

필자가 카이스트에 입학한 1996년은 처음으로 카이스트에서 자살사건이 외부로 알려진 시기다. 15세 최연소 카이스트 입학 기록을 가진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전에 실족사로 처리된 사건이 실은 자살이었다는 이야기나 기숙사에서 죽은 룸메이트를 본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 학교 앞 아파트 단지에서 학생들이 뛰어내려서 아파트에서 싫어한다는 이야기가 학생들 사이에 퍼졌다. 그 후 회사에서도 의대에서도 젊은이들의 방황과 상처를 느끼고 관찰할 수 있었다.

 

성적과 진로, 취업 등으로 많은 이들의 스트레스가 늘고 있다. 전 구성원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 이미지 출처: Pixabay

 

정신과 수련을 받으며 그 시절 관찰했던 우울, 불안, 폭식, 거식, 도벽, 자해, 폭력 등의 증상들이 잘 처리되지 못한 정신적 스트레스의 결과였음을 알게 되었다. 하나의 자살 아래에는 더 많은 우울이, 그 아래에는 더 많은 스트레스와 적응 문제가 있었다. 이 문제들이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시기가 20대다.

신체적, 정신적, 관계적인 건강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동력이 된다. 잘 먹고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잘 자는 것뿐 아니라 마음 상태를 헤아리는 능력과 힘들면 적절한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관계가 필요하다. 우리의 교육과정에서 이것이 강조되고 있을까?

좋은 학교에 입학한다는 것이 위와 같은 준비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필자가 전문의로서 처음 잃은 환자는 당시 인터넷에 화제가 된 유서를 남긴 서울대생이었다. 지금 유니스트에서도 많은 학생들이 정신적 어려움을 호소하며 치료를 받고 있다. 이 경우는 그나마 낫다. 더 아쉬운 것은 치료도 받지 않은 채 스스로 목숨을 끊는 학생의 경우다.

 

2011년 카이스트 학생과 교수의 연이은 자살로 시끄러웠던 시기에 미국 MIT에서도 자살은 항상 있는 일이며 경쟁이 심한 곳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아이러니하게도 MIT에서 가장 유명한 자살사건은 2000년에 있었던 한국계 여학생의 자살사건이다. 고교시절 항상 1등을 하며 카네기홀에서 연주회를 가질 정도의 완벽주의 모범생은 사실 고등학교 때 손목을 그었고, 98년 입학 때부터 약물 과다복용을 반복했다. 부모는 아이가 부모를 실망시킨 적이 없어 아이의 상태가 심각한 줄 몰랐고, MIT가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관리하지 않았다며 350억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MIT는 학생들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노력했고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늦었더라도 노력해야 한다. 학교, 부모, 학생 모두.

 

* 정두영 UNIST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교수(헬스케어센터장)

필자는 과기원을 졸업한 정신과의사로서 학생들의 정신적 어려움을 공감하고, 진료와 더불어 인간을 직접 돕는 새로운 기술들을 정신의학에 적용하고자 인간공학과에서 연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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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2019년 1월 8일 경상일보 18면 ‘[경상시론]SKY캐슬 : 명문대와 자살’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

정두영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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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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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3 2019-05-25 06:16:03

    나도 강남살지만 모두가 강남에 살 필요는 없어라는 명언이 떠오르네요   삭제

    • 이란 2019-05-24 09:14:49

      안타깝군요... 명문대 들어가서도 자살.. 취업해도 그쪽에서 또 경쟁, 무한경쟁시대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어떻게 스트레스를 극복할것인지가 중요하군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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