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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봉사활동 - 고유정 上 편
김정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9.06.20 01:23

[정신의학신문 : 김정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 수사 중인 고유정(36) 같은 사람이 우리 곁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새로운 관련 기사를 볼 때마다 몰려왔다. 평범한 연인의 보통 사랑의 끝이 어떻게 참혹한 결말을 맞이하게 됐을까?

피해자인 전 남편과 고유정은 같은 대학교 봉사동아리에서 만나 5년 연애 후 결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봉사동아리에서는 보육원 아이들 공부를 도와주는 일 등을 했으며, 동창들은 고유정이 착하고 밝은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또 단 둘이 한 달 간의 해외여행을 무사히 다녀올 정도로 관계가 좋았다고 한다.

만약 고유정과 전 남편이 짧은 연애기간을 가졌다면, 우리의 충격이 조금 덜 할지도 모른다. ‘서로 잘 모르는 상태에서 만나서 이런 일이 일어났구나.’ 하며 역시 사람은 조심해서 만나야 한다고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5년이라는 연애기간, 그리고 한 달간의 해외여행은 우리가 스스로 위로할 수 있는 길을 완전히 막아버린다.

 

하지만 5년의 연애가 그저 순탄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 근거는 고유정이 신혼여행을 떠나는 공항 면세점에서 비행기 출발 시간까지 쇼핑을 했고, 승객을 찾는 방송이 나와 재촉하는 전 남편에게 화를 내며 물건을 던지고 욕을 했다는 사건에서 찾을 수 있다.

함께 세운 계획을 본인의 충동적인 행동으로 망치고, 조언을 듣지 않고 오히려 상대방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은, 전 남편과의 연애에서도 아마 수차례 반복됐을 것이다. 하지만 비행기를 놓쳤음에도 남편이 이를 받아들이고 신혼여행을 무사히 다녀왔듯이, 그들의 관계는 전 남편은 고유정을 포기하지 않음으로 유지된 것으로 보인다. 또 고유정이 현재 남편과 연애를 하는 중에도 다투면 ‘죽겠다.’, ‘사라지겠다.’ 같은 말을 한 사실로 봤을 때, 전 남편과의 관계에서도 실제로 갈등이 있었고 극단적인 말로 상대방을 조종하려 했던 것 같다. 보통 연애로 보인 이유는 전 남편이 지인들에게 이런 어려움을 말하지 않고 감수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연인 중 한쪽이 폭력적이고, 다른 한쪽이 폭력을 수용하는 형태의 관계는 실제로 굉장히 흔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폭력적인 사람도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어 하며, 그래서 자신의 폭력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을 무의식 중에 찾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폭력적인 사람들이 자신의 희생양을 찾기 가장 좋은 곳들 중 하나가 바로 봉사단체이다.

봉사활동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움을 줄 수 있는 다른 사람이 대가 없이 도와주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대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물질적인 대가는 없지만, 다른 사람을 도와주면서 정서적인 만족을 얻게 된다. 즉 봉사를 했을 때 느끼는 뿌듯함 같은 감정을 얻기 위해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차갑게 생각해보면 봉사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와주는 대신에 정서적 만족을 얻는 행위이다. 이렇게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은 합리적인 수준의 정서적 충족을 얻게 되며, 대부분 그것에 만족한다.

하지만 봉사에 참여하는 모두가 똑같은 정서적 만족을 얻는 것이 아니다. 봉사시간을 채우기 위해 온 경우에는 고맙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뿌듯함을 느끼는 정도겠지만, 자신이 어린 시절 고생을 한 사람이, 고아원에서 봉사를 한 경우에는 위에서 말한 뿌듯함에 더해 자기 자신의 어린 시절을 스스로 도와주는 듯한 느낌을 함께 얻을 수 있다. 따라서 다른 사람을 도와 얻게 되는 정서적 만족감에, 내가 도움을 받았을 때 얻게 되는 정서적 만족감이 더해진다. 추가로 자신은 상대적으로 행복하다는 안도감도 더해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경제적 또는 정서적으로 어려운 삶을 살았던 이들은 봉사활동으로 더 큰 정서적 만족감을 얻게 된다.

 

사진_픽셀

 

폭력적인 사람 역시 봉사에 참여하여 정서적 만족을 얻는다. 일상에서의 폭력은 힘의 균형이 동등한 사람들 사이에게 일어나지 않는다. 강자와 약자가 명백히 구별되어 있는 상황에서 폭력은 흔하게 일어나는데, 봉사활동도 이런 상황 중 하나이다. 자신이 몰래 작은 폭력을 휘둘러도 상대가 자신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의 즐거움과, 그런 폭력이 들켰을 경우에도 봉사활동의 미숙함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스릴, 일상과 분리가 되어 있는 안전함이 폭력적인 사람을 봉사로 빠져들게 한다. 그래서 자신이 일상에서 폭력을 휘두르는 대상과 유사한 이들에게 봉사를 하는 곳을 찾는다. 부모를 학대하는 사람이 양로원으로, 아이를 학대하는 사람이 고아원으로, 성폭력 가해자가 상담봉사를,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이 유기견 센터로 간다. 자신으로 인해 고통받던 사람과 닮은 이가, 자신에게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며 묘한 쾌감을 얻는다.

또 이들에게 봉사활동이 만남의 장이기도 하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어려운 삶을 살았던 이들이 봉사활동에 더 매력을 느끼게 되는데, 이들은 다른 사람에 비해 고통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잘 견뎌낼 수 있다. 그래서 공격적인 자신을 좀 더 잘 받아들여주고 견디며, 힘든 사람들에게 봉사하듯이 자신에게 봉사를 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전 남편과 봉사동아리에서 만나고, 현 남편이 구조대원인 것도 단순한 우연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들에게는 다른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연인, 친구가 아니라 자신의 정서적 만족을 위한 수단이다. 상대방의 감정이나 욕구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감정과 욕구에 맞춰 타인을 이용한다.

타인이 자신과 같은 사람이 아니라 수단이기 때문에, 극단적인 방법을 더 쉽게 고려한다. 어린아이가 새 모자를 사고 싶어, 헌 모자를 망가뜨리는 것처럼 말이다. 고유정에게는 전 남편이 헌 모자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의 친자녀는 고유정에게는 어떤 존재일까?

 

김정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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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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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천맘 2019-07-09 19:40:45

    잘 읽었습니다 고유정 같은 사람이 왜 봉사동아리에서?? 란 의문이 이해가 되며 어느 정도 공감됐습니다 저도 정서적 결핍이 많은 사람인데 나중에 꼭 봉사를 하고싶단 생각을 했거든요 이 글은 봉사를폄하하는 글이 아닌 문제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이중성을 감추기 위해 주로 봉사라는 일을 택한 심리적 이유 등을 쓴 글입니다 그러니 글의 본질을 오해해서 보지 마세요~~   삭제

    • 모루 2019-06-25 11:20:27

      이 칼럼을 읽고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끼시는분은,
      '봉사' 단어를 '칼럼'으로 바꾸어서 글을 읽어보시면 참 재미있습니다.   삭제

      • 장군맘 2019-06-25 10:16:08

        제가 느끼기에는 봉사활동을 하시는 분들을 펌하하는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를 고통속으로 몰아가는 가해자임에도 불구하고
        봉사 라는 선의의 이미지를 아주 교활하게 사용하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극단적으로 설명해주신 것 같습니다.

        본인이 가해자이면서 피해자들에게 봉사활동을 하며 쾌감을 얻는다는 것은 상당히 충격적이면서도 같은 인간으로서 공포와 두려움이 들게 하기도 하네요.
        인간이라는 존재는 참 무섭습니다.   삭제

        • 이지은 2019-06-25 00:18:55

          봉사는 해보시고 이런글을 쓰시는건지...   삭제

          • 꾸벅이 2019-06-24 02:26:22

            글 잘 읽었습니다. 부족한 식견을 가진 저도 이해하기 쉽게 잘 써주셨네요.
            다만 폭력적 성향을 가진 사람이 봉사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쾌감에 대한 부분이 살짝 걸립니다. 물론 모든 봉사활동이 100% 타인에 대한 선의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어쨌든 봉사활동은 좋은 일이고 사회적으로 권장할 만한 일인데 이렇게 묘사가 되어 좋은 마음으로 봉사하시는 분들이 상처받을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우려가 됩니다.   삭제

            • caruso 2019-06-23 09:53:10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선생님 글을 읽으니 그럴수 있겠다란 생각이 들고
              봉사를 할때 다른 사람을 대할때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습니다.
              내가 힘들다고 내 문제를 다른 사람을 이용하여 풀려고
              하는 습관이 그 의존적인 마인드가 다른이에게
              큰 해악이 될 수 있겠단 생각을 해봅니다.
              이번 사건은 또 다른 관점에서 악(?)의 근원을 분석해
              보는 계기가 된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삭제

              • 00 2019-06-22 21:36:00

                필자가 봉사활동을 안 해 보시 모양인데 "자신이 몰래 폭력을 휘둘러도 상대가 자신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상황" 같은 건 상담장면이나 진료소에서나 있는 거지 봉사활동에서는 그런 일 일어나지 않는데요 ㅋㅋㅋ 봉사를 떼로 가거나 가면 봉사자가 널려 있는데 몰래 폭력을 휘둘러도 상대가 자신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다니요 ㅋㅋ   삭제

                • bt 2019-06-21 17:12:29

                  논리의 비약이 심하고, 정말 편협한 글입니다.
                  현재의 폭력성을 가지고 과거 행적(봉사)까지
                  문제삼아서는 안되지요.
                  폭력성은 어떤 환경과 사람을 만나느냐로 발현됩니다.   삭제

                  • ㅁㄴㅇㄹ 2019-06-20 12:11:52

                    이런걸 보면 나쁜여자가 착한 남자 만나는게 맞는 듯. 착하게 산다고 착한 남자 만나는게 아닌 듯. 주변에 좋은 남편 만난 사람들보면 하나같이 다 나쁜 여자. 착한 남자 만나려면 나쁜여자가 되어야하나.   삭제

                    • paranoid 2019-06-20 10:43:13

                      많은 경험과 역량을 가진 프로파일러, 정신과의사등이 투입되었지만 제대로 된 고유정의 심리분석은 어려울 정도로 특이하고 복잡한 인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착하고 타인에게 헌신적인 상대를 골라 자신의 정서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착취하는 사람인건 맞는것 같아요. 그렇게 내 소유물로 생각했던 전 남편이 자기에게 이혼 청구를 하고 자식까지 뺏아갈것 같으니까 극도의 분노와 적개심을 가지게 되어 이토록 잔인한 살인 및 시신 훼손으로까지 이어진게 아닐까 합니다.   삭제

                      18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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