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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자여 선악과를 베어 물지 말기를 - 정신과 의사가 해석한 영화 '기생충'
조성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9.06.12 08:28

[정신의학신문 : 조성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안녕하세요. 오늘은 영화 리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입니다.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있으니, 아직 보지 않으신 분들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영화에서 세 가족이 나옵니다. 엄청 가난한 기택(송강호) 가족이 나옵니다. 

가장 기택(송강호)은 대만카스테라 사업도 말아먹고, 발레파킹도 해보고... 지금은 놀고 있습니다. 반지하 방에, 곱등이랑 같이 살고, 와이파이도 끊기고, 할 일도 없는데 낙천적이기는 엄청나게 낙천적입니다. 그의 모토는 '무계획이 계획이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의 '오대수'같은 사람입니다.
 


이 집에는 아들(기우, 최우식 배우)이 있는데, 군대 가기 전에 수능 두 번 말아먹고, 군대 다녀와서도 또 수능 망치고 집에서 놀고 있는 아들이죠.

친구 중에 명문대에 진학한 친구 민혁(박서준)이 찾아와서 한 가지 부탁을 합니다. 자기가 맡고 있는 영어 과외 학생을 부탁하면서 자신이 유학에서 돌아오면 그 여학생에게 정식으로 교제를 신청하겠다고 하면서, '수석'을 놓고 갑니다. 기우는 이 '수석'을 아주 '상징적'으로 소중하게 여깁니다. 부와 명예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수석'이 '선악과'같은 느낌으로 다가오는데, 기우가 그 집에서 과외를 하기 위해서는 학력도 위조해야 하고 이름도 바꿔야 하고, 뭔가 있는 척 자기 자신을 완전히 거짓으로 꾸며야 하기 때문입니다. 시작부터 '거짓'으로 시작한 데다가, 기우는 과외 학생과 초반부터 신체 접촉을 시작합니다. 그래서 선악과의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우가 영어 과외 선생으로 취직한 집은 고급 주택가에 위치한 박 사장네 집(이선균)입니다. 사모(조여정)는 young and simple한 성격입니다. 처음에는 매우 깐깐한 듯 굴지만, 한번 기준에 통과하면 그 이후에는 너무 순진하다시피 대책 없이 믿곤 하죠.

이 가정에는 두 명의 자녀가 있는데, 다혜와 다송이가 있습니다. 다송이는 이 집의 아픈 손가락입니다. 말도 잘 안 듣고 제멋대로이고, 몇 년 전에 귀신을 본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그 이후 행동도 이상하고, 그림도 이상한 그림을 그리는데 자화상이라고 합니다.
 


기우가 영어 과외 선생으로 잠입에 성공한 후 자신의 여동생(기정, 박소담)을 다송이의 미술치료 선생님으로 추천하게 됩니다. 그다음으로는 기택(송강호)이 원래 일하던 운전기사를 내쫓고 박 사장의 운전기사로 취직을 하고, 엄마(충숙, 장혜진)가 살림하는 아주머니(문광, 이정은)를 내쫓고 대신 취직을 하면서 이 가족은 박 사장네 집에 완벽히 기생을 하게 됩니다.

주인집이 캠핑을 간 사이에, 기택의 가족은 대저택에서 술 파티를 벌입니다. 이 집 가족들은 참 순진하다고 말하면서, 한편으로는 자신들이 내쫓은 운전기사에 대한 조금의 미안한 마음을 이야기하면서, 한편으로는 주인집 딸과 혼인을 하여 사돈을 맺는다는 허무맹랑한 상상을 하며 즐거워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사는 모습하고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을 속이며 적당히 살아가고, 그 사람에게 적당히 미안해하면서, 한편으로는 무시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허무맹랑한 꿈을 꿈꾸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그렇습니다.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밤에 파티를 하고 있는 기택이 가족에게, 아주머니로 일했던 문광 씨가 찾아옵니다. 그러면서 대저택의 지하에 그녀가 남편과 함께 '기생'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공교롭게도 이 남편도 대만 카스테라 말아먹고 빚져서 지하실로 들어오게 됐다고 하네요.

동질감을 느낄법하지만, 충숙이는 이 가족을 쫓아내려고 합니다. 반대로 문광씨는 영어 과외 선생(기우), 미술치료 선생(기정), 일하는 아주머니(충숙), 운전기사(기택) 모두 한통속이고 박 사장을 속이면서 기존에 일하던 사람들을 내쫓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서로가 서로를 밀어내기 위해 혈투를 벌이게 됩니다.
 


못 가진 자들이 서로가 살기 위해 혈투를 벌이는 과정이 그려집니다. 못 가진 자들에겐 인생이 제로 섬입니다. 문광씨도 어디 가서 다시 취직은 못 했던 겁니다. 내 몫을 뺏기면 그다음은 없다는 것이죠. 그러니 서로 결사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때 주인 가족은 예기치 않게 집에 돌아오는데, 기택이네는 그 과정에서 주인(박사장)의 속내를 알게 됩니다. 주인이 기택이를 싫어하는 것은 다름 아닌 '냄새'입니다. 박 사장은 그 '냄새'를 경멸합니다. 그 냄새는 반지하 공간의 냄새이고, 지하철의 냄새입니다. 가난의 냄새입니다.
 


결국 기택이 가족은 문광씨를 죽이고 그 남편을 지하실에 감금하는 것에 성공하고, 박 사장네 가족에게 들키지 않고 다시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런데, 비가 너무 많이 왔네요. 기택이 가족의 반지하 집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침수가 됐습니다. 졸지에 이재민이 되어버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다음 날 아들 다송이의 생일파티에 전 가족이 다시 호출당합니다. 기택이 가족은 집이 침수되어 입을 옷이 없는 상황에서도 이재민에게 지급되는 구제 옷을 입고 박 사장네 집에서 벌어지는 생일 파티에 동원이 됩니다. 아들 기우는 다송이의 생일 파티에 온 사람들이 참 쿨하다고 합니다. 갑자기 불러냈는데 이렇게 편하게 올 수가 있느냐고, 그러면서 내가 이 풍경에 잘 어울리는지 묻습니다.

​큰 비로 이재민이 되어서 심란한 기택이네 가족과, 비가 와서 미세먼지가 없어서 좋은 박 사장네 가족이 대비가 되는 모습입니다. 세상 모든 일에는 좋은 면과 나쁜 면이 있습니다. 다만 우리에겐 내가 그 좋은 쪽에 속할지, 나쁜 쪽에 속할지가 더 중요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송이의 생일파티가 한참 벌어지고 있는 순간, 기우는 찝찝함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지하실로 내려갑니다. 하지만 내려갔다가 도리어 문광씨의 남편에게 당하고 맙니다. 지하실에서 봉인 해제된 문광씨의 남편은 아내의 복수를 위해서 칼을 들고 기택이네 집안 식구들을 죽이려고 합니다. 파티는 삽시간에 난장판이 됩니다. 그 과정에서 기정(박소담)이 죽지만 엄마(충숙)가 남자를 제압하는 데 성공합니다. 그 순간, 문광씨 남편의 냄새에 혐오감을 표현하는 박 사장을 목격하고는 기택(송강호)은 칼로 박 사장을 살해합니다. 그리고  스스로 대저택의 지하로 숨어들어갑니다.

​다송이의 그림은 이렇게 벌어질 일의 예언과 같은 그림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아마 다송이가 놀랐던 그때, 아이의 말을 더 자세하게 알아봤더라면, 지하실에 사는 사람의 존재를 알아차렸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송이의 그림은 감독의 섬뜩한 경고일 수 있겠습니다. 지금 일어나는 일에 더 목소리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지금 당신의 발밑을 살펴보지 않는다면, 나중에 더 큰일이 일어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다송이는 감독의 또 다른 자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사건 이후, 사라진 아버지를 아들(기우)은 찾아 헤맵니다. 아버지가 대저택 지하에 살아있다는 것을 모스부호를 통해서 알게 되지만, 구하러 갈 방법은 없습니다. 그 집의 주인은 또 다른 부자 외국인으로 바뀌었습니다. 아버지는 그 부자 외국인 집 밑의 지하실에서 기생하며 살아갑니다. 그런 아버지를 구출할 수 있는 한 가지 근본적인 대책은 '돈을 많이 버는 것'입니다. 많이 벌어서 대저택을 구입하고, 아버지가 지하실 계단에서 걸어 나오는 상상으로 영화는 마무리가 됩니다.

박 사장이 말하는 '냄새'는 부자와 빈자를 나누는 '넘어서는 안 되는 선'입니다. 기택은 그 선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행동한 적은 있었지만, 넘어간 적은 없었지요. 심지어는 아내에게도 그렇습니다. 멱살을 잡긴 했지만, 화를 내지는 않았지요. 하지만 가장 마지막 순간에 기택은 한 번에 선을 넘어 박 사장을 살해합니다. 그 죄의 대가로 그는 감옥보다도 못한 지하실에 갇혀 주인집에 기생하며 살게 됩니다. 아들 기우가 그를 구출할 수는 있겠지만, 자본주의 아래에서는 실제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어서 기택은 영원히 그 집에서 나오기 어려워 보입니다.

​어쩌면 아버지에게도 처음에는 계획이 있었겠지요. 하지만 살다 보니 계획을 세워도 의미가 없다는 것을 몸으로 익혔을 겁니다. 그래서 무계획인 아버지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계획을 세우는 아들은 아무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무계획인 기택을 비웃는 것만큼 아들의 계획도 씁쓸한 웃음을 주는 것 같습니다.

한 가지 마지막으로 남는 의문은, 기택이 박 사장을 죽이는 장면입니다. 박 사장이 죽임을 당하는 엔딩은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엔딩은 어떤 의미일까요? 빈자의 냄새를 혐오하는 박 사장을 죽임으로써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주기 위해서 그랬을까요? 혹은 가난한 사람은 무계획적이며, 거짓말을 하며 충동적이기까지 하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일까요? 의도가 어떤지는 모르지만 너무 비현실적인 그 장면이 굉장히 영화적으로 보였습니다. 현실에서는 없는 자끼리 서로 피 터지게 싸우는 일이 많기 때문이죠. 저는 그 장면으로 인해서 한 방 먹은 느낌이었습니다.

어찌 됐든, 이 가난한 가족의 입장에서 보자면 어느 날 내게 주어진 선악과를 베어 물고 나서부터 신분상승의 희망에 부풀었다가 어느 순간 무너져 내리며 파멸에 이르는 그런 막장스토리입니다.

그래서 영화의 부제를 찾는다면, '가난한 자여, 선악과를 베어 물지 말기를'이라고 붙여봅니다.

​제가 너무 시니컬한가요? 이상 조성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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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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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5
전체보기
  • ㅇㅇ 2019-06-12 21:39:25

    님들은 초등학교 도덕시간에 졸았음?
    마치 돈이있는사람들은 무조건 님들이원하는 인성을 가진 사람들이여야되고, 그렇지않은사람들에대해서 적대감을표현하기바빠보이는데 인간이 본능적으로 가지고있는 기본적인 도덕심을 제외하곤 개개인의 도덕적관념에따라 차이가 생기는부분이많다는거 안배움? 그러면서 존중 운운하지말자구 ㄹㅇ ㅋㅋ 깨시민 역겹자너 ㄹㅇ   삭제

    • ㅇㅇ 2019-06-12 18:20:15

      가진 자와 안 가진 자가 같게 취급되면 노력해야 될 이유가 없음   삭제

      • 123 2019-06-12 15:29:21

        그러니까 우리는 빨리 자본주의를 버리고 선이 없는 공산주의로 가야합니다.   삭제

        • 글쎄요. 2019-06-12 14:59:23

          선악과라는 개념은 누가 만든걸까요?
          선악과를 탐하는건 가진자나 못가진자나 인간이라면 당연한 욕망일테고
          그걸 못가진자가 탐내는게 죄가 되는건 아니겠죠?
          다만...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스스로를 억지로 합리화 하면서 자신과 남을 기만해가면서 선악과를 얻으려고 한 그 생각과 행동이 문제가 아닐까요?   삭제

          • 드림보트 2019-06-12 10:57:06

            저는 초반부터 이선균이 선넘지 말라는 얘기, 그리고 냄새 얘기를 들을때 송강호가 느끼는 당혹스러움, 모멸감, 수치스러움? 그런게 느껴져서 이선균과 송강호랑 같이 있을때 마다 무언가 사건이 일어날것 같다는 느낌을 계속 받았거든요. 아내를 사랑하냐고 동질감을 느끼기위해 자꾸 언급하지만 선넘지말라며 끊죠. 우리는 같지 않다. 동등하지 않다를 말한것 같음. pretend 결국 ~하는척을 열심히 해봤자 근본적인 냄새는 어찌할수 없는거겠죠. 그 선을 계속 명확하게 강조하면서 1:1 같이 동등하게 대우를 하지 않아서 분노가 표출 된거같아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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