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광화문숲 정신과 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매일 매일을 우리는 서로를 설득하고 설득당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이 내 생각과 언제나 똑같지는 않기 때문에 설득은 항상 소소하게 일어나기 마련이다. ‘설득’하면 타인을 설득하는 것으로 생각하기가 쉬운데 타인에 대한 설득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자신을 설득하려고 노력하면서 또, 실패하면서 매일을 살아간다.자신을 설득하려고 애쓰지만 종종 실패하는 경우는 과연 언제일까? 멀리 찾아볼 것도 없이 ‘다이어트’를 들 수 있겠다. 코로나 이후 많은 사람들이
1. 상처투성이였던 그 시절의 나에게 우리는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 (2)정신의학신문| 권순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불우한 가정에서 태어나서 자신이 사랑받지 못할 것이라 믿었던 청년이 앞으로 자신을 바꾸려면 좋은 사람을 만나고 좋은 관계를 내면화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잘못해도 주먹이 날아오는 대신 타이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고 말해주는 따뜻한 관계. 혹은 굳이 그런 이상적인 관계가 아니더라도 보통 사람들이 늘 당연하듯이 겪어왔던 보통의 관계만 유지해도 나쁜 관계로 인해 망가졌던 마음은 조금씩 변하기
[정신의학신문: 신림 평온 정신과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현 한국의 2030 세대의 삶의 방향은 그 이전 세대에 비해 크게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주변에 있는 2030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공통점이 보인다. 비혼을 하겠다는 사람과 결혼은 하되 비출산을 하겠다는 사람, 아이를 낳아도 한 명 정도만 고려하는 사람 등. 가정과 자녀는 오랫동안 행복의 기준으로 여겨져왔지만 이제 누군가 비혼과 비출산이라는 의견을 표명해도 그리 놀라는 사람이 없다. 담담하게 ‘너도 그렇구나.’ 하고 만다.진정 자신의 가치관에 따른 것이라면 비혼이나
이호선의 (15) 우리에겐 정말 대화가 필요해- 소통 가족과 불통 가족의 차이 [정신의학신문: 서대문 봄 정신건강의학과 이호선 정신과 전문의]2022년 1월부터 2월까지 서울 정동극장에서 막을 올렸던 연극 한 편이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제목은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이다. 구성원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대단한 가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버지 크리스토퍼는 언어에 집착하는 학술 비평가이고, 어머니 베스는 추리소설 작가이며, 형 다니엘은 언어를 주제로 논문을 쓰고 있고, 누나 루스는 오페라 가수 지망생이다. 반면 막내
[정신의학신문: 사당 숲 정신건강의학과 최강록 정신과 전문의]‘환상지 고통[phantom limb pain, 幻想肢痛]’ 이란 이미 절단되어서 상실한 팔다리가 아직도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통증을 느끼는 것을 말합니다. 신체 중 절단된 부위의 아픔에 더해서, 사라진 신체의 일부가 아직도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생생한 고통이 느껴지다니요. 이런 희한한 현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요?McGill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Ronald Melzack에 따르면 신체는 뇌에서 뉴런의 매트릭스로 표현된다고 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우리 망막에 비춰지는
“나이가 들면 저절로 좋아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아이가 ADHD로 진단받은 뒤 보호자들은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많은 고민을 하게 되죠. 특히 ADHD라는 것이 눈에 보이게 아픈 질환도 아니고, 나이가 많아지면 ‘과잉행동과 충동성’이라는 두드러지는 증상은 점점 호전되는 경우가 많아서 부모님들은 이대로 기다려주면 아이가 ‘스스로 이겨내고 저절로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됩니다.하지만 ADHD의 경과를 연구한 결과, 나이가 많아지면 ‘뇌의 발달은 이루어지더라도’ ‘반드시 경과가 좋아지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정신의학신문: 정두영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우리사회는 숫자로 비교하는 것을 강조하다보니 궁극적 목표와 이를 위한 수단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악착같이 돈을 벌어 부자가 되었는데 돈 버는 것만 신경 쓰다 제대로 써보지도 못했다는 후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건강도 망치고 가족도 화목하지 못한데 무엇을 위해 돈을 벌었는지 모르겠다고 속상해 합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을 겨우 갖게 되었는데 정작 자신과 잘 맞지 않아 후회가 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학생 때
1. 상처투성이였던 그 시절의 나에게우리는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 (1)정신의학신문| 권순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여기 두 명의 청년이 있습니다. 첫번째 청년은 화목한 집에서 관대한 부모님께 사랑받으며 자랐죠. 이 청년의 부모님은 어렸을 때부터 끊임없이 너는 소중한 사람이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가르쳤습니다. 청년이 뭔가 잘못한 일이 있었을 때도 꾸중을 할지언정 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받을만한 존재라는 점을 계속 말과 행동으로 보여주었죠. 반면에, 다른 두번째 청년은 불우한 집에서 자랐습니다. 알코올 중독인 아버지는 자신의 인
[정신의학신문: 광화문숲 정신건강의학과 장승용 정신과 전문의] 진료실에서 환자분들을 만나다 보면 느끼는 것들이 많이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자주 느끼는 것은 본인의 걱정/고민이 해결되거나 꿈이 이루어진다면 정신적인 어려움들이 저절로 해소될 것이라고 다소 오해를 하는 경우가 꽤나 있다는 것이다. 2021년 개봉한 디즈니 픽사의 ‘소울’은 돈을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학교에서 재즈를 가르치고 있는 조 가드너 의 이야기다. 조는 유명 재즈클럽에서 멋드러지게 연주하는 피아노 연주자가 되는게 꿈이지만, 번듯한 아들의 직업을 원하는 어머니
[정신의학신문: 광화문숲 정신과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단 한 명 배우자의 선택’. 우리는 어떻게 하면 인생 최고의 선택을 할 수 있을까? 혹은 내 옆의 배우자가 어떻게 나의 최고의 선택이라고 만족할 수 있을까?당신이 싱글이라면, 선택하지 않고 “패스!”하고 넘겨버린 옛 이성친구들을 떠올리며 “그래, 역시 그때 헤어지길 잘했어!”라고 생각하고 있는가? 당신이 결혼을 했다면, 싱글들에게 “결혼은 무덤이야”라고 하기 보다는 “결혼, 꼭 해!”라고 자랑스럽게 최고의 배우자를 선택
사회적 상황에서 긴장이나 불안을 느꼈던 적이 있는가? 어떨 때인가? 사회적 불안은 가만히 혼자 있었을 때 발생하지 않는다. 직장을 예로 들어보자. 일이 너무 힘들어서, 공간에 적응이 되지 않아서 괴로워하는 이는 적다. 사회는 개인이 모여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며 형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나 외에 또 다른 인간과 관계 맺을 때 사회적 불안을 느낀다. ‘관계’란 무엇이고 어떻게 우리에게 영향을 끼치는 걸까? 자기 자신과의 관계행복의 첫 번째 조건은 무엇일까? 돈, 명예, 건강을 떠올릴 수 있겠다. 하지만 그 가운데 1등은 바로 ‘
[정신의학신문: 장기중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홀로서기는 인간이 사는 동안 평생 거쳐야하는 통과의례다. 마치 나비가 되기 위해 애벌레가 번데기의 변태 과정을 거치는 것과 유사하다. 가장 안정적인 홀로서기는 오랜 기간 개체의 성장을 기반으로 이뤄지는데, 예를 들면 아이는 부모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20년 가까이 준비한다. 부모의 품 안에서 경험을 쌓고,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으로 자신을 확장시켜 결국 부모로부터 독립을 이뤄낸다. 그러나 노년기의 홀로서기는 좀 다르다. 체력과 건강을 잃고, 퇴직 후 직업과 수입원을 잃거나, 언젠가는 배우
‘노년’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흰색에 가까운 머리칼과 구부정한 등허리 등 익숙한 노인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시기를 쇠퇴기로 생각해왔지만, 인간의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노년기 또한 길어졌다. 그에 맞춰 노년에 대한 새로운 정의와 환경조성이 필요한 시점이다.미국의 심리학자이자, 성인발달과 노화 분야의 선구자인 버니스 뉴가튼(Bernice Neugarten)은 새로운 인생 주기의 개념을 받아들이며 노인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노년기를 전 노년기(55세~75세)와 후기노년기(76세~85세)로 구분하고, 젊
[정신의학신문: 신림 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전형진 원장]‘시니컬하다’는 말은 사전적인 의미로 냉소적인 태도를 말한다. 하지만 우리가 사람의 성격에 빗대어 떠올리는 시니컬함은 아마도 무심하다(차분하며 객관적이다)거나 담담한(남의 일에 걱정하거나 관심을 두지 않는다) 태도에 가깝다.드라마나 소설 속에서도 시니컬한 캐릭터는 매력적인 성격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웹소설 소개글 에서는 ‘#빙의, #성장, #삼각관계’처럼, 독자가 자신의 취향에 맞게 작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키워드를 달아 정보를 제공하는데, 여기서 ‘#시니컬’이라는 캐릭터
살다 보면 개인적 입장과 대외적 입장이 다른 경우가 생긴다. 결혼에 관해 묻는 친척 어른들 앞에서 5년 이내에 결혼할 생각이 있다고 말한 친구는 사실 평생 결혼할 생각이 없다. 점점 나이를 먹어가면서, 개인적인 입장을 있는 그대로 말하지 못하는 공식적인 자리가 늘어가는 듯하다. 타인을 설득하거나 괜한 언쟁을 하기 싫어 개인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경우도 많다.친구들끼리 여행을 계획할 때 1/N로 비용을 내야 한다는 게 나의 공식적인 입장이지만 개인적인 입장이 슬그머니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함께 가는 친구 중 A는 착하고 다정한 성
[정신의학신문 : 사당 숲 정신과, 최강록 전문의] 술친구는 친구가 아니다 – 곰과 나그네두 친구가 여행을 떠났습니다. 이곳저곳 다니면서 좋은 구경도 많이 하고 맛있는 음식도 잔뜩 먹었습니다. 즐거운 여행을 통해 두 친구는 우정이 더욱 굳건해졌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다가 큰 숲 속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다음 여행지로 가려면 그 숲을 지나야만 했습니다.그런데 그 숲 속에는 커다란 곰 한 마리가 살고 있었습니다. 난폭하고 무시무시한 곰이었습니다. 소문을 들은 두 친구는 걱정이 됐지만, 주위를 살피며 조심조심 지나기로 했습니다. 다른 대안
[정신의학신문 : 대한불안의학회 신영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직장은 어떤 곳일까? 전혀 다른 경험을 하며 살아온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이는 곳이다. 관계 및 업무 활동을 통해 개인과 사회를 적절히 존중해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처럼 직장은 서로의 이해관계와 존중이 중요하다. 존중은 모두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지만, 실제 직장생활을 들여다보면 사람마다 입장 차이가 다르다. 살아온 삶이 다르기 때문일까? 세대 간 갈등, 문화적인 면으로 사회적 불안을 살펴보자. 직장에서 MZ 세대 바라보기‘MZ 세대’란 1980년대 초~2000년대
[정신의학신문 : 당산 숲 정신과, 이슬기 전문의] 우리는 흥의 민족이다. 놀 때나 일할 때 어디서건 음악이 빠지지 않는다. 실컷 잔소리를 늘어놓다가도, 설거지하며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엄마의 뒷모습은 한국 드라마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등장한다. 누구도 의심할 여지없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청소할 때 음악을 크게 틀어놓는다. 즐거운 음악을 듣다 보면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어느새 집안이 말끔해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음악이 나의 스트레스와 고됨을 가져가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농부들이 밭을 일구며 노래를 부르던
[정신의학신문 : 김재성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치매와 관련하여 많이 받는 질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알츠하이머 병이 치매와 어떻게 다른가 하는 것입니다. TV 프로그램에서 치매에 대해 설명을 할 때면 치매와 알츠하이머 병을 섞어서 이야기하곤 합니다. 혈관성 치매, 루이소체 치매 등의 이름들을 함께 접하면 더더욱 헷갈립니다. 오늘은 치매의 기본적 이해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먼저 증례를 살펴보겠습니다. 1. A 씨는 75세의 남성입니다. 1년 전부터 서서히 시작된 기억력의 저하를 주소로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하였습니다. 함께
[정신의학신문 : 서대문 봄 정신과, 이호선 전문의] 직장인 A는 잠자리에 누워도 머릿속의 업무 스위치가 도저히 꺼지지 않았다. 실내는 캄캄한데 머릿속은 업무에 관련된 생각이 끊이지 않아 스트레스가 일었다. 계속되는 재택근무로 집이라는 휴식 공간에서 ‘업무’와 ‘휴식’이 구분되지 않는 까닭이었다. 재택근무로 집에서 일하면 필요할 때 쉬면서 일할 수 있고, 그로 인해 더욱더 마음이 편해질 줄 알았다. 처음 며칠은 정말로 편했다. 출퇴근의 부담이 줄어 시간과 체력을 아낄 수 있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자 처음 기대와는 반대 상황이 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