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광화문숲 정신과 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매일 매일을 우리는 서로를 설득하고 설득당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이 내 생각과 언제나 똑같지는 않기 때문에 설득은 항상 소소하게 일어나기 마련이다. ‘설득’하면 타인을 설득하는 것으로 생각하기가 쉬운데 타인에 대한 설득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자신을 설득하려고 노력하면서 또, 실패하면서 매일을 살아간다.

자신을 설득하려고 애쓰지만 종종 실패하는 경우는 과연 언제일까? 멀리 찾아볼 것도 없이 ‘다이어트’를 들 수 있겠다. 코로나 이후 많은 사람들이 적어진 활동량 때문에 살이 많이 쪘다고 걱정들 하는데, 나도 ‘확찐자’의 예외는 아니다. 사람들을 잘 못 만나게 되고 헬스장에 가서 운동하는 것도 삼가다 보니 7킬로 정도 살이 훌쩍 불었다. 다이어트를 결심한 어제의 내가 치맥이 간절한 오늘의 나를 설득하기란 여간 쉽지 않은 일이다.

자신을 설득하는 데 실패하는 이유로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현실유지편향’이라는 심리적 기저를 그 주된 이유로 들 수 있다. 현실유지편향이란 ‘기존의 믿음과 확신을 유지하려는 욕구’를 말한다. 새로운 생각에 거부감을 느끼고 현상을 유지하려는 경향인 것이다.

경제학자인 윌리엄 새뮤얼슨(William Samuelson)과 리처드 제크하우저(Richard Zeckhauser)가 사람들을 상대로 한 ‘현실유지편향’ 실험을 살펴보자. 두 경제학자는 많은 재산을 상속받았다고 가정하고 사람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투자하도록 하였다.
[그룹1]은 매우 많은 현금을 상속받은 것으로, [그룹2]는 중간의 위험정도를 가진 주식으로 상속받았다고 치자. 두 그룹의 사람들은 이후 어떤 식으로 투자를 했을까?
당신이 거금을 상속받았다고 상상해보자. 두 가지 경우로 나누어보자. 막대한 유산을 현금으로 상속받았을 때와 중간 정도의 위험수준인 주식으로 상속받았을 때 당신의 투자성향은 달라질까?

실험의 결과를 확인해보자.
[그룹 1]은 자신의 성향에 맞는 투자를 했지만, [그룹 2]는 주식의 위험성 때문에 현상유지하기 위해 투자하지 않고 그대로 보유했다.
이런 현상을 파악하기 위해서 꼭 큰 유산을 상속받을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특별한 이익이 주어지지 않는 이상 지금까지 해오던 행동을 바꾸지 않으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 유지 편향은 생활 속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는 운전면허를 신청할 때 장기를 기증할 의사가 있는지 묻는다. 어떤 나라는 장기기증의사를 표시하는 비율이 매우 높은데, 그렇지않은 나라들도 있다. 운전면허 신청서를 기입할 때 기본적으로 선택이 “장기 기증의사가 있다”라고 되어 있는 경우는 장기기증 의사가 높았다. 반대로 장기기증의사가 있을 때 직접 자신이 표시하도록 기본적인 선택이 되어 있을 경우에는 장기기증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적었다. 이는 바로 현상유지편향 때문에 기본적인 조건을 변경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렇게 현상유지 편향이 당연히 여겨지는 생활 속에서 타인은 자신이 해오던 방식을 바꾸지 않으려고 할 텐데, 우리는 어떻게 하면 타인이 마음을 바꾸도록 설득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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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설득의 단계가 있다.
비대립적 접근하기 -> 오픈형 질문하기 ->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기

위의 방법은 개울가의 징검다리를 건너듯이 상대방의 의견에서 출발에 나의 의견으로 디딤돌 건너듯 한 템포씩 옮겨가는 것이다. 이런 순서로 상대를 설득하는 것은 상대의 반발을 줄이면서 나의 의견을 관철 시키는데 효과적이다.

이 방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1) 비대립적(non-confrontational)접근하기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의 의견에 반대하지 않는 것이다. 단지, 상대방이 주장하는 의견에서 초점을 옮기는 것으로 시작한다.
“제 건강을 이렇게까지 생각해주시다니 감사해요.”


2) 오픈형 질문하기
:상대가 주장하는 바에 집중하고 있지 않다면 생각의 전환을 일으킬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 것이다. 이제 나의 의견으로 건너갈 수 있는 단서를 생각해볼 만한 질문을 개방형으로 한다.
“제가 요즘 스트레스가 많이 심해요. 스트레스를 낮출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제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 스트레스가 낮아지던데 왜 그런걸까요?“

 

3)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기
: 상대나 나에게 동질감이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비슷한 감정이나 행동을 하는 동질감을 확인 때, ‘내가 옳다’는 느낌이 커진다. 이를 유사성(similarity)의 원리라고 하는데 상대가 나와 유사성을 느꼈다면 목적지에 거의 다 온 것 이다.
“새 가게 오픈한 것 보셨어요? 요즘 새로 나온 XXX맛이 정말 맛있다던데... 혹시 거기 가게에 가신다면 XXX맛을 꼭 한번 드셔보세요. 아, 그 아이스크림을 딱 한 입이라도 먹으면 스트레스가 엄청 풀릴 것 같네요.”


설득의 기술을 익히면 사는 게 더 편하고 살맛 날 것 같다. 오늘부터 치맥이 먹고 싶은 나를 설득할 방법을 연습해보면 어떨까?

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울역 마음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졸업
한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전)성동구 정신건강복지센터 상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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