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ㅣ 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한때 열심히만 하면 못할 것은 없다는 말은 동기부여로 기능했지만 지금의 일상은 다릅니다. 스마트폰 속 타인의 성취 기록, 새벽 조깅 인증, 사이드 프로젝트, 자기 관리, 경력 확장까지 밀려오는 압박은 과거보다 훨씬 조밀하고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쉬고 있음에도 쉬는 느낌이 들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감정은 많은 현대인이 겪고 있는 공통된 현상입니다.

 기력은 바닥나 있는데, 업무나 공부는 손에 잡히지 않고, 예전처럼 의욕이 올라오지 않는 상태. 며칠 쉬어보아도 예전의 회복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번아웃 증후군이 의심됩니다. 정신의학에서는 지속적인 정서적·인지적 소진, 성취감 저하, 냉소적 태도, 업무 효율 감소 등을 주요 특징으로 봅니다. 자기 삶에 대한 흥미가 무뎌지고, 성취를 통해 느끼던 보람도 희미해지며, 사소한 일에도 예민해지는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특히 최근 주목되는 것은 노력 중독이라는 개념입니다. 이는 성취 욕구를 넘어, 끊임없이 자신에게 과제를 부과하고, 쉬는 시간을 허용하지 않는 사고 패턴을 의미합니다. 문제는 그 동기가, 뒤처지면 가치가 없어진다는 불안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이 정도는 해야 기본이라든지, 남들은 더 하고 있다는 생각에 쉬는 시간조차 죄책감으로 채워집니다.

 우리 뇌는 성취를 할 때 보상 신경계를 통해 만족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이 체계는 반복 자극에 적응하는 특성이 있어 같은 성취를 하더라도 점차 만족이 줄고 더 큰 자극을 필요로 하게 됩니다. 다시 말하면, 처음에는 ‘작은 성취’가 충분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일, 더 빠른 결과, 더 뚜렷한 외적 인정이 있어야 만족감을 느끼는 구조가 됩니다. 이 과정이 지속되면 뇌는 자극과 보상 간 균형을 잃고 무기력 상태로 전환합니다.

 또한 만성적인 긴장은 교감신경계를 과활성화시키며, 스트레스 호르몬이 장시간 분비되는 환경이 형성됩니다. 이는 수면, 집중력, 단기 기억, 감정 조절에 영향을 주어 회복 시간을 가져도 예전 같은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이유가 됩니다. 즉, 휴식을 취했는데도 상쾌함이 돌아오지 않는 것은 신경 생리적 소진이 이미 진행된 상태라는 의미입니다.

 SNS 시대의 비교는 과거와 성격이 다릅니다. 예전에는 가까운 사람의 성취만 알았다면, 지금은 전국, 나아가 세계의 ‘어딘가 잘하는 사람’과 계속 연결됩니다. 그리고 그 비교 대상은 언제나 나보다 조금 더 나은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심리적 기제는 멈추었을때 뒤쳐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으로, 이는 뇌의 위기 대응 체계를 활성화하고 장기적으로는 번아웃으로 이어집니다.

 번아웃과 노력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접근은 쉬는 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번아웃은 업무와 성취에 대한 사고 방식의 경직성과 관련이 깊기 때문입니다.

 번아웃에 다음과 같은 연습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일정한 시간 동안 아무 성과를 내지 않는 활동을 허용하는 연습

-성취 중심의 자기 평가 대신 경험의 질을 확인하는 방식

-결과보다 과정의 의미를 인식하려는 태도

 이 과정에서 심리치료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인지적 관점에서는 해야만 한다는 사고를 점검하고 균형을 찾아주고, 감정적 측면에서는 성취가 멈추었을 때 느껴지는 불안과 두려움을 탐색합니다. 필요하면 약물치료가 수면, 집중력, 불안 수준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열심히 살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존중받아야 하지만, 그 마음이 유지 가능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도록 스스로 조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더 멀리 가기 위해 자신만의 리듬을 찾아가시기 바랍니다.

 

서울역마음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ㅣ 정희주 원장

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울역 마음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졸업
한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전)성동구 정신건강복지센터 상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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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육을 키운다는 느낌으로 조금씩 실천해봐야겠어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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