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광화문숲 정신과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단 한 명 배우자의 선택’. 우리는 어떻게 하면 인생 최고의 선택을 할 수 있을까? 혹은 내 옆의 배우자가 어떻게 나의 최고의 선택이라고 만족할 수 있을까?


당신이 싱글이라면, 선택하지 않고 “패스!”하고 넘겨버린 옛 이성친구들을 떠올리며 “그래, 역시 그때 헤어지길 잘했어!”라고 생각하고 있는가? 당신이 결혼을 했다면, 싱글들에게 “결혼은 무덤이야”라고 하기 보다는 “결혼, 꼭 해!”라고 자랑스럽게 최고의 배우자를 선택하는 노하우를 전수해줄 수 있는가?

프리픽
프리픽

우리 모두 한번 뿐인 소중한 자신의 인생을 함께할 최고의 배우자를 원한다. 하지만 그런 마음이 강렬한 만큼 잘못된 결정을 내리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과 선택장애도 있을 것이다. 인생 최대의 선택과 결정을 이미 내린 사람은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 너무 결정을 빨리 내린 것은 아닐까 내심 더 좋은 기회가 있지 않았을까 하고 질투나 후회를 할 때가 있다. 또 아직 파트너를 찾지 못한 사람은 자기 나이가 얼마나 늙었는지를 새삼 상기하며 초조함을 느낄 때가 있다.


배우자의 선택이 진짜로 세상살이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면 모호하게 경험과 지혜라는 덕목을 믿어보기보다는 과학의 힘을 빌려 최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전해보자. 실제로 인생의 노년까지 살아보지 않고 확률의 힘을 빌려서 말이다. 자, 알고리즘을 이용해서 우리 인생의 최대의 고민을 한번 덜어내 보도록 하자. 평생 3명의 사람만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해보자. (확률적으로 자세한 설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 단락을 계속 읽어주시고, 아니면 결론만 원하시는 분은 아래의 단 락의 내용을 건너 뛰셔도 좋다.)

------- * * * -------


우선, 몇 개의 가정은 다음과 같다.

당신은 살아가면서 순차적으로 세 명의 배우자 후보를 만나게 된다. 편의상 A는 제일 좋은 사람, B는 중간, C는 가장 안 좋은 경우라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만났던 사람을 포기할 때만 다른 사람을 나중에 만날 수 있다. 전체 가짓수는 6개다.
A B C, A C B, B A C, B C A, C A B, C B A

1) 첫 번째 연애 경험만으로 선택했을 때 가장 좋은 사람을 만날 확률은 (6개의 가짓수 중에 2개로) 1/3이다.
A B C
A C B

2) 첫 번째 연애는 경험으로 남겨두고 최소한 두 번째 연애부터 배우자로 선택할지 여부를 결정했을 때 가장 좋은 사람을 만날 확률은 1/2이다. B-C-A로 만나게 될 경우 B보다 못한 C를 선택하지 않고, 다음 사람을 만날 기회를 가지려하기 때문이다.
B A C
B C A
C A B

3) 세 번의 연애 경험을 모두 가진 후 세 번째에 선택할 경우 가장 좋은 사람을 선택할 확률은 1/3이 된다.
C B A
B C A


------- * * * -------


정리해 보자. 평생 만날 수 있는 사람이 3명이라 한정할 때, 가장 좋은 사람을 선택할 수 있는 조건은 첫 번째 연애경험을 가진 후, 두 번째 사람부터 배우자로 선택할 지 말지를 결정하는 경우인 것이다. 당신이 평생 3명의 배우자 후보를 만날 때 가장 좋은 배우자를 선택할 기회가 1/3, 다른 사람을 처음에 만났다가 두 번째 이후에 처음보다 더 좋은 사람이라서 최고의 배우자를 선택할 확률이 3/6이다.


그래, 솔직히 3명은 너무 적을 수도 있다. 만날 수 있는 이성의 수를 100명이라고 생각해보자. 평생 100명의 인연을 만난다고 가정해본다면 여러분은 과연 몇 명까지 만날 의향과 용기가 있는가? 기억하시라. 여러분은 지난 상대는 다시 만날 수 없고, 지나버린 시간 및 다른 투자 또한 되돌릴 수 없다.


무작위로 만난다고 하면 제일 좋은 사람과 결혼할 확률은 단순히 1/100의 확률이다.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위에서 정해놓은 가정대로 선택을 한다면, 최소한 37명의 사람을 만나보고 38번째 사람부터 배우자로 선택할지 말지를 결정할 때, 100명의 사람 중 최선의 선택을 할 확률이 37%정도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우리는 몇 명의 배우자 후보를 만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렇다면 결혼을 위해 이성을 만나는 통상적인 나이를 기준으로 고려해보자. 18세부터 40세까지를 그 시기로 본다면, 이 역시 최고의 결혼 상대자를 만날 확률이 높은 나이대는 37%의 분기점이 되는 만 26.1세이다. 다시 말하면, 26세까지는 연애 경험을 해보고 그 이후에 만나는 사람 중 이전 사람보다 나은 사람을 선택한다면, 우리는 인생 최고의 선택을 통해 최고의 파트너를 배우자로 삼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37%의 확률로 우리는 인생 최고의 파트너를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바꾸어 말하면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내 바로 옆의 파트너, 혹은 다음 파트너가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이 아닐 경우가 63%나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의 최고의 선택이 실패일 수 밖에 없다는 결과를 알고 나서는 어떠한 생각이 드는가? 괜히 연애 못하는 나를 자학하고 혹은 내 마음에 들지 않는 파트너를 구박한 것이 미안해지기도 한다.

우리가 가장 중요한 인생의 문제에 대해서 인생 최고의 선택을 하지 않았을 확률이 70% 가까이나 된다. 하지만 나는 지금 우리 모두가 인생실패자라는 뜻이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내 옆의 파트너가 그냥 그런 보통 사람이라는 것, 혹은 나에게 주어졌던 기회 중의 최악의 선택이라고 해도 우리는 그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오히려 선택 후의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나가는 데 애써야 한다는 생각이든다. 왜냐하면 인생은 정말 길고, 선택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고 완성시키는 것은 ‘적정한 선택에 대한 만족감’ 그리고 ‘둘이 만들어가는 인생이야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혹시 파트너가 없다고 해서 자신을 너무나 자학하거나 심하게 후회하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는 그 때도 충분히 숙고해서 선택을 했고 그 결정의 결과대로 지금 살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우리에겐 아직 시간이 있고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인생에서 중요한 건 도박처럼 ‘평생 가는 최고의 선택’이 아니라 하루하루 만들어가는 ‘나, 그리고/혹은 그와의 인생 이야기’일 것이다.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광화문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 의과대학 학사석사, 서울고등검찰청 정신건강 자문위원
보건복지부 생명존중정책 민관협의회 위원
한국산림치유포럼 이사, 숲 치유 프로그램 연구위원
저서 <내 마음은 내가 결정합니다>
전문의 홈 가기
  • 애독자 응원 한 마디
  • "연주를 듣는 것 같은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글을 읽고 많은 사람이 도움 받고 있다는 걸 꼭 기억해주세요!"
    "선생님의 글이 얼마나 큰 위로인지 모르겠어요."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