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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저절로 좋아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아이가 ADHD로 진단받은 뒤 보호자들은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많은 고민을 하게 되죠. 특히 ADHD라는 것이 눈에 보이게 아픈 질환도 아니고, 나이가 많아지면 ‘과잉행동과 충동성’이라는 두드러지는 증상은 점점 호전되는 경우가 많아서 부모님들은 이대로 기다려주면 아이가 ‘스스로 이겨내고 저절로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ADHD의 경과를 연구한 결과, 나이가 많아지면 ‘뇌의 발달은 이루어지더라도’ ‘반드시 경과가 좋아지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ADHD가 있는 아동들은 사회성 발달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선, 부주의함으로 인해 타인의 말을 주의 깊게 듣기가 어렵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일방적으로 하게 되는 경우가 많죠. 또한, 주변 상황을 잘 파악하지 못하다 보니 분위기에 맞지 않는 말과 행동으로 다른 사람들을 방해해 친구들에게 소외되기도 합니다. 선생님의 지시에도 잘 집중을 못 하다 보니, 교실에서 돌아다니기도 하고, 준비물을 잘 챙기지 못하거나 과제를 제시간에 마무리하지 못해 지적을 받기 쉽습니다. 학습능력과 기억력에도 영향을 주어 학업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기도 한다. 가정에서도 말을 듣지 않아 혼이 나거나 부정적인 얘기를 반복적으로 듣게 되면 스스로 ‘나쁜 아이’ ‘공부 못 하는 아이’ ‘친구 없는 아이’라고 생각하게 될 수 있지요. 그런데 ADHD 증상으로 아이가 고통받는 이 시기는 바로 발달 과정 중에 ‘자아상(self-image)’이 형성되는 시기입니다. 나이가 많아져 증상이 좋아지더라도 어릴 때 만들어진 부정적인 자아상과 이로 인한 우울감과 불안함이 저절로 나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누적된 학업 부진과 정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청소년기에 학교 규칙을 위반하거나 흡연, 음주, 싸움 등 품행 문제를 보이기도 합니다. 결국 ADHD 증상이 호전된다 해도 이로 인해 발생한 어려움은 지속한다고 볼 수 있지요.

아동 자신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자녀의 문제가 ‘가정 교육의 문제’, ‘부모가 잘못 키운 문제’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아동이 ADHD 증상으로 인해 부적응을 겪을 경우 부부 간 갈등이나 부모와 자녀 사이의 불화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또한 형제에게도 스트레스를 줄 수 있으며 자녀로 인해 이웃과 사이가 멀어지거나 부모가 우울증을 겪어 치료를 받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ADHD로 인해 파생된 어려움이 잘 해결되지 않으면, 성인이 되더라도 가정이나 사회생활에서 적응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치료받지 않은 ADHD 성인은 학업 성취도가 더 낮고, 직장을 자주 옮기거나 술을 더 많이 마시며 이혼율이 더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아도 ADHD를 가지지 않은 아동도 성장 과정에서 부정적인 피드백을 자주 받거나 자신이 다른 친구들보다 능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반복적으로 든다면 성인이 되어 전보다 나은 능력을 갖추게 되더라도 마음에 상처가 남을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ADHD를 가진 아동들에게 ‘스스로 이겨내라’고 해서 실패 경험을 누적시키는 것보다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해주어 성공 경험을 누적시켜주는 것이 바로 부모와 주치의가 함께 협력해서 해내야 할 과제인 것입니다. 그리고 부모님 역시 아이가 성장하는 것을 성공적으로 도와주며 ‘잘 키우고 있다.’는 느낌을 함께 느끼신다면 최선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참고문헌]

Kessler RC, Adler L, Barkley R, et al. The prevalence and correlates of adult ADHD in the United States: results from the National Comorbidity Survey Replication. Am J Psychiatry. 2006;163(4):716-723.

Doshi JA, Hodgkins P, Kahle J, et al. Economic impact of childhood and adult attention-deficit/hyperactivity disorder in the United States. J Am Acad Child Adolesc Psychiatry. 2012;51(10):990-1002.e2.

홍강의 외. DSM-5에 준하여 새롭게 쓴 소아정신의학. 학지사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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