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재성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치매와 관련하여 많이 받는 질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알츠하이머 병이 치매와 어떻게 다른가 하는 것입니다. TV 프로그램에서 치매에 대해 설명을 할 때면 치매와 알츠하이머 병을 섞어서 이야기하곤 합니다. 혈관성 치매, 루이소체 치매 등의 이름들을 함께 접하면 더더욱 헷갈립니다. 오늘은 치매의 기본적 이해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먼저 증례를 살펴보겠습니다.

 

​1. A 씨는 75세의 남성입니다. 1년 전부터 서서히 시작된 기억력의 저하를 주소로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하였습니다. 함께 내원한 아들은 A 씨가 옛날 일은 생생하게 기억하는데, 최근에 발생한 일들을 자꾸 잊는다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A 씨는 평생을 수학 교사로 일하였는데 최근에는 간단한 계산도 종종 틀리곤 합니다. 가족, 친구들과의 약속을 잊어버리는 일이 종종 있어 메모를 하지 않으면 약속을 빼먹곤 합니다. 방금 전에 했던 이야기를 잊는 일 때문에 A 씨는 점점 바깥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일을 피하고 싶어 합니다. 이러한 인지 기능의 저하 때문에 A 씨는 아들 내외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이 어렵습니다.

 

​2. B 씨는 75세의 여성입니다. 최근 3년간 두 차례 뇌졸중을 겪었습니다. 당시 병원에서 B 씨는 뇌의 큰 혈관이 막혔다고 듣고 시술을 받았습니다. 보호자들은 B 씨의 혈액 공급이 이루어지지 못한 동안, 막힌 혈관이 담당하던 영역의 뇌가 손상되었을 수 있다는 설명을 의료진으로부터 들었습니다. B 씨는 한쪽 팔다리를 움직이기 어려워합니다. B 씨는 1년 전 두 번째 뇌졸중 이후 갑작스럽게 언어 기능의 저하를 겪기 시작했습니다. 말을 잘 알아듣기 어려워하고 언어 표현을 힘들어하였습니다. 이와 더불어 기억력이 뚜렷하게 저하되며, 최근에는 혼자서 일상생활을 해 나가기 어려운 상태가 되었습니다.

사진_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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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증례는 달라 보이지만, 모두 치매에 해당합니다. 치매는 원인 질환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원인에 의해서 인지 기능이 떨어져 일상생활이 어렵게 된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요리에서 비유를 찾자면 치매는 찌개와 같은 개념입니다. 된장찌개, 김치찌개, 순두부찌개는 서로 다른 음식이지만 찌개라는 점에서 같습니다. 모두 다 찌개이지만,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맛도 다르고 조리법도 다릅니다. 치매도 원인 질환에 따라서 발생하는 양상도, 치료적인 접근법도 다릅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인지 기능이 떨어지고 일상 기능의 독립적 수행에 문제가 생긴다는 점에서는 함께 묶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진단을 내릴 때 ‘알츠하이머 병에 의한 치매’, ‘혈관성 질환에 의한 치매’, ‘루이소체에 의한 치매’, 이렇게 이름을 붙입니다.

​알츠하이머 병은 뇌신경 세포가 서서히 죽어가는 퇴행성 질환으로, 진행하여 치매에 이릅니다. 알츠하이머 병에 의한 치매는 전체 치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아직까지는 뚜렷한 치료 수단이 없습니다. 그러나 다른 질환에 의한 치매 가운데는 예방 가능하고 치료 가능한 것들이 적지 않습니다. 혈관성 질환에 의한 치매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치매와 알츠하이머 병, 퇴행성 질환이 동일시되면서 치매가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질환이라는 인식을 많이들 가지고 계시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기억력이 떨어지거나 치매가 의심된다면 전문의를 찾아 자신의, 부모님의 상태에 대해 확인하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김재성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울으뜸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인턴,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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