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재성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누군가의 정신과적 어려움을 판단할 때, 우리는 드러나는 모습과 행동, 말을 근거로 삼습니다. 꼭 정신건강의학과 진단 기준인 DSM-5를 따르지 않더라도, 매일같이 우울해하고 입맛이 없으며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친구가 있다면 우울증을 한 번쯤 떠올려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역시 환자의 자세한 병력, 면담, 생물학적 검사, 심리 검사 등을 종합하여 진단을 내리는 가운데 환자가 나타내는 모습이 진단적 인상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데,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비슷하면 동일한 상태일까요? 우울증은 마음/뇌에 생기는 질병입니다. 우울성 성격은 성장 과정에서 형성되는 ‘성격’으로, 이러한 성격의 소유자는 푸른색 안경을 낀 것처럼 세상을 바라봅니다. 반응성 우울증은 스트레스 사건으로 인해 우울한 기분이 계속되는 것입니다. 자세히 보면 원인이 다르고 그 양상도 다르지만, 셋은 언뜻 보기에 우울하고 의욕이 없으며 에너지가 떨어져 있는 등 상당히 비슷해 구별이 쉽지 않습니다.

사진_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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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을 위해, 나무가 자라는 것에 비유하여 살펴보겠습니다. 나무의 굵은 줄기 하나가 굽어지고 꺾여 있습니다. 바닥으로 향한 가지와 잎들은 햇빛을 받기 어렵고 벌레가 생기기도 쉽습니다. 원만하게 성장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었습니다. 나무가 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나무는 어렸을 때부터 굽어서 커 왔는지도 모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휘어져서 어느 날엔가는 땅에 닿게 된 것입니다. 아니면, 어느 날 병이 생긴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전까지는 특별한 문제없이 자라고 있었지만, 병이 생기면서 줄기가 휘어졌습니다. 그도 아니라면 무거운 무게가 내리눌렀는지도 모릅니다. 누군가가 나무에 가방을 걸어두고는 잊어버렸던 것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벼락을 맞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각각의 경우 모두 줄기는 꺾어져 있고 나무는 편안하지 못한 상태에 있습니다. 언뜻 볼 때는 비슷한 모습으로 보이지만, 그 원인은 다릅니다.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치료를 위한 접근 역시 다릅니다.

 

먼저, 당장이라도 가지가 꺾여 버릴 것 같다면 받침대를 대 주어야 합니다. 정신건강의학과와 심리 상담소에서 제공하는 심리적인 지지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오래전부터 굽어 자란 나무는 우울성 성격을 나타냅니다. 휘어지기 시작한 지점을 찾고 조금씩 힘을 가하며 줄기를 펴 주어야 합니다. 정신분석가가 제공하는 정신치료적 접근이 이에 해당합니다. 우울증은 나무에 병이 생긴 것과 같습니다. 약물을 사용해 병을 치료하여야 합니다. 무거운 무게로 인해 휘어진 줄기는 스트레스 사건에 대한 반응성 우울증을 의미합니다. 스트레스 사건의 완전한 해소가 어려운 상태라면 무게를 보다 잘 견딜 수 있는 방향으로 줄기의 굽이를 유도해 주어야 합니다. 무게에 견디다 못해 병이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약물치료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저 우울증인가요? 하고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들을 종종 봅니다. 정신과에 가면 나을 수 있는지 묻는 글도 적지 않습니다. 정신과에서 담당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은 진단적인 - 나무가 왜 굽어져 있는지 - 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여러분의 나무가 왜 굽어 있는지 파악하고 그에 알맞은 치료를 권하게 될 것입니다.

김재성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울으뜸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인턴,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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