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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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욕구 5단계 이론(Maslow’s hierarchy of needs)’에 대해 들어 보셨나요? 1943년 미국의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우(Abraham Maslow)는 인간의 욕구가 그 중요도별로 일련의 단계를 형성한다는 동기 이론을 발표하였습니다. 하나의 욕구가 충족되면 위계상 다음 단계에 있는 다른 욕구가 나타나며 이를 충족하고자 한다는 것이지요. 

가장 먼저 요구되는 욕구는 다음 단계에서 달성하려는 욕구보다 강하고 그 욕구가 만족되었을 때만 다음 단계의 욕구로 전이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생리적 욕구(physiological needs), 안전의 욕구(safety needs), 사랑과 소속의 욕구(love & belonging), 존중의 욕구(esteem), 자아실현의 욕구(self-actualization)가 이에 해당합니다. 

이 중에서도, 정서적 안전감을 위한 상호작용은 심리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타인의 정서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우울, 불안 등의 내면적인 문제와 공격성, 분노 등 외현화 문제와도 연결됩니다. 심리학자 Wright, Crawford, & Castillo(2015)는 부모와의 정서적 상호작용이 기능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건강한 정서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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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욕구는 성장기에 부모와 자녀 간에 경험한 정서적 상호작용에 따라 발달하며, 성인기의 심리적 건강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타인의 정서를 인정해 주지 않는 것과 반복적으로 타인에게 부정적인 정서를 표출하는 것은 그들이 적절한 정서 조절능력을 습득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우울이나 불안 등 내면화 문제와 공격 행동의 외현화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대인관계에서 무시, 학대, 예측 불가능, 적대적, 불신 등을 경험하면 훼손이 일어나게 됩니다.

정서적으로 안전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정서적 불인정(emotional invalidation)은 무시하거나 벌하거나 상대의 중요성을 축소시키는 행동 등으로 나타나며, 정서를 무효화시킴으로서 관계를 악화시키게 됩니다. 이상심리에 대해 연구한 마샤 리네한Linehan(1993)에 따르면, 정서적 불인정은 특정한 정서를 내보일 때 타인이 이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물리적으로는 존재하지만 정서적인 보살핌을 받을 수 없는 경우, 유머를 가장해서 타인에게 가해지는 언어적 공격, 익명의 공간인 SNS를 통한 비난과 폭력 등도 이에 해당합니다. 타인의 욕구를 존중하지 않고, 징벌적이거나, 분노와 무시를 표현하는 상호작용만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조직 내에서 정서적으로 민감하지 못하거나 미성숙한 리더는 조직원에게 안정감이나 정서적 지원을 제공할 수 없으며, 일관성 없는 태도를 통해 기본적인 안전 요구를 훼손하게 되지요. 

그렇다면, 관계를 안전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떤 것을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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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예측 가능한 환경과 태도를 유지하세요

타인에게 예측 가능한 환경과 정서적으로 일관된 모습을 유지할 때, 우리는 신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예측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이 학습된다면 그 관계는 안전하게 지속적으로 유지되기가 어렵지요. 그것은 로맨틱하지만 불안정한 연애 상대를 선택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떠한 논의거리에 대해 상대가 갈등이나 논쟁 등의 반응을 보인다고 해도 그것이 예측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일관성 있는 빈도나 수준으로 발현된다면, 우리는 어느 정도 신뢰와 안정을 느끼고 대화에 참여할 수 있게 됩니다. 

 

둘째, 서로가 다르게 느끼는 편안함에 대해 이해하세요

우리는 어린 시절의 경험과 모방학습을 통해서, 타인과 관계를 맺는 방식을 결정하고, 상대를 편안하다고 느끼게 됩니다. 무의식적으로 어떤 종류의 관계 패턴에 편안함을 느끼는지 이해하는 것이 서로의 관계에 안정감을 가지게 합니다. 

예를 들어, 독립적인 성향의 양육자 밑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같은 상황에서도 독립적인 대상에게 끌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혹은 함께하는 즐거움이 강조되는 상황에서도 안전한 선택으로 감정적인 교류를 요구하지 않는 관계에 편안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셋째, 관계의 충동성을 적절히 조절하세요

우리는 때때로 관계를 맺는 일에 있어서도 ‘충동성’을 발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충동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에 오히려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충동적이고 자기 파괴적인 선택이 조건화되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누군가를 통해 깊숙한 곳의 두려움이 자극될 때 충동적으로 관계를 철회하거나 파괴적인 방식으로 타인을 비난합니다. 때때로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위험한 관계를 맺으며 타인과 연결되려는 시도를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충동성은 적절한 감정적인 상태를 손상시키고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는 선택을 하도록 합니다. 

 

넷째, 감정의 경청을 연습하세요

누군가와의 대화에 온전히 귀 기울이는 ‘경청’은 정서를 인정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입니다. 의미 있는 대상과 대화를 나눌 때는 자신을 산만하게 만드는 모든 환경을 정리하고, 그들과의 대화에 집중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특히, 감정을 담고 감정을 잘 느낄 수 있는 단어들을 풍성하게 익히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감정을 경청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조언을 삼가고, 방어적이 되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예를 들어, ‘그 사건은 정말 최악이네.’라는 말 대신, ‘그런 사건을 겪어서 참 힘들었겠다.’라고 말하거나, ‘짜증 좀 내지마.’라는 말 대신, ‘정말 화가 많이 난 것 같아.’라고 상대의 감정을 읽어 주는 것만으로도 대화의 안전감이 크게 높아집니다. 

 

우리가 기본적인 안전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우리 각자의 다름과 발달의 격차가 있음을 이해하고, 그러한 격차가 삶의 어떤 부분에서 발달되었는지 인식해야 합니다. 그 격차가 서로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이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우리는 적응 능력과 치유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좋은 관계 속에서 안전한 관계를 발달시켜 나가며 과거에 상처받은 마음까지 치유될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강남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우경수 원장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남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대구가톨릭대병원 의과대학 학사 , 석사
대구가톨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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