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황인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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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위너의 멤버이자, 실력 있는 아티스트 송민호 군이 오은영 박사님의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습니다. 크게 성공하고,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큰 인기를 누리고, 예술적 재능을 가진 송민호 군은 왜 힘든지 모르겠다고 하면서도, 하루하루가 불안하고 괴롭고 불행했다고 말합니다.

더 크게 성공하고, 높은 위치에 올라갈수록 점차 평범한 일상조차 버겁고 괴로워진다고 고백했습니다. 촬영이 끝나거나 카메라 불이 꺼지면 자신의 삶이 비극과 같이 느껴진다며, 무엇도 그로 하여금 즐겁게 하지 못했고, 단순히 집에서 혼자 밥 먹는 시간도, TV를 시청하는 순간도 괴롭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이러한 고민에 오 박사님은 대뜸 뇌의 쾌락 회로를 설명합니다. 사람의 뇌에는 기쁨, 쾌감, 짜릿함,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쾌락 회로가 있습니다. 힘든 운동을 견뎌내고 끝냈을 때, 상을 받았을 때, 달콤한 초콜릿을 먹었을 때 등, 성취감과 보상 심리에 관련있는 이 쾌락회로에서는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이 방출됩니다. 우리가 행복할 때, 도파민과 오피오이드가 나오고, 사람으로 하여금 희열,기쁨, 짜릿함, 즐거움과 같은 쾌락을 느끼도록 합니다. 이것이 송민호 군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오 박사님은 송민호 군이 쾌락을 느끼는 때는 바로 음악적, 예술적 재능을 인정받고, 성취했을 때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창작을 하고 있지 않을 때는, 송민호 군이 삶에서 중요하다고 여기고,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자신의 예술적 재능이 사라질까 봐 두려워하기 때문에 고통스러워한다는 것입니다. 끊임 없이 창작을 하고 있지 않으면 평범한 일상도 괴로운 것입니다.

그리고서는 그에게 의미 있는 대상이 있는지 물어봅니다. 그는 팬분들이 힘이 되고 응원을 받지만, 삶에 큰 영향을 끼치는 의미 있는 대상은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다고 대답합니다. 가족에게 늘 든든한 가장의 역할을 하고자 하는 부담감과 책임감으로 가족에게 기대기보다는 늘 자신을 채찍질해 온 것입니다. 송민호 군의 자작곡 <겁>의 가사를 보면 그가 얼마나 외롭게 성공을 향해 노력했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멈추지 마라 / 아직 할 일 많아 /. 뒷바라지하는 부모님의 사진 봐 / 넌 동생들의 거울이자 / 가족들의 별/ 네가 잠을 줄여야만 그들이 편하게 숙면 / 티 좀 내지 마/ 마음 단단히 먹어 / 알아 외롭지만 견뎌 내야 돼 / 눈물 흘리냐 사내 새끼가 / 뚝 그치고 다시 들어 책임감                                          

_<겁>, 송민호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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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호 군의 삶에서 균형을 찾기 위해서는 의미 있는 대상이 필요하다는 조언이었습니다. 의미 있는 대상은 한 사람의 인생에, 삶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칩니다. 힘든 상황을 버틸 수 있는 힘을 얻기도 하고, 절망감과 좌절감에서 헤어나올 수 있도록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주고, 함께 웃는 즐거움과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합니다. 그래서 누구나 자신에게 의미 있는 대상이 단 한 명이라도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성공을 아무리 크게 해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속 깊은 공허감은 오로지 의미 있는 대상으로 균형을 이룰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울증과 자살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는 테라피가 '삶의 의미'라 제시한 정신과 의사가 있습니다. 바로 빅터 프랭클입니다. 빅터 프랭클은 기적적으로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에서 살아남아 해방된 유대인입니다. 그는 1차 세계대전 때 나치의 유대인 학살로 가장 악명이 높은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에 끌려갔습니다.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경험을 기록한 그의 저서 『죽음의 수용소에서』에 따르면, 가스실이나 나치의 잔혹한 폭력으로 죽은 사람보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유대인이 더 많았다고 합니다. 짐승만도 못한 대우와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힌 하루의 일상을 더 이상 이어 가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많았던 것입니다. 그는 그러한 비극적인 상황을 끝까지 견뎌 내어 살아남은 사람들을 관찰하고 분석했고, 수용소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은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는 로고테라피 이론을 제시합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수용소의 끔찍한 상황을 살아서 견뎌야 하는 이유가 없는 사람들은 무너졌습니다. 그러나, 수감된 유대인들 중 자기가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끝까지 살아남았습니다. 딸을 보고자 하는 의지로, 책을 꼭 남기고 싶다는 의지로 끈질기게 살아남은 것입니다. 

여러분에게 의미 있는 대상은 누구인지, 무엇이 여러분으로 하여금 삶을 살아가게 하는지 차분하게 떠올려 보는 시간을 가져 보시기 바랍니다. 

 

여의도힐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황인환 원장

- 참고자료: https://www.huffingtonpost.kr/news/articleView.html?idxno=117696빅터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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