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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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 과부하 시대, 기업의 리더와 연구자, 학생, 예술계 종사자 등이 모두 하루에 받는 많은 양의 메일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호소합니다. 멀티태스킹이 우리의 두뇌가 효율적으로 일하는 것을 방해한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멀티태스킹의 역설에 대해 나눠 보고자 합니다. 

여러분들은 하루에 몇 번이나 스마트폰 혹은 컴퓨터를 통해 메일을 확인하시나요? 우리 곁에 있는 스마트 기기는 세상 저편에 있는 사람들의 소식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식사를 하는 동안 흥미로운 영상 컨텐츠를 볼 수 있도록 해줍니다. 동료들과 식사를 하는 중간에도 다른 친구들의 소식을 SNS와 메신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지요. 

우리 삶은 빠르게 편리해지고 더 많은 일을 동시에 하게 되었지만, 아직까지 우리의 뇌는 멀티태스킹을 잘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다고 합니다. MIT대학교의 신경과학자이자 세계적인 뇌과학 전문가 얼 밀러는 우리의 뇌가 동시에 많은 일을 할 때 인지적인 비용이 들어간다고 주장했습니다. 하나의 작업에서 다른 작업으로 인지의 대상을 계속 전환하면서 작업의 효율성을 오히려 떨어뜨린다는 것이지요. 

멀티태스킹은 우리 뇌 건강과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동시에 많은 일을 처리할 때, 성취감을 느끼고, 뇌는 보상 호르몬을 생성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멀티태스킹은 고차원적인 사고를 가능하게 하는 전두엽 피질을 건강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비효율적인 인지시스템을 활용하게 됩니다. 우리 뇌의 변연계를 활성화시키는 활동에도 효과적이지 않은 방식의 자극을 부여하는 것이죠.

우리 뇌는 동시에 많은 작업을 수행할 때, 스트레스 호르몬과 투쟁 도피 호르몬인 아드레날린의 생성을 증가시킵니다. 또한, 강한 외부 자극을 지속적으로 추구하게 되는 도파민에 중독되는 루프를 만들게 되지요. 도파민에 중독되면 우리의 뇌는 머리가 무겁고 판단력이 흐려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멀티태스킹은 역설적으로 더 많은 시간 동안 그 일을 하게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더 많은 일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는 현대인이 외부 자극에 주의를 보다 쉽게 빼앗기게 됨으로써 새로운 자극과 보상을 추구하는 뇌의 중심을 자극해 내인성 오피오이드의 분비를 보다 활발하게 만듭니다. 멀티태스킹은 일시적으로는 기분 좋은 느낌을 주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영양분이 없는 달콤한 사탕과도 같은 것이지요. 

늦은 밤 침대에 누운 채로 나도 모르게 SNS의 피드를 살피면서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다음 날 다시 피로한 상태가 반복되는 경험이 있으신가요? 한 활동에서 다른 활동으로 주의를 전환하는 작업은 뇌의 연료인 포도당을 연소하게 합니다. 멀티테스킹은 빠르게 뇌의 연료를 사용하게 만들면서, 인식하지 못한 채 소진되는 상태가 됩니다. 이러한 상태는 코티솔의 분비를 증가시켜 불안감을 느끼게 하고, 이는 공격성과 충동성에도 큰 영향을 줍니다. 

 

런던 그레셤 대학 심리학과 글렌 윌슨 교수는 멀티태스킹을 과도하게 추구하는 사람을 인포매니아(informania)라고 정의했는데요, 그는 연구를 통해 사람들이 집중을 위해 노력하는 상황에서 메일을 읽거나 메신저를 확인 하는 등의 멀티태스킹을 할 경우 IQ가 10점이 낮은 상태에 이른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이는 마리화나의 주요 성분인 칸타비놀을 복용했을 때와도 같은데요, 뇌에서 카나비놀 수용체를 활성화시키면서 기억력과 집중력을 크게 방해한다는 것이지요. 심지어, 마리화나나 흡연으로 인한 인지 손실보다 멀티태스킹이 더 많은 손실을 가져다준다는 점을 증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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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리가 멀티태스킹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첫째, 한 번에 한 가지만 할 수 있는 스마트폰, 컴퓨터의 프로그램 알람 기능이 도움이 됩니다.  

둘째, 동료들과 합의를 통해 몰입을 위한 집중 근무 시간을 설계하고 활용합니다. 

셋째, 스마트폰의 불필요한 푸시 알람을 차단하거나 그룹 채팅방을 정리해 보세요.

넷째, 정기적으로 스팸메일을 수신 거부 하는 작업을 합니다. 

다섯째, 주변인들과 멀티태스킹의 역설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서로에게 불필요한 정보를 공유하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이 외에도 다양하게 보다 효율적으로 일하고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구현하는 일에 주의를 기울이기를 추천합니다. 업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도구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일을 효과적으로 처리하고 뇌를 최적화하는 습관을 통해 여러분의 시간과 능력이 보다 행복한 삶에 쓰이기를 응원합니다. 

 

강남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우경수 원장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남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대구가톨릭대병원 의과대학 학사 , 석사
대구가톨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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