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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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편안하고 안정된 마음을 느끼시나요? 불편하고 자꾸만 불안한 듯한 기분을 느끼시나요?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정서적 유대관계를 가지게 되는데요, 이는 어린 시절에 형성된 애착 패턴과 긴밀한 연관을 가진다고 합니다. 

애착(Attachment)이라는 개념은 영국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존 볼비(John Bowlby)가 활발히 연구해 온 개념입니다. 어린 시절 양육 과정에서 형성되는 양육자에 대한 정서적인 유대가 ‘안정 애착’ 또는 ‘불안정 애착’의 패턴을 형성한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형성된 애착 형태는 성인기에 이르기까지 개인의 지각 또는 행동, 대인관계, 성격에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습니다. 

생애 초기의 인간은 보호가 필요한 존재로, 양육자와의 정서적 유대가 각자의 안전과 생존을 위해 매우 중요하게 느낍니다. 보호자의 보살핌은 유아에게는 생명처럼 중요한 존재이니까요. 어린 시절 양육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한 관계 경험은 자신과 타인에 대한 표상을 발달시켜, 성인기에는 연애 대상이나 결혼 상대를 택할 때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바솔로뮤(Bartholomew)와 호로위츠(Horowitz)는 볼비의 내적 작동 모델 개념을 체계화하여 성인의 애착을 4가지로 유형화했는데요, 이를 내적 작동 모델(Internal Working Model)이라 개념화하였습니다. 개인이 자신과 타인에 대해 지닌 표상을 구분한 것이지요. 자기 표상은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존재라고 믿는 것, 타인 표상은 타인을 신뢰할 만한 존재라고 믿는 것과 관련되어 있으며, 이는 안정형(Secure), 불안형(Preoccupied), 회피형(Dismissing), 그리고 혼란형(Fearful)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유형에 해당하는지 아래의 애착 특성을 함께 살펴볼까요? 아래의 설명을 통해 나의 애착 유형은 어디에 해당하는지 생각해 보세요. 

 

§안정형(Secure): 자기 긍정, 타인 긍정

자신을 사랑받기 충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타인을 신뢰할 만한 대상으로 느낍니다.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즐기며, 혼자 있을 때도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끼지요. 누군가를 사랑하고 자신을 드러내는데 크게 주저함이 없는 유형입니다.

 

§집착형(Preoccupied): 자기 부정, 타인 긍정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며 자기 비판적인 경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유형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자신에 대한 불만족감을 타인에 대한 집착으로 표현합니다. 의미 있는 대상으로부터 버림받을까 두려워하거나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회피형(Dismissing): 자기 긍정, 타인 부정

자신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매력적이라 여기지만, 타인과 정서적으로 교류하기는 어렵다고 느끼는 유형입니다. 타인과 유대 관계를 유지하거나 친밀한 관계를 부담스러워 하며, 독립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혼란형(Fearful): 자기 부정, 타인 부정

관계에 대해 불안과 회피가 모두 나타나는 유형으로, 이들은 자신에 대해서 만족하지 못하며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혼란을 경험합니다. 친밀한 관계를 어려워하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친해지거나, 친밀해지는 것을 피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타인으로부터 상처받는 것을 두려워하는 유형이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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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애착 패턴은 새로운 환경 정보나 자극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개인의 자각과 행동에도 영향을 미쳐 대인관계에서의 감정과 사고, 기대 등을 유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린 시절에 불안정한 애착 패턴을 형성하게 되면 성인기에 안정된 사랑을 하기 어려울까요? 

초기의 연구에서는 애착 패턴은 성인기에 변하기 어렵다고 보는 입장이 많았습니다. 어렸을 때 안정적인 애착 패턴을 형성한 이들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안정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이죠. 반대로, 어린 시절에 거절, 학대, 상실의 경험을 가진 사람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안정적으로 관계 맺기 어려워한다는 주장이죠. 

하지만, 1990년대 후기부터 성인의 애착 유형은 경험한 관계의 내용과 질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상호작용하는 상대가 달라짐에 따라 한 사람이 다양한 애착 유형을 가질 수 있다는 설명이지요. 생애 초기에 형성되는 애착 유형이 성인기에 이르기까지 동일하게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성장하는 과정에서 의미 있는 관계를 통해 변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애착 유형은 유전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희망적이지요? 우리가 충분히 만족스러운 애착 패턴을 보유하고 있지 못하더라도 어떠한 관계에 따라 그것은 변화할 수 있고 연애와 결혼은 그 변화에 큰 영향을 주는 요소일 것입니다. 자신을 지지해 주는 사람을 만난다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불안정한 애착도 안정적인 애착으로 바뀔 수 있다는 설명을 통해 사랑과 관계의 힘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랑하는 관계에서 불안정 애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첫 번째, 과거의 상처와 실패를 수용하는 것입니다. 충분하지 못했던 양육 환경을 비관하기 보다는 그 속에서 자원을 찾고 그 상처와 실패를 스스로가 보듬어 주는 것입니다.

두 번째, 스스로의 감정을 인식하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입니다. 내가 느끼는 감정을 느끼지 못한채 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감정을 들여다보고 기꺼이 내보이는 용기는 치유의 힘을 가져옵니다.  

세 번째, 자신의 아픔을 피하기 보다는 맞서 알아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상처를 덮어놓는 것은 해결을 위해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심리상담과 명상 등을 통해 그 상처를 마주할 때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라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우리가 어떤 애착 유형을 가지고 있든, 우리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고 관계 안에서 사랑과 우정을 획득하는 것은 우리가 보다 행복을 느끼기 위한 가장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내가 가진 사랑의 패턴에 보다 관심을 가지고, 보다 충만한 모습으로 나와 타인을 사랑해 나갈 수 있는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강남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우경수 원장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남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대구가톨릭대병원 의과대학 학사 , 석사
대구가톨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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