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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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자인 빌 게이츠는 ‘메모광’으로 불릴 만큼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을 기록하는 습관으로 유명합니다. 단순히 적기만 하는 게 아니라, 그 기록을 가지고 사색하는 시간도 갖는다고 합니다. 독서할 때도 그의 메모 습관은 계속됩니다. 그는 책 모퉁이에 소감을 메모해 뒀다가 지인들과 이를 주제로 대화하는 것을 즐긴다고 하죠. 

아마도 빌 게이츠의 메모 습관은 그에게 사고하는 힘을 길러 주고, 스쳐가는 아이디어를 붙잡아 현실로 만드는 노하우까지 만들어 줬을 겁니다. 이처럼 매일 반복하는 습관은 우리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좋은 습관이 쌓여 성취로 이어지고, 나쁜 습관이 축적돼 삶을 망가트리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이미 고착돼 버린 생활 습관은 고치기도 결코 쉽지 않습니다. 

 

미국 듀크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 활동의 45%는 의사결정의 결과가 아니라 단순한 습관이 발현된 것이라고 합니다. 수면 시간을 제외한 16시간 정도에서 절반 가까이를 ‘별다른 생각 없이’ 혹은 ‘무의식적으로’ 허비하는 것이죠. 이를 다시 해석해 보면, 좋은 습관을 형성하고 나쁜 습관을 버려야 삶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 갈 수 있다는 뜻이 됩니다. 그래야 의식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좋은 습관’이 반영된 ‘좋은 행동’을 할 테니까요. 

뉴욕타임스 기자 찰스 두히그의 저서 <습관의 힘>에는 나쁜 습관을 버림으로써 삶이 변화한 리지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는 남편의 배신으로 이혼한 뒤 절망감에 빠져 하루하루를 허비합니다. 그러다 흡연을 중단하고 매일 조깅을 하기로 결심하지요. 그렇게 크고 작은 성취를 쌓아 가며 그의 삶은 완전히 변화하게 됩니다. 이후 리지의 삶을 분석한 전문가들은, 리지가 흡연이라는 나쁜 습관을 버리는 데 집중하면서 이러한 변화가 가능했던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렇다면 사람의 습관은 어떻게 형성되는 걸까요? 찰스 두히그는 습관이 ‘신호 - 반복행동 - 보상’으로 연결되는 ‘습관의 고리’에 따라 형성된다고 설명합니다. 신호는 습관을 유발하는 일종의 방아쇠이며, 반복행동은 이로 인해 반복적으로 하는 신체적 행동 혹은 심리 상태 및 감정의 변화입니다. 보상은 우리의 뇌가 앞의 과정을 지속할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과정입니다. 

이 3단계가 반복될수록 고리는 점점 기계적으로 변해 갑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사람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상황, 즉 ‘신호’가 발생하면 흡연이라는 ‘반복행동’을 하게 되고, 답답한 감정이 일정 부분 해소되는 ‘보상’의 과정을 겪게 됩니다. 이 과정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 스트레스를 받자마자 자연스레 담배를 찾게 되는 것이죠.

한 연구에 따르면, 이처럼 습관이 형성되기 위해 필요한 기간은 통상 ‘66일’ 정도입니다. 영국의 런던대학교 심리학과 연구팀은 참가자 96명을 대상으로 같은 행동을 얼마나 반복해야 생각이나 의지 없이 습관처럼 하게 되는지를 실험했는데요. 참가자들은 건강과 관련된 행동 한 가지를 선택한 뒤 이를 매일 반복적으로 실천했습니다. 그 결과, 사람이나 행동의 종류마다 기간에 차이가 있었지만 평균적으로 21일 정도가 지나면 ‘습관화’ 되고, 66일이 흘러야 무의식의 영역에 습관으로 자리잡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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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우리는 습관의 중요성, 형성 과정, 소요 기간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내용을 정리해 보면, 습관은 우리의 삶을 바꿀 만큼 강력한 힘을 가졌지만 고치기도, 새롭게 형성하기도 매우 어려워 보입니다. 그래도 희망을 가져 볼 지점은, 두 달 남짓한 시간만 버티면 좋은 습관을 하나 얻게 될지도 모른다는 거지요. 그렇다면 그 66일의 시간 동안, 우리는 어떻게 하면 보다 효율적으로 습관을 바꿀 수 있을까요? 

 

① 대체제를 찾는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흡연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진다면, 금연껌이나 금연 스티커 등, 그 습관을 대체할 수 있는 대체제를 찾아야 합니다. 대체제의 존재는 그 행동을 무작정 중단하는 것보다 더욱 효과적으로 나쁜 습관을 고치는 데 도움을 줍니다. 

 

② 환경을 세팅한다

인간의 동기는 우리의 생각만큼 강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굉장히 의욕적이지만, 금세 열정이 식어버리는 경험을 한 번쯤은 해 보셨을 겁니다. 흔히 습관을 바꾸고 싶다면 의지나 동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는 하지요.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환경입니다. 

아침 운동을 습관화하고 싶은데 운동복을 입으러 갈 때마다 눈에 띄는 거실의 쇼파가 자꾸 당신을 유혹합니다. 결국 그 유혹에 무너져 쇼파에 잠시 앉았다가 운동을 포기해 버리고 맙니다. 이런 일이 자꾸 반복된다면 운동복의 위치를 옮겨, 집을 나설 때까지는 쇼파를 보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습관에 방해되는 요소, 습관에 도움이 되는 요소 등을 잘 고려해 환경을 세팅하는 게 습관의 정착 확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③ 선행요건을 분명히 한다

아침형 인간이 되고 싶다면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합니다. 매일 늦은 시간에 취침하면서 이른 시간에 기상하기를 바라는 것은 습관의 형성을 방해할 뿐입니다. 고치고 싶은 습관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 보고, 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선행요건부터 고쳐나가 보세요.

 

앞서 설명한 것처럼, 습관을 바꾸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습관이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되는지 이해하고, 소개해 드린 방법들을 참고해 조금씩 고쳐 나간다면 불가능해 보였던 일을 어느새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무엇보다 이 과정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임을 기억하세요. 실패했다고 좌절할 필요도, 자신을 탓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보다 왜 실패했는지 분석하고 방법을 수정해 나가는 것. 그것이 나쁜 습관을 이기는 자세입니다.

 

강남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우경수 원장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남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대구가톨릭대병원 의과대학 학사 , 석사
대구가톨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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