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이희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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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뇌>, <타나토노트>, <나무>와 같은 기발한 소재와 굵직한 메시지를 담은 소설들로 전 세계 문학인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이 시대의 천재 작가라 불리는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 여덟 살 때부터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한 타고난 글쟁이인 그가 어릴 적부터 반복해 온 습관이 하나 있는데요, 그것은 바로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기록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잊지 않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기록이다.”라고 강조하며 “나는 그저 왕성한 호기심을 갖고 그런 사람들을 발견하고,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가르침을 익혔을 뿐이다. 물론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들의 가르침을 기록해 뒀다.”라고 말하며 기록하는 습관이 작가로서 많은 일들을 잊지 않고, 세세하게 표현하는 데 무척이나 중요한 루틴이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그는 자전적 에세이 <베르베르씨, 오늘은 뭘 쓰세요?>라는 책을 통해, 서른네 살의 일상 루틴을 공개하며, 오전 8시부터 12시 30분까지는 무조건 하루 열 장의 소설을 쓰고,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집필에 필요한 자료 조사를 하며, 저녁 6시부터 7시까지는 단편 쓰기를 한다는, 무척이나 성실하고 어찌 보면 지루해 보이기까지 하는 일과를 공개하기도 했죠.

마찬가지로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나 정유정 작가 역시 매일 정해진 시간에 글을 쓰는 작업을 반복하는 루틴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고 하니, 번뜩이는 영감과 천재성으로 이야기를 술술 써 내려갈 것 같은 유명 작가들에게 숨겨진 비법이 끈질기게 집필을 루틴화 하는 ‘엉덩이 힘’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합니다.    

 

여러분에게는 일상에서 반복하는 어떤 루틴이 있으신가요, 문득 궁금해집니다. 사실, 매일 같은 일을 습관적으로 반복할 때 우리는 의식적으로 그 일을 선택하기보다 이미 우리 일상에서 자동화된 패턴으로 무의식적으로 그 일을 행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 아침 식사를 하거나 회사로 출근하는 일에 큰 집중력이나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지는 않은 것처럼 말이죠.

여기서 우리는 일상적으로 행하는 습관과 루틴의 차이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습관은 어떤 행위를 오랫동안 의도하지 않은 채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익힌 자동화된 행동이라면, 루틴은 명확한 의도를 가지고 의식적으로 만들어 낸 행동이라고 이해할 수 있죠. 그렇다면 어떻게 좋은 루틴을 만들고 이를 잘 실행해 나갈 수 있을까요?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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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루틴의 핵심은 신호와 보상을 통해 뇌를 단련시키는 것

루틴을 만들 때는 루틴을 실행하는 데 자극이 되는 환경을 세팅함으로써 신호를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테면 집에 있는 러닝머신 기계로 매일 30분씩 운동하는 루틴을 만들고 싶다면, 운동하는 루틴을 잊지 않도록 정해진 시간에 알람을 설정해서 신호를 주도록 하는 것이죠. 이때 보상은 좋아하는 영화나 즐겨 보는 시리즈물을 러닝을 뛰면서 혹은 운동이 끝난 후에 한 편씩 감상하는 경험을 통해 운동하는 루틴이 즐겁고 보람찬 행위로 각인되도록 뇌를 단련시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의도적인 신호나 보상보다 중요한 것은 루틴을 실행함으로써 얻게 되는 궁극적인 이득, 즉 매일 러닝머신을 함으로써 더욱 건강해지고, 생활에 활력이 생기며, 만족스러운 몸매를 유지하게 되는 등 루틴을 행해야 할 궁극적인 이유를 몸소 깨닫게 되는 것이죠. 

 

② 한 번에 하나의 루틴만을 설계하라

우리는 흔히 한 해가 저물고 새해로 바뀌는 시점이나 학생들의 방학 기간처럼 갑자기 많은 자유 시간이 주어졌을 때 의지를 불태우며 한꺼번에 새로운 루틴을 많이 계획하곤 합니다. 그러나 인간의 의지력이나 인내력은 무한한 것은 아니며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 한정된 자원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 가지 루틴이라도 제대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따라서 루틴을 설계할 때는 한 번에 하나씩 시도해서 해당 루틴이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지속 가능할 무렵에 또 다른 루틴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해 나가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③ 시간제한을 두고 루틴을 실행하기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거나 최고의 수행력을 발휘해야 하는 루틴이라면 명확한 시간제한을 두고 실행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오전 중으로 혹은 잠자리에 들기 전에 독서하기’처럼 시간대를 폭넓게 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전 ‘9시부터 10시까지 한 시간 동안 독서에 집중하기’라고 시간제한을 정확하게 명시할 때 주의를 흐트러뜨리는 방해 요인에 흔들리지 않고 탁월한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④ 루틴의 목록에 휴식 루틴도 적절히 안배하라

인간의 에너지나 집중력은 무한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신체나 정신이 어떤 활동에 몰두할 경우 에너지는 소진될 수밖에 없고, 다시금 또 다른 활동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소진된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한 휴식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때 30분 이내로 추천할 만한 휴식 목록은 명상하기, 스트레칭 하기, 낮잠 자기, 샤워하기 등이 있으며, 좀 더 긴 휴식으로는 산책하기, 사람들과 유쾌한 대화하기, 보드 게임하기, 영화나 음악 감상하기 등 각자의 일정이나 선호도, 신체리듬에 맞게 휴식 루틴을 안배함으로써 목표로 했던 루틴을 잘 소화하며 활기찬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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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휴식 시간까지 의도적으로 루틴에 포함시킬 만큼 잘 계획된 루틴일지라도 그날그날의 건강 상태나 상황 변수에 따라 루틴은 얼마든지 깨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내일부터 다시 루틴을 실천하면 되니까요.

여러분의 하루하루가 좋은 루틴으로 채워지기를 바라신다면 지금 여러분의 일상에 스며든 나쁜 습관이나 루틴을 점검해 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기를 권유드립니다. 그런 나쁜 루틴을 좋은 루틴으로 바꾸어 나갈 때 여러분의 삶이 긍정적으로 변화되는 만족감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요. 

 

건대하늘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이희건 원장

[참고문헌] 허두영(2021). 데일리 루틴. 데이비드스톤.

티나 실리그 외(2021). 루틴의 힘 2. 부키

이희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수련의,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대한신경정신건강의학회 정회원, 대한불안의학회 불안장애 심층치료
한국정신분석학회 심층정신치료, 치매진료의사 전문화 교육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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