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인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000년대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우리 삶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큼이나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일상의 곳곳에 스마트폰이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입니다. 지인들과의 연락, SNS와 같은 사회적 기능부터 모바일 결제, 주식과 같은 금융, 온라인 쇼핑, 신분증 발급 기능까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생활이 불가할 정도입니다. 

 이렇게 스마트폰이 일상화되면서 스마트폰의 편리함만큼이나 그 부작용에 대한 논의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멀티태스킹으로 인한 주의력 감소입니다. 최근에는 디지털 기기에 대한 의존으로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정보에 대한 기억력 감퇴를 경험하는 상태를 일컫는 ‘디지털 치매(digital dementia)’라는 용어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우리는 일, 공부, TV 시청, 청소 등 ‘멀티태스팅(multi tasking)’을 하곤 합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동시에 여러 가지의 일을 효율적으로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미국 스탠포드 대학 연구진에 따르면 스마트폰과 다른 멀티미디어를 함께 사용하며 멀티태스킹을 많이 하는 사람들일수록 하나의 과제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양한 과제 사이에서 전환하는 것을 어려워했다고 합니다. 멀티태스킹이 기억을 위한 신경 신호를 감소시키며 주의 집중력과 기억력을 저하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 뇌의 ‘인지가소성(cognitive resonance)’ 과도 연관 있습니다. 뇌가 받아들이고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제한적이기에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하면 주의 집중이 어렵고 신경이 분산됩니다.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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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스마트폰과 멀티태스킹은 인지, 감정 기능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런던대 인지신경과학연구소 연구진은 스마트폰과 다른 미디어를 함께 사용하는 경향이 높을수록 인지기능과 감정 조정 기능을 담당하는 뇌의 회백질 밀도가 낮아진다고 보고한 바 있습니다. 유사하게 서울성모병원 정신의학과 연구팀은 스마트폰 중독군에서 정서 인지 능력이 저하되고 갈등 탐지, 조절과 관련된 배외측전전두피질과 전대상 피질, 사회적 상호작용과 관련된 좌측 상측두구와 우측 측두-두정 접합 영역이 상대적으로 덜 활성화되는 것을 관찰하였습니다. 

 또한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은 뇌의 구조나 기능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합니다. 특히 아동이나 청소년들은 아직 뇌가 성장하고 있는데 이 시기에 스마트폰에 자주 노출되면 대뇌피질이 얇아지고 전두엽 형성에 영향을 받습니다. 전두엽은 집중력, 사고력, 문제해결 능력, 사회성, 감정조절, 통제력 등을 관장하는데 스마트폰을 과도하게 사용하면 후두엽에서 정보를 바로 처리하여 전두엽이 발달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스마트폰 중독은 약물, 알코올 등 다른 중독들과 마찬가지로 뇌의 기전을 변화시키고 우울, 불안, ADHD 등 다양한 심리적 문제들과도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독된 뇌’는 신경전달물질 중 보상체계를 담당하는 ‘도파민’ 분비와 관련이 있습니다. 중독 행위는 중뇌 복측 피개 영역과 전두엽 내측 전전두엽, 중격측좌핵으로 이어지는 보상회로인 ‘쾌락중추’를 자극합니다. 복측 피개 영역은 뉴런을 통해 중격측좌핵과 전전두엽 피질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전달합니다. 도파민은 음식 섭취, 성관계와 같이 생존에 도움되는 행동을 할 때 혹은 기쁨이나 즐거움과 같은 정서를 느낄 때 분비됩니다. 그런데 도파민은 이런 자연보상 외에도 약물, 술과 같은 인위적인 보상을 통해서도 분비됩니다. 이런 인위적인 보상물질이나 행동이 계속 주어지다가 갑자기 제공되지 않으면 도파민이 충분히 생성되지 않으면서 불안감, 초조함, 손발 떨림 같은 심리적, 신체적 금단현상을 동반하는 의존 증상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점차 더 많이, 잦은 빈도로 해당 행동을 해야 하는 중독의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인위적 보상은 자연보상에 비해서 훨씬 많은 도파민을 분비하므로 쾌락의 크기와 지속력이 매우 강합니다. 따라서 인위적 보상에 익숙해지면 자연적 보상으로부터는 큰 기쁨과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스마트폰 중독 역시 인위적 보상의 일종으로, 심한 경우 다른 중독과 마찬가지로 뇌 기전의 변화를 동반하기 때문에 단순히 의지의 문제, 생활 습관의 변화를 통한 개선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중독의 기저에 뇌에서의 변화가 있음을 알고 전문가를 통해 약물, 인지행동 등 다양한 치료법을 병행하거나 본인에게 맞는 치료법을 설계하여 도움받는 것이 좋습니다.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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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당한 스마트폰 사용은 우리 삶을 풍요롭고 편리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하고 한순간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면, 변화를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들이 있을까요? 

 

1.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

의도적으로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제한하거나 일정 기간 스마트폰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 같이 디지털 디톡스에 도전해볼 수 있습니다. 건강한 몸을 위해 3~4일간 디톡스하는 것처럼 내 몸과 마음을 위해서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불편하고 불안할 수 있겠지만 자신에게 더 집중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2. 오프라인 일상과 대인관계에 집중하기

혼자일 때 우리는 스마트폰을 더 많이 들여다보게 됩니다.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 외로움, 무료함을 채우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렇다면 스마트폰은 잠시 끄고 산책, 독서, 친구와의 티타임 등 오프라인 일상과 대인관계에 더 집중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스마트폰이 아닌, 살아 있는 자연과 사람들을 바라보며 마음을 채우다 보면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이나 빈도가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것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스마트폰은 이미 우리 삶의 중요한 영역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세상을 경험하고 있는 본 디지털(born digital) 세대에게 스마트폰과 디지털 기기 없는 세상은 상상이 어렵습니다. 이처럼 스마트폰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삶이 더 건강하도록 스마트폰이 우리 뇌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건강한 스마트폰 사용 습관을 위한 노력을 실천해 보시길 권합니다.

 

당신의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김인수 원장

김인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당신의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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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때 선생님 글을 만났더라면 좀더 빨리 우울감에서 헤어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글 내용이 너무 좋아 응원합니다. 사소한 관계의 행복이 회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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