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이용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수많은 사람들이 여행지에서, 거리에서 셀카를 찍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진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올립니다. 여기서 사진을 올린 사람은 단순히 셀카를 소셜 네트워크(SNS)에 올리는 것으로 행위를 마무리 짓지는 않습니다. 이 사진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댓글과 ‘좋아요’로 반응하는지 계속 확인합니다. 그리고 반응이 좋으면 흐뭇함을 느끼지만 그렇지 않고 썰렁하면 속상해합니다. 이는 셀카를 찍는 것이 단순히 혼자만의 행동이라기보다는 누군가를 향한 몸짓임을 암시합니다. 셀카를 보다 보면
[정신의학신문 : 이정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N포 세대” “헬조선”L씨는 뉴스에 이런 단어만 나오면 한숨만 나옵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그렇게 힘들다고 합니다. 좋은 대학을 나오고 수많은 자격증을 따도 취직이 힘들다고 하고, 취직을 해도 먹고살기가 어렵다고 하네요. 곧 사회 초년생이 될 아들놈을 생각하면 더 막막해지고 걱정이 됩니다.한편으론 야속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현재의 문제가 지금 중년들 때문이라는 시각도 분명히 있는 거 같습니다. 분명히 열심히 살아왔는데, 정말 부모 자식을 위해 죽도록 달려왔는데 우리 때문이라니, 어
[정신의학신문 : 김병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사연 -30대 중반 남자 직장인입니다. 늘 같이 일하는 상사가 너무 싫습니다. 처음엔 일 때문에 계속 부딪혔어요. 제가 일을 하는 중간에 와서 한줄한줄, 편협한 지적을 해서 그게 싫었는데, 계속되다 보니 사람 자체가 싫습니다. 정치 성향도 다르고 가치관도, 식성향도 달라요. 처음엔 네네.. 하면서 맞춰드렸는데, 사람이 싫다 보니까 자꾸 발끈하면서 말대꾸를 하게 됩니다. 어떨 땐 나도 모르게 말을 날카롭게 해서 서로 민망하기도 한데요. ‘상사에게 이러면 안 되지..’ 하면서도 이젠
보건복지부가 임신중절 수술을 한 의사의 자격을 1개월 정지하는 행정규칙을 공포한 것에 대한 반발로 산부인과 의사들이 지난달 28일부터 임신중절 수술 전면 중단에 돌입한 지 일주일이 지나가고 있다. 복지부가 원하는 형태는 아니지만 복지부가 추구했던, 임신중절 수술(이하 중절 수술)이라는 비도덕적 진료가 사라진 일주일, 세상은 어떻게 변해가고 있을까?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너무 짧기에, 중절 수술에 대한 처벌규정이 건전한 피임 문화를 정착시켰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다만 임신중절약을 찾는 사람이 늘었으며 대부분 온라인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정신의학신문 : 최명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얼마 전 아시안 게임이 끝났습니다. 스포츠는 한 편의 드라마라고 하죠. 열심히 노력한 선수들이 노력한 만큼 메달을 따기도 하지만 아쉬운 고배를 마시며 속상해하는 모습을 보여주지요. 그런데 은메달보다 동메달을 딴 선수들이 더 기뻐한다면서요?A.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진 거죠. 굳이 연구를 보지 않더라도 시상대에 선 선수들의 표정을 보면 명확해지는데요. 대부분 동메달을 딴 선수들이 더 기뻐하죠. 은메달 보다요. Q. 그래요, 저도 본 것 같아요. 그런데 조금 이상하잖아요? 분명히 동
[정신의학신문 : 중독포럼 하주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주식은 도박인가? 주식을 많이 하다가 잃은 사람도 도박중독이라고 할 수 있는가? 사실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정신과 선생님들께 주식이 도박이냐고 물어보니 '내가 하면 재테크, 남이 하면 도박'이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저도 사실 소액이지만 주식투자를 하고 있고 요즘처럼 장이 전체적으로 좋지 않을 때에는 주식 계좌에 온통 파란 불이지만 이익을 실현한 적도 있었고, 배당금을 받기도 했습니다. 주식투자하는 사람들을 모두 도박중독으로 몰고 치료를 받으라고 할 수는 없는
[정신의학신문 : 유길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랩 오디션 프로그램의 한 참가자는 자해를 주제로 한 가사를 썼습니다. 이와 함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팔 자해 사진을 올려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최근 청소년 사이에서 자해 광풍이 불어 학부모, 교사, 정신과 치료진 등을 비롯한 많은 분들이 우려하고 있습니다. 정신과 환자들 중에 자해를 환자들은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하지만 근래에 청소년 자해 환자들이 부쩍 늘은 것이 사실입니다. 왜 정신과 환자들은, 그리고 청소년들은 자해를 하는 걸까요? ♦ 자해 - 나 스스로에게
[정신의학신문 : 김정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공주시에서 무슨 학회야...’각종 지자체의 영혼 없는 축제를 보며 예산 낭비라고 생각해오던 차에, ‘공주정신건강학술문화제’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공주’와 ‘학술문화’라는 단어의 조합을 보면서, 공주 밤 막걸리 판촉행사가 아닌가 하며 조사해 본 결과, 무려 40여 개의 정신건강 전문기관과 2000여 명의 전문가 및 종사자, 일반시민이 참석을 한다는 기사를 발견하고, 2000여 명에 섞여 몰래 가보기로 결심했다. 사실 어느 쪽이든 상관은 없었다. 진정성 있는 행사라면 그것 나
보통 ‘은유‘라고 하면 사람들은 ’내 마음은 호수요‘와 같은 문장들을 떠올리고 현실과는 좀 떨어진 시적, 예술적 세계를 생각한다. 하지만, 인지언어학자인 조지 레이코프에 따르면 은유는 일상적 삶에 널리 퍼져있으며 우리의 사고와 개념체계를 은밀히 지배한다. 예컨대 ‘사랑은 열병‘이라는 은유적 표현을 사용하게 되면, 사랑이 가지는 열정, 즉흥성, 육체성 등의 속성을 부각시키면서, 배려, 인내, 정신성과 같은 사랑의 또 다른 측면은 은폐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수전 손택은 이러한 ‘부각‘과 ’은폐’의 은유적 기능이 의학과 질병에
[정신의학신문 : 대한불안의학회 이상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대한불안의학회 주관으로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까?’라는 제목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강의를 하고 이때 실제 어떠한지에 대해서 설문조사를 시행하였다. 이때 설문에 참여한 서울, 경기, 강원, 경상, 전라 충청 등의 총 501명을 대상으로 설문과 평가를 시행한 결과, 흥미로운 결과들이 나왔다. 먼저 지역적인 차이는 없었다. 지방에 따른 행복감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유의한 차이까지는 아니지만 평균적으로 여자가 남자보다 덜 행복했다. 생물학적
[정신의학신문 : 김정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최근 미투 피의자들의 자살이 줄지어 일어났다. 혐의 입증 여부와는 관계없이 일어나는 자살에, 미투 피의자에 대한 가혹한 여론과 수사의 편파성에 대한 논란이 팽배하다.하지만 미투가 아니더라도 피의자들이 자살을 한 경우는 종종 있어왔다. 2015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자신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자살한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을 선택했다. 이렇게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 도중 발생한 자살 사건은 2012년 23건, 2013년 15건, 2014년 28건이며 2015년
[정신의학신문 : 최명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여름이 되면 노출이 늘어나죠. 이에 따라 불법으로 촬영을 하고 이를 인터넷에 유출하는 등의 범죄도 따라 증가하고 있는데요, 보는 것을 통해 욕망을 해결하고자 하는 관음증, 어떻게 이해할 수 있나요? A. 보는 것의 의미와 목적을 먼저 생각해야 되겠죠.정신 분석적으로 보면 본다는 것은 파괴와 관련이 있습니다. 혹은 아직 파괴되지 않은 것을 확인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했죠. 본다는 것은 권력을 뜻합니다. 권력은 보는 것을 제한합니다. 즉 힘이 있는 사람들만 볼 수 있게 하면서 자신
[정신의학신문 : 중독포럼 이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나 치매 걸린 것 같아, 도무지 기억이 안 나네.’요즘 지인들에게 자주 듣는 말입니다. 전과 달리 집중력이 떨어지고, 하려던 말이 생각나지 않는 일이 빈번해졌다는 이야기입니다.진료실로 찾아오는 젊은 내담자들도 비슷한 고민을 이야기합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자신의 집중력 및 기억력 저하가 일어난 시점을 비교적 분명히 이야기합니다. 10여 년 전, 스마트폰의 보급이 폭발적으로 이루어져 누구나 주머니 속 인터넷을 갖게 된 때입니다.런던대학 정신과에서 11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고체중이나 비만은 관절이나 심혈관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줄 뿐 아니라, 암 등 다른 중대 질환의 위험요인으로 알려져 있다.다행히 우리나라의 성인 비만율은 33.4%로, OECD 국가 중 일본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인다.(OECD Health at a Glance 2017)하지만 청소년 비만율과 고도 비만율은 계속 증가하고 있어, 2030년경에는 고도비만 인구가 현재의 2배 수준에 이를 것이라 OECD는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7월 27일 보건복지부를 포함한 9개 부처가 합동으로 비만 대책을 발표한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하다.저
[정신의학신문 : 김정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당신이 주기적으로 병원에 잘 가는지 확인받는 대신에 이웃이 안전해진다면, 당신은 주기적으로 병원에 갈 의향이 있나요?당신의 환자 기록을 담당 공무원이 임의로 열람하는 대신에 이웃이 안전해진다면, 당신은 당신의 의료 기록을 공무원에게 넘길 수 있나요?혹은 당신이 병원에 자주 가지 않으면 벌금을 내야 하는 대신에 이웃이 안전해진다면, 당신은 벌금을 낼 의향이 있나요?이런 이상한 질문을 하는 이유는, 바로 지난 23일 보건복지부는 ‘중증 정신질환자 지역사회 치료 지원 강화 방안’ 때문입니다
[정신의학신문 : 이명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자해를 하는 청소년 모두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라는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며 사실이 그렇지도 않다.우울한 사람 모두가 자살을 하는 것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이다.우울증을 앓고 있는 환자의 약 10% 정도가 자살관련 행동문제를 보인다고 알려져 있지만 역으로 자살을 시도하거나 사망한 분들의 7-80% 이상이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 문제를 경험하고 있었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 청소년 자해 문제를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하나로 설명하는 것은 지나친 환원주의적 사고방식으로서 청소년들의 삶
[정신의학신문 : 오윤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하루 전 청와대 청원사이트에서 여러 정신과 의사들의 관심을 얻고 회자되고 있는 청원이 있다.바로 청소년들의 자해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제도적 지원을 촉구하는 글이다.정신과 의사를 대표하여 작성된 청원글에는 이전에는 자살 유사행동으로 심각하게 다뤄졌던 손목 등의 자해가 최근의 중학생들 사이에서 특별한 놀이나, 자아 찾기의 일종으로 시작되며 유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무거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최근에 멀리 찾아보지 않아도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에서 자해관련된 내용은 쉽게 접할 수가
[정신의학신문 : John Lee] 자동차보험회사의 분류를 운송업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그건 확률을 통해 수입과 지출을 예상하는 금융업이다. 농산물 선물상품을 거래하는 회사를 농산물 회사라고 하진 않잖은가.보험회사는 최대한 많은 보험료를 거둬 최대한 적은 보험금을 지급하고 차액으로 운영되는 회사다.독점 기업이 아닌 데다 법적인 한도도 있어서 보험금을 무조건 낮출 수 없고 가입자 수도 중요하다. 하지만 할 수만 있다면 어떻게든 그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게 이 업계의 생리다. 전국 자영업자들의 목표는 돈을 벌어 자식 먹이는 거다. 그걸
[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조 대리는 임원들 앞에서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있다. 그는 발표 때만 되면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 언저리에 뭔가를 눌러놓은 듯 답답해지고,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한다. 목이 타는 것 같아 애꿎은 물만 들이킨다. 하려 했던 말은 긴장 속에 머리 안에서 실타래처럼 뒤엉키고, 이내 머리 안이 하얗게 되어 말을 더듬기 일쑤다. 오늘도 이런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얼마나 바보같아 보일까, 얼굴은 더욱 붉어지고 가슴은 두방망이질 친다. ‘오늘도 완전 망했군
[정신의학신문 : 김정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리 주변에는 우울증, 조울증, 공황 장애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흔하진 않다.하지만 어떤 연예인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소식은 우리 주변 사람이 그런 병을 앓고 있다는 소식보다 더 빈번하게 들린다.문득, 궁금해진다.연예인에 관한 자극적인 소재라 단순히 언론에 노출이 자주 되는 걸까, 아니면 실제로 연예인들이 정신질환을 많이 앓는 걸까? 문헌 검색을 통해, 연예인이라는 대상을 특정한 연구를 찾을 수는 없었지만, 예술가라는 좀 더 광범위한 집단에 대한 연구를 찾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