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정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리 주변에는 우울증, 조울증, 공황 장애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흔하진 않다.

하지만 어떤 연예인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소식은 우리 주변 사람이 그런 병을 앓고 있다는 소식보다 더 빈번하게 들린다.

문득, 궁금해진다.

연예인에 관한 자극적인 소재라 단순히 언론에 노출이 자주 되는 걸까, 아니면 실제로 연예인들이 정신질환을 많이 앓는 걸까?

 

문헌 검색을 통해, 연예인이라는 대상을 특정한 연구를 찾을 수는 없었지만, 예술가라는 좀 더 광범위한 집단에 대한 연구를 찾을 수 있었다.

이 연구에서는 예술가라는 집단은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는, 창조성이 매우 중요한 집단이라 말했다.

 

사진_픽사베이

 

흔히 천재적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은, 일종의 몰아의 경지에서의 작업이라고 한다.

몰아의 경지란 현실 원리를 무시하고, 무의식적 충동과 욕망 및 환상에 접근한 경지로, 즉 인간 발달단계의 유아적 환상의 세계와 흡사하다.

인간의 무의식에 존재하는 무언가를 느끼고, 그것과 현실이 부딪히는 점을 예리하게 감지해야만 창조가 가능한 것이다.

결국 그렇게 창조를 완성한 이후에는, 환상에서 빠져나와 현실로 돌아오게 되고, 또 다른 고통이 시작되게 된다. 환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이 너무 넓기 때문이다.

이 고통이 종종 정신질환으로, 알코올이나 마약 중독으로, 기행으로 그들을 이끌기도 한다.

 

예를 들어, 수영장에서만 수영을 해 본 사람이 수영으로 겪는 고통이 어떤 것이 있을까?
독한 소독약, 앞사람의 발길질, 미끄러운 바닥 등일 것이다.

하지만 바다에서 수영을 하는 사람은?
따가운 햇빛 때문에 화상을 입거나, 해파리, 혹시 있을지 모르는 상어, 숨어있는 암초 등, 좀 더 큰 고통받을 수 있다.

여기에 바다 잠수를 하는 사람은?
깊은 바다에서 급히 해수면으로 상승했을 때 생길 수 있는 감압병, 바다 깊은 곳에서 의식을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등, 결국 경험의 폭이 넓어질수록, 경험이 급격하게 변할 때 겪을 수 있는 고통도 커진다.

 

한 연구에서는 시인의 50%, 음악가의 38%, 화가의 20%, 조각가의 18%, 건축가의 17%가 우울증을 앓았다고 한다. (Jamison 1996)

이런 정신병리는 창조적 작업의 영감이 되기도 하고, 혹은 그들이 예리하게 감지한 현실의 고통에 의한 것이기도, 환상과 현실의 차이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의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물론 창조적 작업의 근원이 정신병리라 하더라도, 그 가치가 달라질 수는 없다. 발레리나의 망가진 발이, 공연의 가치를 떨어트릴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독한 악인을 연기한 배우가 길거리에서 욕을 먹었다.’

연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욕을 하게 만드는, 그런 연기를 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깊은 무의식에서 다른 무언가를 찾고 표현해야 하는 걸까.

그런 연기를 반복한다면, 과연 그 사람은 원래의 자기 자신을 유지할 수 있을까.

또 대중에게 노출되는 모든 순간에 연기를 해야만 한다면, 그 사람은 언제 자기 자신을 찾을 수 있을까.

 

위대한 작품을 남기고도 불행한 인생을 살았던 위인은 정말 많다.

적어도 우리 시대에 활동하는 예술가, 연예인들은 위대한 작품을 남기고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기를 기원한다. 

 

 

참고자료: 창조성과 정신병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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