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정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공주시에서 무슨 학회야...’

각종 지자체의 영혼 없는 축제를 보며 예산 낭비라고 생각해오던 차에, ‘공주정신건강학술문화제’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공주’와 ‘학술문화’라는 단어의 조합을 보면서, 공주 밤 막걸리 판촉행사가 아닌가 하며 조사해 본 결과, 무려 40여 개의 정신건강 전문기관과 2000여 명의 전문가 및 종사자, 일반시민이 참석을 한다는 기사를 발견하고, 2000여 명에 섞여 몰래 가보기로 결심했다. 사실 어느 쪽이든 상관은 없었다. 진정성 있는 행사라면 그것 나름의 즐거움이 있고, 그게 아니라면 밤 막걸리나 진탕 마시면 되니까.   

행사 당일 딱히 붐비지 않는 공주터미널에서 ‘과연 이 도시에 2000여 명이 올까?’라는 불안이 시작됐다. 하지만 학술문화제가 열리는 고마 센터에 근처 도로에 주차되어 있는 차들을 보며, 일단 그런 불안은 완전히 사라졌다. 학술제를 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시설의 센터가 왜 금강 변에 덩그러니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시설 자체는 당혹스러울 만큼 훌륭했다. 두툼한 강의 책자에는 정신의학 학술 관련 워크숍, 공주시와 정신건강을 주제로 한 힐링 투어 및 뮤지컬, 그리고 정책포럼에 대한 시간표와 자료가 있었고, 실제로 수월하게 진행됐다. 또 1박 2일이라는 일정 동안 학문 그리고 문화여행이라는 두 가지 측면 모두에서 만족을 얻을 수 있었다. 직접 참석을 해 보니 ‘공주정신건강학술문화제’라는 길고 외우기 어려운 이름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공주시에서 열리는, 정신건강이라는 주제에 관한, 학술제와 문화제가 동시에 진행된다는 의미였던 것이다.  

사실 공주시는 인구 10만여 명의 도시로 사실 전국 단위의 행사를 개최하기 어려운 도시다. 인구수가 적을 뿐 아니라, 대학 같은 관련 교육기관, 의학 관련 학술제를 주도할 병원 인력 및 강사진, 숙박시설이 모두 부족하기 때문이다. KTX를 타면 서울에서 한 시간 정도의 거리지만, 공주역에서 공주 시내까지 버스로 40분가량 소요되기 때문에, KTX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GOMHS가 무려 5년 동안 성황리에 개최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당연히 예산이다. 공주시의 지원뿐 아니라 국립공주병원이라는 국립병원의 기획, 예산, 인맥으로 양질의 강사를 초빙할 수 있었고, 그들의 강의를 듣기 위해 전문가들이 참석을 했다. 하지만 비슷한 수준의 강의는 수도권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데, 위에서 말한 악조건을 무릅쓰고 공주시까지 참가자들이 몰린 이유는, 공주 특산품인 밤 막걸리 때문이 아니다. 공주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 장점을 정신건강이라는 주제에 맞게 적절히 활용했기 때문이다. 

공주에는 공산성이라는 유네스코 세계유산과, ‘풀꽃’으로 유명한 나태주 시인이 있다. 나태주 시인과 정신과 전문의가 진행하는 토크 콘서트와, 지역 예술가들의 전시와 공연, 공주시에서 주최한 ‘문화제 야행’을 학술제와 연계하면서, 정신건강이 가지고 있는 학문적 의미뿐 아니라, 문화적 예술적 의미를 함께 체험할 수 있다. 머리뿐 아니라 마음에도 정신건강이 남기 때문에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높고, 매년 성공하는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경험을 통해, 우리 사회 문제로 지목되고 있는 자살과 중독을 다루기 위해서 학술적인 접근도 물론 필요하지만, 문화예술적인 접근 방식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학술문화제 동안 훌륭한 강의와 워크숍이 많았지만, 정작 내 마음에 남는 것은 잔잔히 흐르는 금강과 공산성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히 밤 막걸리보다는 강의가 더 기억이 난다. 확실하다.
 

출처: 공주시 공식 블로그, 흥미진진 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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