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비만 관련 행동에 대한 연구 및 패스트 푸드에 대한 규제 없어 타당성 부족

고체중이나 비만은 관절이나 심혈관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줄 뿐 아니라, 암 등 다른 중대 질환의 위험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의 성인 비만율은 33.4%로, OECD 국가 중 일본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인다.(OECD Health at a Glance 2017)

하지만 청소년 비만율과 고도 비만율은 계속 증가하고 있어, 2030년경에는 고도비만 인구가 현재의 2배 수준에 이를 것이라 OECD는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7월 27일 보건복지부를 포함한 9개 부처가 합동으로 비만 대책을 발표한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하다.

저출산에 대한 골든타임을 놓쳤던 과거와 비교해 본다면 지금의 비만 대책 발표 시점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적절한 시점의, 올바른 정책은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2015년 기준 9조2천억, 보건복지부)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국민 개개인의 세금과 건강보험료를 아낄 수 있다.

따라서 분명히 투자할 가치가 있다. 

 

사진_픽사베이

 

하지만 정작 대중들에게는 ‘먹방 규제’로만 알려져, 불안한 출발을 하게 됐다.

이에 보건복지부가 배포한 비만관리 보도 자료를 검토해 ‘먹방 규제’에 대한 팩트를 확인하고, 정책의 강점과 약점을 따져보려 한다. 

 

먼저 2022년 추정 비만율인 41.5%를 현재 수준인 34.8%로 유지하는 것으로 비만 관리 정책의 목표로 세웠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은 아래 4가지다. 

1. 올바른 식습관 형성을 위한 교육 강화 및 건강한 식품 소비 유도

2. 신체활동 활성화 및 건강 친화적 환경조성

3. 고도비만자 적극 치료 및 비만관리 지원 강화

4. 대국민 인식 개선 및 과학적 기반 구축

 

올바른 식습관 형성을 위한 대책에서는, 모유수유 활성화와 건강 식생활과 체육활동을 유도하는 교육과정 개편, 건강한 식품선택 환경 조성을 언급했다.

건강한 식품선택 환경 조성 방안 중, 음주 가이드라인과 폭식조장 미디어와 광고에 대한 가이드라인 개발에 대한 언급이 있다.

A4 10장의 전체 보도자료 중, 단 한 줄이 폭식조장 미디어, 소위 ‘먹방’에 대한 가이드라인에 관한 내용이었다.  

 

신체활동 활성화에 대한 대책은, 아동청소년 체육활동 강화, 저소득층 스포츠강좌이용권 지원, 성인 및 노인 건강 인센티브 제도, 모바일 기반의 맞춤형 건강관리, 연령 별 신체활동 수준에 맞는 표준 프로그램 개발, 건강친화기업 인증제도 도입 등이 언급됐다.  

고도비만자 치료 및 관리는, 고도비만 수술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보건소 비만운동클리닉 활성화가, 대국민 인식개선 및 과학적 기반 구축안으로 범국민 캠페인과 웹 방식의 비만정보제공 시스템 구축마련이 포함됐다. 

 

세부 사항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공개된 내용으로만 본다면 완성도 높은 정책이다.

비만 관리의 핵심인 아동청소년과, 저소득층에 대한 독립적인 대책이 포함되어 있으며, 식생활과 체육활동에 대한 각각의 대책이 적절해 보인다.

또 식이조절과 운동으로 관리할 수 없는 고도비만자에 대한 수술을 건강보험에 적용시킨 점도 현실적이다.

뿐만 아니라 중복 지원을 피하고 관리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웹기반 통합 플랫폼 구축안 역시 적절해 보인다.  

 

그렇다면, 왜 ‘먹방 규제’만 화제가 된 것일까?

단순히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화제성이 있는 콘텐츠인 먹방을 언급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화제가 있는 것을 언급하면, 화제가 될 수 있는 간단한 이치다.

하지만 비만과 관련된 환경적 요인에 대한 논문을 한 번만 검색해 본다면 먹방 규제의 진실에 대한 두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하나는 ‘먹방과 비만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가 없다’는 점이다. 

비만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과학적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보도 자료와는 다르게, 정작 먹방에 대한 연구 없이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먹방이 분명히 시청자에게 영향을 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악영향을 주는지, 어느 정도의 악영향을 주는지, 악영향을 받는 시청자 집단의 특성은 무엇인지, 먹방 중에서 어떤 요소가 악영향을 주는지 등에 대한 연구 없이 만들어지는 가이드라인의 한계는 분명할 것이다.  

 

삼겹살이 일부분 탔다면, 통째로 버리는 것도 방법이지만, 탄 부분을 잘라내고 먹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탄 부분을 얼마나 잘라내야 하는지를 모른다면, 건강을 위해서 삼겹살을 통째로 버릴 수밖에 없다.

얼마나 잘라내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있다면, 맛있는 삼겹살을 건강하게, 버리지 않고 먹을 수 있게 된다.

먹방도 마찬가지다. 연구가 없으니 먹방이 가지고 있는 악영향 요인을 배제시키는 것이 불가능하고, 먹방의 영향력만을 이용해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 마련도 불가능할 것이다.

만약 먹방을 시작하기 전후에 먹방 출연자가 운동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먹방 시청자들에게 운동의 필요성을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않은가. 

 

다른 한 가지 정보는, ‘패스트 푸드와 비만에 대한 연구는 많다’라는 점이다. 

학교에서 패스트 푸드 판매점까지의 거리가 멀수록 비만율이 낮아지거나, 패스트 푸드 광고가 비만율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는 많고, 방법론적으로도 우수하다.

그렇기 때문에 연구가 없는 먹방 가이드라인은 만들지만, 패스트 푸드에 대한 언급조차 없는 것은 굉장히 의아한 일이다.

가장 유명한 비만 원인인 패스트 푸드에 대한 대책 없이 먹방에 대한 언급을 하는 것에 대해서, 비만 정책에서 대기업의 손해를 최소화하고 먹방이라는 콘텐츠를 개인사업자나 중소 방송사가 할 수 없는 형태로 만드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진_픽사베이

 

따라서 이번 비만 정책의 완성도를 더 높이기 위해서는, 먹방을 포함한 국내 비만 관련 행동에 대한 연구와 패스트 푸드에 대한 규제, 그리고 정책 시행 후 비만율 변화에 관한 연구 계획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건강관련 행동에 대한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그 근거가 반드시 필요하다.

불면 환자에게 오후에 커피를 마시지 말라고 의사가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의사 면허가 있기 때문이 아니다.

오후에 커피를 마시면 카페인이 자기 전까지 몸에 남아있고, 이 카페인이 불면에 관여한다는 연구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연구 없이 그냥 커피를 마시지 말라고 한다면 그건 의사로서의 의견이 아니라 개인적 제안일 뿐이고, 윤리적으로 진료실에서 얘기해서는 안 된다.

의사가 의학적 근거 없이, 의사의 권위로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정책을 시행한 뒤에도, 정책이 어떤 부분이 효과적이었고, 어떤 부분이 효과가 없었는지를 연구해야만 과학적인 근거가 더 생기고, 이 근거를 기반으로 더 효율적이고 지속적인 후속 정책이 나올 수 있다.  

 

모든 정책이 시기와 내용의 타당성이 중요하다.

개인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보건 정책은 타당성의 중요도가 더 강조된다.

보건복지부는 한방 난임사업이나, 약국 자살예방사업 등 근거가 부족하거나, 없는 사업을 종종 추진하고 지속하곤 한다.

골든타임에 추진되는 이번 자살예방 정책이 훗날 의학적 근거가 부족한 사업의 예로 인용되지 않았으면 한다. 

 

[정신의학신문 : 김정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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