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절 수술은 완전한 블랙마켓 상품으로

보건복지부가 임신중절 수술을 한 의사의 자격을 1개월 정지하는 행정규칙을 공포한 것에 대한 반발로 산부인과 의사들이 지난달 28일부터 임신중절 수술 전면 중단에 돌입한 지 일주일이 지나가고 있다. 복지부가 원하는 형태는 아니지만 복지부가 추구했던, 임신중절 수술(이하 중절 수술)이라는 비도덕적 진료가 사라진 일주일, 세상은 어떻게 변해가고 있을까?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너무 짧기에, 중절 수술에 대한 처벌규정이 건전한 피임 문화를 정착시켰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다만 임신중절약을 찾는 사람이 늘었으며 대부분 온라인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안정성이 떨어져 주의해야 한다는 보도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서울 시내 대부분의 산부인과가 중절 수술을 거부하고 있으며, 그나마 해주겠다는 곳도 수백 만원의 수술비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즉, 중절 수술이 완전한 블랙마켓 상품으로 바뀐 것이다. 

 

예를 들어 미용 시술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시술자를 처벌한다면, 한국에서 과연 미용 시술이 사라질까? 그렇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필요한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처벌 정책 때문에 표면적으로 사라질 뿐, 음성적으로 더 높은 가격에, 낮은 질의 서비스를 제공받게 된다. 이게 바로 블랙마켓 상품의 전형이다. 

어떤 상품이라도 블랙마켓으로 들어가면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일단 공급자가 줄어들게 되고, 불법을 감수하고 공급하는 사람은 위험 비용을 추가로 산정하기 때문이다. 중절 수술을 예로 들자면, 병원이 문을 닫는 1개월 동안의 금전적 손실과, 법률적인 비용과 손해배상, 면허 정지 자체로 인한 손실, 총 세 가지 손실의 위험이 있다. 병원이 문을 닫는 기간에도 금융 이자나 의료인 인건비 등은 그대로 지출이 되나 수익은 없다. 또 면허 정지 3회를 받으면 면허 취소가 되기 때문에, 이 위험부담 역시 계산에 들어간다. 일 년에 임신 중절 건수는 17만 건으로 추산되며, 관련 판결이 평균 16건이 있었기에, 대략 1만 번의 수술 당 1회 기소가 되는 셈이다. 즉 중절 수술 1만 번 당 면허정지 1개월분의 손실이 발생하니, 수술 1회당 추가로 얼마의 위험 비용을 환자가 내면 되는지는 산수를 하면 된다. 

제공되는 의료 서비스의 질이 나빠지는 것도 당연하다. 불법적인 수술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알수록 위험부담이 높아진다. 그렇기 때문에 적은 수의 의료 인력을 투입할 수밖에 없고, 당연히 서비스의 질은 떨어진다. 수술을 한 의사와 요청한 환자 모두 법을 어겼기 때문에, 서로 많은 것을 요구할 수도 없으며 요구하지도 않는다.

블랙마켓으로 들어간 중절 수술의 가격이 높아질수록,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사람은 수술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을 찾게 된다. 임신중절약, 비의료인에게 받는 임신중절술, 인터넷에 떠도는 셀프 임신중절술 등이 이에 해당한다. 문제는 중절 수술이 이미 가격이 높아졌기 때문에, 대체할 수 있는 방법들도 같이 가격이 올라가게 된다는 점이다. 환자들에게 선택권이 없다는 것을 악용하는 것이다. 

 

그러면 왜 대부분의 산부인과 의사들은 왜 이런 상황을 이용하지 않고, 중절 수술을 거부했을까? 복지부의 주장에 따르면 비도덕적인 진료를 하는 비도덕적인 의사인데, 온라인에서 약을 파는 사람들처럼, 큰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왜 스스로 저버리는 것일까.

왜냐하면 의사도 결국 이 사회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의사라고 해서 병이 피해가거나, 임신중절 수술이 필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결국 의사 자신이 사는 세상의 의료 환경을 합리적으로 만들어야, 본인과 자신의 가족이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불합리한 정책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저항하는 것이다.

문제는 비도덕적인 수술을 하는 산부인과 의사도, 중절 수술이 필요한 국민도 아니다. 의료 환경을 만드는데 가장 큰 힘을 가지고 있는 복지부가 문제다. 이번 중절 수술에 관한 정책은, 힘을 가진 이가 무지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임신 중절에 대한 철학적 고민과, 현실적인 고민, 정책이 가지고 올 변화에 대한 예측, 그 어떤 것도 없이 그저 힘을 휘둘러 정책을 던졌다. 그리고 그 결과 가장 힘없는, 낙태가 필요한 국민들이 절벽에 내몰려진 것이다. 

비난 여론이 커지자 복지부는, 이번 행정처분 개정은 의료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것이 아니라 종전과 동일한 것을 구체화하여 명시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즉 지금 국민들이 겪고 있는 불편은 처벌이 강화된 것 때문이 아니라, 산부인과 의사들이 괜히 중절 수술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돌려 말한 것이다. 

이 해명은 복지부가 중절 수술에 대해 가지고 있는 태도를 명확히 보여준다. 중절 수술에 관한 처벌 규정이 있어도, 현실적으로 중절 수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의사가 ‘알아서’ 수술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복지부는 중절 수술에 관한 처벌 규정만 만들어 놓으면 됐다. 중절 수술에 관한 이슈가 생기지 않는다면, 의사들이 알아서 수술을 할 테니깐 국민 건강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만약 중절 수술에 관한 이슈가 생긴다면, 처벌 규정이 있는데도, 의사가 불법적으로 수술을 한 것으로 발표를 하면 된다. 어떤 식으로도 복지부는 책임을 질 것이 없다. 행정적으로 완벽하고, 현실적으로는 최악이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라는 멋진 말이 만화 속에서 나오는 이유가, 이 세상에서는 들을 수 없는 말이기 때문이 아니었으면 한다. 또 필요한 수술을 받는다는 사실 하나로, 의사도 환자도 범법자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정신의학신문 : 김정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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