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이슬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학령기 아이들이 즐겨보는 도서 가운데 『콧구멍을 후비면』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콧구멍을 자꾸 후비면 어느새 콧구멍의 크기가 주먹만해진다는 내용이지요. 아이들의 생활 습관을 개선하기 위한 책인데, 유쾌한 내용과 익살스러운 그림 때문에 아이들에게 인기라고 합니다. 손을 빨거나 귀를 잡아당기는 등 책에는 그맘때 아이들이 할만한 행동이 자세히 담겨 있습니다. 

많은 부모가 옷을 씹거나 빨고, 손톱을 깨무는 등 아이의 좋지 못한 생활 습관을 걱정합니다. 어르고 달래 보거나, “안 돼!”라고 무섭게 혼을 내기도 하지요. 그러나 아이들의 행동을 무작정 교정하기에 앞서 원인을 파악하는 게 먼저입니다. 그래야 아이의 마음을 정확히 들여다보고 문제를 더욱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습니다.

 

사진_ freepik
사진_ freepik

 

아이들이 무언가 입으로 빠는 행동은 가장 본능적인 자기 조절, 또는 진정 방법입니다. 콧구멍을 후비거나 귀를 잡아당기는 것 역시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키는 방법 중 하나인데요. 그저 좋지 못한 생활 습관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불안에서 기인한 행동이라니.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어머니와 같은 주 양육자에게 애착합니다. 인생 초기, 자신과 가까운 사람과 강한 감정적 유대를 형성하는 것이지요. 어린 시절에는 이러한 감정적 애착이 잘 이루어져야 애착 대상을 자신의 안전 기지로 삼아 세상을 탐색할 수 있습니다. 이후 성장할수록 꼭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과도 애착 관계를 형성합니다. 이때, 주 양육자와 애착을 맺은 방식 그대로 다른 사람과도 애착 관계를 형성하게 됩니다. 

그런데 아이가 항상 애착 대상과 함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죠. 아이가 잠에 들 때나 주 양육자가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처럼 애착 대상과의 분리 상황은 언제든 닥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그 잠깐의 상황에서도 불안감을 느낄 수 있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중간 대상을 찾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애착인형이나 애착담요가 중간 대상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아이와 양육자 사이의 물리적 거리가 생겼을 때 60%의 아이들은 중간 대상으로 무생물, 즉 물건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아이가 이러한 중간 대상의 힘을 가장 필요로 할 때는 언제일까요? 아마도 아이의 인생에서 애착 대상과의 첫 이별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갈 때일 텐데요. 어린이집 앞에서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남몰래 눈물을 훔치는 부모님들이 많으시죠. 혹은 아끼는 인형이나 장난감을 학교에 가지고 가겠다고 떼를 쓰는 아이를 보며, 심리적으로 불안한 것은 아닐까 걱정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사회에 적응은 해야 하기에, 마음은 아프지만 인형이나 장난감을 아이의 손에서 애써 떨어트려 놓습니다.

아이가 이처럼 중간 대상을 지닐 수 없게 됐을 때, 자신을 달래는 행동을 많이 하게 됩니다. 앞서 나온 옷을 깨물거나, 다리를 떠는 등의 행동이지요. 이는 아이 나름대로 자신의 불안을 진정시키는 행동이므로, 무조건 하지 말라고 혼내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어른들 역시 “불안해하지 마.”라고 말해 준다고 불안을 진정시킬 수 없는 것처럼요.

따라서 그럴 땐 다음의 세 가지 방법을 시도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① 집중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안아 주거나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 등 아이의 주의를 다른 방향으로 환기하는 게 필요합니다. 같이 다리를 떨거나 옷을 빨면서 놀이로 전환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아이가 불안이라는 정서에 집중하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② 안 했을 때 칭찬해 주기

보통의 부모들은 아이가 문제 행동을 하고 있을 때 지적합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이런 행동을 안 하고 있는 시간이 더욱 많습니다. 안 하고 있을 때 칭찬해 줌으로써 긍정적인 행동을 강화해 주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③ 알림을 사용하기

부모가 말이나 행동으로 제지하면 일부 아이들은 수치심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럴 땐 다른 행동이나 매개물을 사용하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아이가 문제 행동을 할 때마다 물을 주거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등 서로의 약속을 만들어 보세요. 아이가 알아차릴 수 있도록 신호를 주는 것이죠.

 

이는 모두 아이가 불안이라는 감정에서 빨리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질타하는 것은 외려 불안의 크기를 키울 수 있습니다. 그보다 빠르게 안정을 찾는 방법에 집중해 보세요.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당산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이슬기 원장

이슬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당산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서울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 대전,서울지방병무청 병역판정의사
(전) 서울 중랑구 정신건강증진센터 상담의
전체기사 보기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