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영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지금은 세 집 건너 한 집이 외둥이를 두고 있지만 수십 년 전만 해도 다자녀를 둔 가정이 일반적이었습니다.

형과 누나가 되면서 동생에게 심하게 질투심을 느끼며 생기는 마음의 상처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자라서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따라서 부모들은 출생순위에 따른 아이의 마음을 잘 헤아려 아이들이 열등감이나 애정 부족으로 인한 상실감을 느끼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 사람의 출생순위가 그 사람만의 독특한 성격을 만든다는 것은 아들러의 출생순위와 성격에 대한 연구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집안에서 첫째나 둘째 등 순서를 가지고 태어납니다.

이는 집안에서 매우 독특한 위치를 갖게 되고 또한 부모를 비롯한 주위 사람들이 첫째나 둘째를 대하는 양육태도가 다르기 때문에 출생순위가 성격을 결정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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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순위에 따라 나타나는 성격차이

1) 첫째 아이

첫째 아이는 대부분 부모의 모든 사랑과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자라게 됩니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아이의 모든 행동이 새롭고 신비롭게 느껴지며 하루하루 아이가 커가는 모습에 감탄하며 아이를 키우게 됩니다.

부모들은 대개 첫째의 행동에 대해 과대하게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고 내 아이가 천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는 것도 첫째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동생이 태어나는 순간 모든 칭송을 한 몸에 받던 아이는 사랑을 빼앗기는 고통에 직면하게 됩니다.

 

부모의 사랑을 빼앗기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첫째는 동생에 대한 질투심으로 동생을 괴롭히는 행동을 보여 부모에게 더 혼나는 악순환에 처하게 되는데, 아들러는 이를 두고 어느 날 갑자기 ‘폐위된 왕’이나 ‘폐위된 왕비’의 신세에 비유했습니다.

하루아침에 아무도 찾지 않는 힘없는 왕이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동생을 괴롭히다가 처벌로 독방에 가두어지기도 하는 처량한 처지가 되어버립니다.

첫째들이 만약 어린 시절  부모의 사랑을 뺏긴 상실감을 제대로 극복하지 못한다면 자라서 부적응자가 될 소지도 있습니다.

또한 아이를 키워 본 적이 없는 부모의 미성숙한 태도 때문에 큰 아이들은 정서적인 혼란을 느끼는 경우도 흔합니다.

 

많은 부모들은 동생이 태어나면 큰 아이가 갑자기 크게 느껴진다고 합니다. 큰 아이가 1-2세경으로 아직 아기인데도 부모의 눈에는 갓난아이에 비해 크게 느껴지고 의젓하게 반응하도록 기대하게 됩니다.

이런 기대는 물론 큰 아이에게 마음의 부담이 됩니다. 따라서 부모들은 큰아이가 동생이 태어난 후 느낄 수 있는 상실감을 잘 극복하도록 세심하게 아이의 마음을 배려하고 최선의 노력으로 도와주어야 합니다.

둘째의 출생을 앞두고 있다면 임신 초기부터 첫째에게 동생을 맞이할 마음의 준비를 시켜야 합니다.

 

반면 첫째에 대한 부모의 무조건적인 시간적 금전적 투자로 첫째 아이들은 지적이고 호기심 강한 아이로 자랍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책임감과 배려심이 남다르고 모임의 리더가 되는 안정적인 성격으로 자랄 수 있습니다.

 

2) 둘째 아이 또는 중간 아이

둘째 또는 형제 순위 중 중간에 속한 아이들은 형이나 누나의 존재가 모델이 되기 때문에 발달이 빠르고, 형이나 누나와 비교당하기 때문에 경쟁심이 강한 아이로 자라게 됩니다.

요즘엔 거의 가정마다 자녀가 둘인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둘째이자 막내인 경우엔 막내 아이의 심리로 보아야 합니다.

세 명 이상의 형제 중 둘째인 경우는 위아래의 형제에게 치여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자라면서 반항심으로 문제행동을 일으키거나 심리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병원을 찾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들러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끊임없이 달리는 꿈을 꾸며 꾼다고 하였고 이길 수 없는 싸움에 끼어있기 때문에 반항적이며 질투가 심하고, 항상 이기려 하고 추종자가 되기를 거부하는 성격을 가지게 된다고 보았습니다.

아들러 자신은 형제 중 차남으로 태어나 자신보다 뛰어나고 부모의 사랑을 더 많이 받는 형에 대한 질투심이 심했습니다.

동생이 태어남에 따라 자신을 향했던 어머니의 사랑과 관심이 동생에게로 옮겨가 동생에 대해서도 심한 질투심을 느꼈습니다.

아들러는 이러한 자신의 경험에 근거하여 같은 형제라도 자신이 태어난 출생 서열과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려는 경쟁으로 인해 제각기 다른 성격을 형성한다고 보는 ‘출생순위 이론(형제간 경쟁이론)’을 만들게 된 것입니다.

 

부모는 둘째 아이에 대해 항상 사랑을 표현해야 하고, 다른 형제들과 비교하지 않아야 합니다.

형제들 없이 단 둘만 시간을 내어 아이에게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경험을 하도록 배려해야 합니다.

둘째들은 부모의 사랑과 칭찬을 받기 위해 무조건 자신의 감정을 누르고 시키는 대로 하는 ‘착한 아이’의 행동을 보이게 됩니다.

자라면서 이런 억압된 부정적인 감정이 폭발하여 여러 문제 행동이나 정서적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3) 막내 아이

많은 경우 부모들은 막내를 마지막 자녀로 여겨 막내는 과잉보호될 가능성이 큽니다. 과잉보호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막내는 과도하게 의존적인 성격으로 자라게 됩니다.

반면 형과 누나 언니들에게  보고 배우는 게 많아 발달이 빠르고 많은 애정을 받고 자라게 때문에 긍정적인 성격을 갖게 됩니다.

막내는 동생에게 자리를 빼앗기는 충격을 경험하지 않기 때문에 정서적으로 안정적이지만 의존적이고 응석받이로 자라게 됩니다.

독립심이 부족하고 항상 열등감에 시달릴 수도 있지만 풍부한 감성을 가지고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예술가나 스포츠 스타로 자랄 수도 있습니다.

 

부모들은 막내를 기를 때는 과잉보호에 대해 경계해야 하고 다소 엄격한 태도로 양육해야 합니다.

엄마의 일이나 집안일에 대해서 돕게 해서 책임감과 함께 자신감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진_픽사베이


아우 타기

예전부터 어른들은 동생이 생기며 아이가 잠시 퇴행하는 행동을 보이는 것을 ‘아우 탄다’고 했습니다.

아우 타기의 증상은 크게 3가지로 

1. 동생을 때리고 꼬집는 등 동생에게 노골적인 적대감을 보입니다.

2. 퇴행 현상으로 잘 가리던 대소변 가리기를 하지 못하고 다시 우유병을 물고 다니는 행동을 보입니다.

3. 사랑을 빼앗긴 분노와 우울 등의 감정을 속으로 삭이려 머리가 아프다, 배가 아프다 하는 신체증상을 보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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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은 어떻게 대처하나요?

1. 동생이 태어나기 전부터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준비시켜야 합니다.

형제자매간 관계에 대한 장기간 연구에 의하면 아기들은 아주 어린 시절(1세)부터 부모가 본인과 다른 형제들에게 보이는 반응이 달라지는 것을 민감하게 알아차릴 수 있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아기 때부터 형제관계를 통해 성격이 형성되며 형제관계는 인격형성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그러니까 아이가 너무 어려서 아무것도 모를 것이란 생각은 잘못된 것입니다.

* 임신 초기부터 엄마의 신체변화에 대해 알려주고 동생이 엄마의 뱃속에서 자라고 있다고 알려줍니다.

* 출산일이 다가오면 산후조리 기간 동안 큰아이와 헤어져 있어야 하는 것에 대해서도 미리 알려주고 누가 돌봐줄 것인지도 알려줍니다.

* 부모들은 동생이 태어나기 전부터 “앞으로 너와 꼭 같이 소중하고 예쁜 동생이 태어날 텐데 우리가 동생을 반갑게 만나서 모두가 함께 돌봐야 한다.”고 미리 일러주어 동생을 맞이할 마음의 준비를 시킵니다.

 

2. 형제간 몇 살 터울이 바람직할까요?

* 연년생인 경우

만약 형제자매가 연년생이라면 큰아이는 동생에게 심한 질투심을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부모 입장에서 두 명의 아기를 한꺼번에 키워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 2-3세 터울인 경우

형제간 부모 사랑에 대해 공유하며 경쟁하는 것은 결정적 시기(CRITICAL PERIOD)에 가장 심각하게 보이게 됩니다. 결정적 시기는 대개 2-3세 경으로 이 시기에 동생이 생기면 가장 크게 질투하게 됩니다. 동생에 대해 적개심을 가지고 동생에게 노골적인 적개심을 보이는 것도 2, 3세 차이의 누나와 형들입니다.

* 4세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

4세 이상 차이가 나면 아이들은 더 이상 동생과 부모의 사랑을 가지고 경쟁하지 않게 됩니다. 하지만 정서적으로 공감되는 놀이를 함께 할 수 없게 되어 친한 친구로서 형제관계를 갖기가 어려워집니다. 따라서 형제간 터울은 3세-4세 사이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3. 동생에게 보이는 적개심이나 퇴행 행동은 성장과정임을 인정하고 기다려줍니다.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 형제지간에 경쟁을 하고 적대감을 드러내는 형제간 경쟁(sibling rivalry)은 가족관계에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따라서 형이 동생에게 심한 질투심을 보이거나 퇴행 행동을 보일 때는 자연스럽게 받아주어야 합니다.

‘아기 놀이’라고 하면서 퇴행 행동을 엄마와 함께하는 놀이처럼 잠시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동생이 낮잠 자는 시간 등 방해받지 않는 시간에 형에게 충분히 사랑을 표현하여 변함없는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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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동소아정신과 원장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및 대학원 졸업, 신경과 정신과전문의
미국 유타주 PCMC 및 유타주립대 소아정신과 연수 (1988~1991)
서울대학교 병원 소아정신과 전임의 수료 (1992), 소아 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자격 취득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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