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프랑스의 어느 기차역. 목적지가 다른 젊은 두 남녀가 기차 안에서 우연히 만나 서로에게 빠져듭니다. 짧은 순간, 두 사람은 서로에게 자석처럼 이끌리고 호감 어린 대화를 나누게 되지요. 목적지에 다다른 남자는 이대로 헤어지는 게 아쉬워 여자에게 자신이 내리기로 예정된 기차역에서 함께 내려 하루만 같이 시간을 보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합니다. 여자는 거부할 수 없는 그의 제안을 수락하고, 처음 만난 그 남자와 그 여자는 생애에서 가장 설레고 잊기 힘든 하루를 보내게 됩니다.이 내용은 로맨스 영
정신의학신문 | 정두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지난달 저의 정신건강 대중서 『마음은 단단하게 인생은 유연하게』가 나온 후 많은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깊이가 없다는 평가도 있고 인생을 쉬운 언어로 돌아보며 마음을 돌아볼 수 있어서 좋았다는 서평도 있었습니다. 사실 같은 이야기입니다. 심리학이나 정신의학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도 다양한 관점에서 삶에 적용해 볼 수 있게 하려는 목적으로 쓴 글이라 누군가에게는 다 아는 이야기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가끔씩 마음이 힘들 때 다시 펼쳐 보고 확인하는 이야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살면서 우리는 다양한 종류의 상실을 경험합니다. 사랑하는 연인과의 이별이나 배우자와의 이혼, 이직이나 실직, 암이나 질병으로 인한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등 상실은 우리 삶의 단계에서 시시때때로 찾아옵니다. 이처럼 우리가 경험하는 상실은 종류도 다르고, 삶에 미치는 영향 역시 가벼운 것부터 매우 심각한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그러나 어떤 종류의 상실이든 무언가를 ‘잃어버렸다’는 느낌은 우리의 마음과 몸에 흔적을 남깁니다.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대상을 잃어버렸을 때, 우리는 상실을 슬퍼하며
정신의학신문 |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긍정 심리학의 선구자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은 행복한 삶에 대해 연구를 거듭한 끝에 2011년, 웰빙(well-being)의 10가지 요소를 완성합니다. 행복한 사람들의 인생을 들여다보고, 그들의 삶에서 공통점을 도출한 것이었죠. 셀리그만은 이 10가지 요소 중에서도 ‘5개’가 행복한 삶의 필수 요건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삶에 몰입하는 태도(engagement) △의미(meaning) △긍정적인 정서(positive emotion) △긍정적인 대인관계(posit
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과는 아주 어색한 순간을 우아한 선물로 바꾼다._ 마가렛 리 런벡 아이와 잠자리에 누워 잠을 청하려는 순간, 아이는 친구가 자기가 놀던 장난감을 뺏어 가는 것으로도 모자라 그 장난감이 자신의 머리에 떨어져 아프게 했는데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장난감만 가지고 달아났다면서 억울한 마음에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아이의 이야기를 듣던 저에게까지 당시 아이의 속상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이의 친구는 아직 어리지만, 분명 그러한 행동이 잘못됐다는 점과 실수로
요즘 얼마간 나는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 내게 중요하지 않은 사람에게서, 그리고 나에게 매우 중요한 사람에게서…,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두드려 맞듯이 마음이 상처를 받고 나니, 청승맞아 보이기도 하고 어설프게 외롭고 괴롭고 우울해 졌다. 어설프다고 표현한 이유는, 요새 들어 슬프면 불안하고, 괴로워도 불안하다. 우울한 것은 말 할 것도 없다. 너무나 불안해진다. 불안하다는 마음이 모든 것을 대체하는 기분이 낯설고 묘하게 불쾌하다. 불안한 마음은 너무도 외로운 마음이다. 누구도 제대로 이해해줄 수가 없다. 너무도 외롭게, 홀로 불
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무더운 여름이었습니다. 너무 더워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줄줄 흘러내렸습니다. 그런데도 개미들은 열심히 일했습니다.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식량을 많이 모아 둬야 했기 때문입니다. 땡볕 아래 일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었지만, 개미들은 꾹 참고 부지런히 일했습니다. 하지만 베짱이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시원한 나무 그늘에서 흥얼거리며 놀기만 했습니다. “어이, 개미들. 한여름에 그게 무슨 고생이야? 나처럼 쉬엄쉬엄 놀면서 하라고.” 베짱이는 개미들을 보며 놀려 댔습니다. 그러면서 종일 노래를
정신의학신문 |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민영 씨는 지난 일 년간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일 년간의 투병 끝에 일 년 전 친정어머니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민영 씨. 그녀는 아픈 어머니를 병간호하는 동안 자신이 유독 지치거나 어머니로부터 받은 상처가 떠오를 때면 자신도 모르게 어머니를 원망하는 말들을 쏟아내곤 했습니다. 아픈 어머니께 말이에요. 그러고 나면 잠시 뒤 심한 죄책감이 몰려와 또다시 스스로를 자책하는 자기혐오의 시간이 반복되었습니다.사실 민영 씨는 어린 시절부터 농사일과 아홉 식구인 대가족을 책임
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요즘은 이혼 관련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돌싱(‘돌아온 싱글’의 준말)들의 새로운 인연 찾기를 주제로 하는 프로그램도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혼의 아픔을 극복하고 다시금 행복한 인생을 꿈꾸는 돌싱들이 새로운 인연을 찾는 과정이 방송을 통해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이처럼 이혼과 재혼은 우리에게 더 이상 낯설거나 금기시되는 그 무엇이 아니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하나의 이벤트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시청자들은 이미 한 번의 아픔을 겪은 이들의 상처와 아픔에 공감하며, 그들의 새로운 만남과 여정에
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흔히 부모가 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고 말합니다. 아이가 웃을 때, 처음 뒤집었을 때, 혼자서 일어설 때, 아장아장 걷기 시작할 때. 매 순간이 감동의 연속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사랑의 힘으로 극복하기 버거운 시기가 찾아옵니다. 바로 공포의 ‘왜’ 시기. “하늘은 왜 파래요?”와 같은, 평소 생각조차 해 본 적 없는 것의 원인을 탐구하는 아이 때문에 남몰래 한숨을 쉬게 됩니다. “사실 엄마 아빠도 몰라.”라는 솔직한 고백은 마음 깊숙이 넣어 두게 되죠. 대신 적절한 답을 찾아봅니다
나에겐 살아가면서 필수적인 요소로 숨쉬기, 음식 먹기, 잠자기 이외에도 ‘사람’이 자리를 차지한다. 이건 인간 사회에서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요소일 수도 있겠다. 범죄인이 수감 생활을 마치고 사회에 돌아와서 꼭 필요한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바로 ‘직업’과 ‘가족’. 이 두 가지 요소를 갖춘 범죄자는 새로운 인생을 꾸려 나갈 요소가 준비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이 요소들이 있고 없고에 따라 재범률도 다르다고 한다. 독립적이고 기본 생활을 꾸려 나갈 수 있는, 우리에게 어쩌면 족쇄 같은, 그러나 우리를 독립적인 인간
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어느 깊은 계곡에 외나무다리가 있었습니다. 동물들이 좁고 가느다란 외나무다리를 건널 때면 모두 조마조마한 마음이었습니다. 조심하지 않으면 발을 헛디디거나 외나무다리가 기우뚱하면서 아래로 떨어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리 아래는 거센 계곡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혹시라도 떨어지는 날이면 크게 다치거나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하루는 어떤 염소 한 마리가 외나무다리 근처에서 풀을 뜯어 먹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반대편을 쳐다봤습니다. 그쪽에 있는 풀이 훨씬 더 싱싱하고 맛있어
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리는 매일 아침 비슷한 시각에 비슷한 풍경을 마주하며 눈을 뜹니다.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은 오늘의 스케줄을 확인하고, 어제 본 풍경을 눈에 담으며 똑같은 경로를 거쳐 직장으로 향합니다. 회사에 출근해서 맞이하는 장면은 어제와 비슷하고, 내일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업무를 마치면 출근한 경로와 방향만 반대되는 길 건너편 도로 위에서 액셀과 브레이크를 반복해서 밟으며 익숙한 창밖 풍경에 잠시 시선을 두겠지만, 특별히 주의를 끌거나 관심을 기울일 만한 요소는 없습니다. 변화된 것이
내가 식물을 처음 들이기 시작했을 때, 그때 어떤 식물에 심취했나? 하는 질문을 종종 받곤 한다. 나는 초반에 ‘칼라데아(Calathea)’라는 식물 종류에 심취했다. 우아한 ‘오르비폴리아’, 까탈스럽지만 치명적으로 예쁜 ‘퓨전화이트’, 순둥순둥 키우기 편한 ‘마란타’, 길쭉한 키가 인상적인 ‘인시그니스’, 격자무늬 잎이 특이한 ‘네트워크’ 화려한 색감의 ‘스트로만데 멀티칼라’, 한바탕 인기몰이가 있었던 ‘크테난테 아마그리스’ 등등. 칼라데아는 그 모양이 모두 다르지만, 한 묶음으로 칼라데아 종으로 불리는 신기한 식물이었다. 공중
정신의학신문 | 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돈, 노력의 성과를 보여주는 확실한 지표-‘성공’ 집착 강할 때 정신적 고통 커져 -‘한 방’의 투자가 부(富) 가르는 시대- 일상의 노력들은 하찮게 여기게 돼- 지금 하는 일을 소중히 여긴다면- 투자로 떼돈 번 것보다 높은 성취감 #편집자 주 당신의 마음은 안녕하신가요? ‘오늘하루 마음읽기’에서는 날씨처럼 시시각각 변하는 우리 마음속 이야기를 젊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친절하게 읽어 드립니다. 이번 회에서는 과거에 비해 경제적으로 더 윤택해졌지만, 상대적 빈곤감은 더 커진 우리들의
식물 잎의 순환은 대충 이러하다. 가지나 뿌리에서 잎이 생겨나고, 그 안에서 찢어진 잎이 될지, 무늬가 있을지를 유전적으로 형성한 후, 야들야들한 새 잎이 생겨난다. 다른 잎보다 색이 연한 야들한 잎이 햇빛을 받고 바람을 스쳐 진한 색의 어른 잎이 된 후, 열심히 광합성을 한다. 자신의 건강함과 새 잎을 내기 위한 필사의 몸부림을 친다. 그렇게 오랫동안 새 잎이 어른잎이 되고, 할 일을 열심히 하면 시간이 지나 헌 잎이 된다. 누가 봐도 거칠고 열심히 살아온 잎의 모습이다. 그 잎이 떠나가려면 영양분을 빼앗겨 점점 노란색을 띄게 된
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한 나무꾼이 강가에서 나무를 베다가 실수로 도끼를 강물에 빠뜨렸습니다. 도끼를 너무 세차게 휘두르는 바람에 손에서 미끄러진 겁니다. 도끼는 나무꾼에게 유일한 생계 수단이었습니다. 가난했기에 도끼를 새로 살 수도 없었습니다. 나무꾼은 강가에서 슬피 울었습니다. 이때 강둑에서 헤르메스 신이 나타나 나무꾼에게 물었습니다. “왜 이리 서럽게 우는 것이냐?” “실수로 도끼를 강물에 빠뜨렸습니다. 도끼가 없으면 제 가족은 먹고살 수가 없습니다.” 나무꾼의 딱한 사정을 들은 헤르메스 신은 도끼를 꺼내
정신의학신문 | 심금숙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사례 4-B: 결혼할 수 있을까?경수는 그렇게 다른 중견기업에 정규직으로 채용되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월급이 적다고 생각되지 않았는데, 학자금 대출 상환에 월세까지 내고 나면 늘 여유가 없었다. 5년 일한 뒤에는 전세로 옮길 계획이었는데, 그 사이 전세값, 집값이 또 많이 올라서 당분간 월세 집에 머무르면서 학자금 대출을 청산하는 것으로 마음을 바꿨다. 그러던 중 대학 동기 경호로부터 올 봄에 결혼한다는 청첩장을 받았고, 직접 전화로 꼭 참석해 달라고 해맑게 간청해서 ‘그러겠다’고
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시험 전 벼락치기로 지쳤을 때, 밤샘 야근으로 수면 부족에 시달릴 때, 우리는 “방전됐다”는 표현을 쓰고는 합니다. 혹은 “배터리가 닳았다”거나 “충전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하지요. 활력은 이처럼 ‘열정’, 또는 ‘에너지’라는 표현으로 종종 대체됩니다. 활력이란, 우리가 삶에 대해 지닌 ‘기운의 정도’를 뜻하기 때문입니다.기운이 넘칠수록 의욕적으로 도전에 임하며, 심신이 활성화되고, 정신이 고양된 듯한, 말 그대로 ‘살아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기운이 없을 때 마치 ‘
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직장생활을 하는 환자분이 열심히 준비한 서류를 상사에게 가져갔더니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고 합니다. “부족한 부분에 대해 피드백을 주시면 수정해 보겠습니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했지만, 칭찬도, 비판도 아닌 상사의 “나쁘지 않아”라는 말에 왠지 찜찜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고 합니다. 환자분은 차라리 상사가 속 시원하게 잘못을 짚어 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을 겁니다.분명 숨겨진 뜻이 있는 것 같은데 의중을 짐작할 수 없는 상황은 타인과의 소통 과정에서 빈번히 발생합니다. 연인 관계에 대입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