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여의도 힐 정신과, 황인환 전문의] 사랑하기 - 마음속 깊이 서로를 믿는다: 폴 엘뤼아르의 ‘우리 둘이는’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한 해는 모두가 힘겨웠습니다. 참으로 견디기 힘든 버거운 시간들이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서 늘 제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 있습니다. ‘고통은 어디로부터 오는가?’ 하는 것입니다. 작년에는 유독 이 질문의 횟수가 많아졌고, 무게감 또한 더했습니다. 우리가 겪는 고통은 나와는 무관한 외부에서 오는 건가요? 아니면 나 자신의 내부로부터 오는 건가요? 우리에게 다가오는 고
[정신의학신문 :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이현정 전문의] 24세 남성 M 씨는 여자친구와의 이별 이후 가슴 두근거림과 두통, 불면을 주소로 내원했다. 정신건강의학과 같은 곳에 자신이 오게 될 것이라고는 평생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지만, 지금은 너무 힘들어서 도저히 안 올 수가 없었다고 하였다. 헤어진 전 여자친구와 교제한 지는 2년 정도 되었는데, 헤어졌다 만나기를 수차례나 반복했으며, 이번에는 정말 끝인 것 같다고 하였다.사연을 들어보니 매번 헤어지는 이유가 똑같았는데, 별일 아닌데 자신이 너무 욱해서 화를 내는 것이 항상
[정신의학신문 : 마인드랩 공간 정신과, 이광민 의학박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1: 저는 긍정적인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따금 불안이라는 감정이 올라오면 너무 힘들어요. 숨도 잘 쉬어지지 않아요. 마음의 고통을 벗어날 방법이 있을까요? A: 막상 내가 힘든 상황에 부닥쳤을 때 내 이야기를 하면 상대방이 잘 받아줄 수 있을까 염려가 정말 많이 들죠. 그러다 보면 이야기를 꺼내기가 힘들고, 혼자만의 공간으로 숨어들게 되기 쉽습니다. 어느 순간 내 마음은 더 고립되어 버리죠. 결국, 혼자가 아닐 수 있음에도 혼자되는 것을 자처하는
[정신의학신문 : 사당 숲 정신과, 최강록 전문의] 새해가 밝았다. 하지만 여느 해처럼 새로운 태양을 맞이하기 위해 동해로 달려갈 수가 없었다. 해는 바뀌었으나 코로나 사태는 계속되기 때문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바이러스의 기세는 갈수록 거세다.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코로나로 시작해 코로나로 일관될 가능성이 크다. 2020년을 상징하는 장면 중 가슴을 울렸던 몇 가지 장면이 있다. # 장면 1: 대구 동산의료원에서 코로나 진단검사를 하고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들을 간호하느라 밤낮을 구분할 수 없을 만큼 격무에 시
2021년 신축년 새해를 맞아 ‘내 마음을 찾아가는 여행’이라는 제목으로 새로운 대담을 시작합니다. 대담은 대한정신건강재단 정정엽 마음소통센터장과 한국적 정신치료의 2세대로 불교정신치료의 체계를 확립해 나가고 있는 전현수 박사 사이에 진행되었습니다. 정정엽: 저도 사실 천주교 신자인데, 불교에 조금 관심을 가지게 돼서 얕게 공부를 했거든요. 그런데 저는 불교 공부를 하다 보니까 ‘심리학의 뿌리가 불교에서 나온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불교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선생님은 어떻게 불교를 접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전현수:
[정신의학신문 : 광화문 숲 정신과, 정정엽 전문의] 얼마 전 한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혜민 스님이 남산타워가 바라보이는 삼청동 소재 단독주택에서의 일상을 공개한 후 평소 강조해 온 ‘무소유’의 삶이 아닌 ‘풀(full)소유’를 누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는 이 집을 2015년 매입한 뒤 2018년 자신이 대표로 있는 고담선원이라는 사찰에 되판 다음 세 들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또한 미국 뉴욕시 등기소 웹페이지에서 내려받은 ‘라이언 봉석 주(RYAN BONGSEOK JOO)’라는 인물의 부동산 등기 문서를 분
[정신의학신문 : 민트 정신과, 조장원 전문의] 조 차장은 부서 내에서 감정 조절을 잘하기로 소문난 사람이다. 흥분할 만한 일이 생겨도 좀처럼 들뜨지 않고 차분하게 대응해서 상황을 마무리하고, 기분이 상할 만한 좋지 않은 일을 맞닥뜨려도 내색하지 않고 이성적으로 대처해서 일을 매듭짓는다. 누가 뭐라 해도, 무슨 일이 벌어져도 크게 놀라거나 맞대응하지 않는 냉철한 사람이다. 그런 조 차장을 부러워하고 따르는 후배들이 많다. 감정 조절을 잘하지 못해 상사에게 꾸지람을 듣거나 낭패를 당한 적이 있는 사람들이다.주변에서 보기에는 조 차장이
대담은 대한정신건강재단 정정엽 마음소통센터장과 대한명상의학회 박용한 부회장 사이에 진행되었습니다. Q: 지금 짧게라도 사띠 수행을 한번 해볼 만한 게 있을까요?A: 저희도 여러 번 하다 보니까 호흡에 집중하는 걸 못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왜 그러냐면, 대개 불안하고 여러 가지로 감정이 좀 힘드신 분들은 가슴도 뛰고 호흡도 답답하고 그런데, 이런 분들한테 “호흡에 집중하세요.” 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배가 일어나고 사라지는 걸 보라고 하면 그건 잘되는 편이에요.그러니까 온전히 호흡에 집중해서 삼매에 드는 쪽보다는 좀
[정신의학신문 : 광화문 숲 정신과, 정정엽 전문의] 1.한국에서 활동하는 일본 출신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 씨가 최근 일본에서 정자은행에 보관돼 있던 이름 모를 한 남성의 정자를 기증받아 아들을 출산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다. 자발적으로 비혼모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지난달 초 3.2kg의 건강한 남자아이를 출산한 그녀는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당당하게 비혼모로 아들을 키우며 살아갈 것을 선언했다.“아기를 낳길 원했지만, 출산만을 위해 급하게 결혼할 사람을 찾거나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과 결혼하기도 싫었기에 고심 끝에 결혼하지 않
[정신의학신문 : 민트 정신과, 조장원 전문의] 김 부장은 공황장애 15년차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공황장애가 시작된 후 치료와 재발이 수차례 이어진 다음 마지막으로 치료받은 게 10년 전이었다. 그 뒤 5년 동안이나 아무런 증상이 없었다. 답답한 증상도 불안한 증세도 없었다. 자신이 공황장애를 앓았던 사람인가 싶게 편안한 일상을 유지했다. 가족이나 회사 직원들도 김 부장과 공황장애를 연결 짓지 않고 자연스럽게 대했다.그런데 김 부장에게는 공황장애가 발생한 뒤부터 특이한 버릇이 생겼다. 의사가 처방해준 항불안제를 지갑에 넣어 가지고
[정신의학신문 :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많은 사람들이 어떠한 현상의 이유를 찾을 때 ‘here & now'에서 찾곤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현상의 이유는 ’there & then'에 있는 경우가 더 많다. 사람이라는 존재가 백지상태로 있어서 ‘here & now'에서 딱 결정하는 존재가 아니라, ’there & then'에서 이미 만들어진 마음의 모양을 가지고 ‘here & now'에서 결정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그렇기 때문에 ’there & then'에서 만들어진 마음의 모양이 어떠한지를 살펴보는 것은 어떠한 현상의 이유
[정신의학신문 : 정두영 UNIST교수·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월요일 밤 9시경 구글의 서비스가 한 시간 멈췄습니다. 유튜브를 못 보니 코로나-19로 동영상에 많은 시간을 쓰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같은 사건이 비슷한 장소에서 다른 결과를 불러오기도 했습니다. 같은 과 교수님이 구글의 공유문서로 원격 기말고사를 보는 중에 시험이 중단되었습니다. 교수님은 다시 문제를 만들고 학생들은 재시험을 치러야 하는 큰 불편을 겪게 되었습니다. 봄학기에 겨우 원격수업과 시험에 적응하느라 힘들었는데 같은 방식으로 해결될 줄 알았던 일
[정신의학신문 : 마인드랩 공간 정신과, 이광민 의학박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암과 면역체계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암을 잘 다스리기 위해서 디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면역체계란 감염이나 질병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면역 시스템 전반을 가리킵니다. 저는 암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누구나 암세포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강조합니다. 지금 제 몸 어딘가에도 암세포가 있습니다. 여러분 몸 안에도 마찬가지로 암세포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몸의 정상세포는 돌연변이에 의해 자연스럽게 암세포로 만들어질 확률이 있습니다
[정신의학신문 : 사당 숲 정신과, 최강록 전문의] 날씨 좋은 주말 공원에 나가 보면 반려견과 함께 산책 나온 사람을 많이 볼 수 있다. 기온이 낮아지면서 따뜻한 옷을 입고, 리본 등으로 머리를 예쁘게 장식한 멋쟁이 강아지도 눈에 띈다. 주인이 미는 유모차에 앉아 세상 구경을 하며 지나가는 반려견도 종종 보인다.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반려동물은 그냥 동물이 아니라 삶을 함께하는 가족이다. 피붙이나 다름없다. 반려동물과 같이 갈 수 있는 커피숍이나 브런치 카페 등에 가면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 사이로 앙증맞은 개와
[정신의학신문 : 신림 평온 정신과, 전형진 전문의] “쏴, 쏴!”“빨리 눌러 버려!”“휘둘러, 칼을 휘둘러!”“수류탄 던져 버려, 수류탄!”“폭탄을 설치해!”“오케이, 죽었다!”전쟁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초등학생들이 인터넷 게임을 하면서 내뱉는 말들이다. 긴박하게 오가는 대화 내용은 전부 하이톤이다. 중간중간 거친 욕설도 마구 튀어나온다.한 방송국의 교육 프로그램에서 게임에 빠진 청소년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들어봤다.“침대에서 일어나자마자 간단히 라면을 먹고 곧바로 게임을 시작해요.”“정말 잠깐만 하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까
대담은 대한정신건강재단 정정엽 마음소통센터장과 대한명상의학회 박용한 부회장 사이에 진행되었습니다. Q: 명상을 통해 객관적인 것을 알아차리기 시작하면 정화가 이루어져 자기가 원하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되고, 나아가 자기가 무엇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까지 생기는 게 명상이라고 이해해도 괜찮을까요?A: 그렇죠. 명상은 뭐 도 닦고 딴 세상에 살고 있는 게 아니라 본래 자기 모습을 회복하는 것이에요. 그런데 그것을 제대로 관찰하고 볼 줄 알아야 새로운 경험을 통해 내 뇌가 리셋(reset, 장치의 일부 또는 시스템 전체를 미리 정해
[정신의학신문 : 강남 푸른 정신과, 신재현 전문의] 40대 중반의 A씨는 여행을 좋아한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여행을 좋아했었다. 20대 초반에는 국내외 여러 곳을 다니며 자유로이 젊음을 만끽했었다. 기차를 이용한 여행이든, 도보 여행이든, 자동차 여행이든 모두 A씨에게는 거리낌이 없었다. 프리랜서 사진작가였던 A씨는 자신이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가서 얼마간 머무르며 사진을 찍었다.하지만 A씨에게 여행은 더 이상 즐겁지 않다. 오히려 두려움을 느낀다. 30세의 봄, A씨는 지방의 멋진 경관을 촬영하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사진
[정신의학신문 : 여의도 힐 정신과, 황인환 전문의] 우울과 조울 – 우울에 지친 그대 어깨 위에: 정해종의 ‘우울증의 애인을 위하여’ 근심스럽거나 답답하거나 활기가 없는 상태를 우울이라고 합니다. 흔히 “오늘 나 기분이 좀 우울해.”, “지금 나 우울하니까 말 시키지 마.”라고 말하곤 하죠. 우울한 기분은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감정입니다.하지만 정신의학에서 말하는 우울증이란 일시적 기분이 아니라 정신적 기능이 전반적으로 저하된 상태를 가리킵니다. 의욕이 없고 기분이 침체됨으로써 감정, 생각, 신체, 행동에 변화가 생겨 삶에
대담은 대한정신건강재단 정정엽 마음소통센터장과 대한명상의학회 박용한 부회장 사이에 진행되었습니다. Q: 요즘 명상에 대해 정말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는데, 명상이 어떤 건지 간단히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A: 명상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너무 많은 말을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수천, 수만 가지의 명상법이 있습니다. 이 중 저희 학회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은 ‘마음 챙김’ 명상입니다.마음 챙김 명상이란 서구에서는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라고 하고, 팔리어(Pali, 고대 인도의 통속어로 불교 경전에 쓰인 말)로는 ‘
[정신의학신문 : 민트 정신과, 조장원 전문의] 정주행 대리는 오전에 처리할 업무를 일찍 끝내 놓은 뒤 점심때 뭘 먹을지를 궁리했다. 좀 더 치밀하게 분석하면서 문구도 잘 다듬고 관련 자료를 찾아볼 수도 있었으나 그러기가 귀찮았다.‘구내식당에 가서 주는 대로 먹을까 아니면 회사 밖으로 나가서 맛있는 걸 골라 먹을까?’정오가 되자마자 회사 문을 나선 그는 10분이나 외떨어진 식당에 가서 혼자 삼계탕을 먹은 다음 카페라테까지 한 잔 마신 후 1시 2분 전에야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오후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가 걱정이었다. 거래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