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로 풀어보는 정신건강 (8)

대담은 대한정신건강재단 정정엽 마음소통센터장과 대한명상의학회 박용한 부회장 사이에 진행되었습니다.

 

Q: 지금 짧게라도 사띠 수행을 한번 해볼 만한 게 있을까요?

A: 저희도 여러 번 하다 보니까 호흡에 집중하는 걸 못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왜 그러냐면, 대개 불안하고 여러 가지로 감정이 좀 힘드신 분들은 가슴도 뛰고 호흡도 답답하고 그런데, 이런 분들한테 “호흡에 집중하세요.” 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배가 일어나고 사라지는 걸 보라고 하면 그건 잘되는 편이에요.

그러니까 온전히 호흡에 집중해서 삼매에 드는 쪽보다는 좀 쉬운 쪽을 택해서 훈련하는 겁니다. 깊은 삼매에 들지 않더라도 배의 일어남과 사라짐에 집중하면서 그 집중을 방해하는 생각, 감정, 감각 이런 것들에 이름을 붙이는 거죠. 생각이 일어나면 생각하고 이름을 딱 붙이고, 그다음 가만 놔두면 다시 배의 일어남과 사라짐이 옵니다.

가만히 눈을 감고 한번 해보시겠어요? 눈을 감고 허리를 똑바로 세우시고요. 어깨에 힘은 빼시고요. 턱은 잡아당기고 눈은 편안하게 감습니다.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처음에는 호흡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걸 가만히 지켜보십시오. 일부러 호흡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미 호흡은 하고 있으니까요. 그냥 호흡이 들어가고 나가는 것을 가만히 관찰합니다.

자, 그러다가 배가 일어나고 사라지는 쪽으로 마음을 갖다가 거기에 사띠를 둔다고 이해를 합니다. 가만히 배의 일어남 사라짐을 관찰해 봅니다. 배가 일어나면 ‘일어나’라고 이름 붙여서 관찰을 하고, 일어났다가 사라지면 또 ‘사라짐’하고 이름 붙여서 관찰합니다.

그러다가 생각이 일어나면 ‘생각’ 이렇게 이름 붙이고, 다시 배의 일어남과 사라짐으로 옵니다. 소리가 들리면 ‘소리’하고 이름 붙이고, 다시 배의 일어남 사라짐으로 온전히 옵니다. 또 통증이 느껴지면 ‘통증’하고 이름 붙이고, 다시 배의 일어남 사라짐으로 옵니다.

자, 눈을 뜨려고 하는 의도를 알아차리면서 눈을 뜹니다.

 

사진_픽사베이
사진_픽사베이

 

Q: ‘일어난다.’, ‘사라진다.’고 하셨잖아요? 숨을 들이마시는 게 일어나는 거고, 숨을 내쉬는 게 사라지는 건가요?

A: 그것도 생각하셨네요? 배의 가죽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은 숨 쉬면서 일어나는 것도 있고, 배의 내장이 움직이면서 일어나는 것도 있고, 굉장히 많은 요소가 내포되어 있거든요. 그냥 온전히 배의 일어남 사라짐으로만 보시면 돼요.

좀 더 깊어지면 ‘사대 수행’이라고 해서 ‘지수화풍(地水火風, 사람의 육신이나 일체 만물을 구성하는 네 가지 기본 요소로서 사대(四大)라고도 함)이라고 하는 것을 가만히 보게 돼요. 딱딱한 느낌이라든가, 가스가 차서 움직이는 느낌이라든가, 뜨거운 느낌이라든가, 여러 가지 느낌들을 온전히 관찰하죠.

좀 더 자세하게 실제적인 걸 관찰하게 돼요. 그러나 지금은 이름 붙여서 배에 집중하는 것만 해도 잘 못하잖아요. 잘 안 되지요. 내 마음 상태를 보신 거예요.

‘내 마음 상태가 온전히 한 군데에 집중하기 어렵네?’

그야말로 야생마처럼 내 뇌의 주의는 산만하게 자신의 흥미가 가는 대로 자꾸 가죠. 멈추기가 쉽지 않아요.

그렇지만 우리가 온전히 배의 일어남 사라짐을 계속 집중하다 보면 굉장한 고요함이 생기거든요. 스틸니스(stillness, 내면의 고요)라고도 표현하는데, 굉장한 고요함이 생겨요. 몸의 집중을 통해서 사마타의 효과, 즉 집중력이 굉장히 커집니다.

온전한 고요함이 사실은 내 마음의 공간이 굉장히 커지는 것 같이 확장되는 경험을 하는 거거든요. 그러면 그 순간에 생각, 감정, 감각 이런 것들이 잘 관찰되기 시작해요.

그렇게 되려면 시간이 걸리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런 건 정신과 의사 선생님들이 하셔야 돼요. 왜냐하면 ‘자기분석(self-analysis)’ 때문이에요. 우리는 환자분들이 이야기하는 것이 무슨 소리인지 들리기 시작하잖아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우리가 갖고 있는 생각과 감정으로 ‘페인트칠’ 해서 환자를 보거든요. 경험하는 모든 것들은 다 내가 ‘페인트칠’ 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려야 되거든요. 그런 면에서 사띠 수행이 굉장히 중요하죠.

 

Q: 사실 저는 명상을 하면 조금 편안하고 이완되는 것까지는 느낄 수 있거든요. 그런데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어떤 집중력이나 알아차림을 통해 변화를 느끼는 것까지는 느껴보지 못했어요.

A: 잘 모르시겠죠? 체감이 안 되시는 거잖아요? 그런데 사실은 저도 자가 진단을 해보면 옛날에는 성인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환자였던 것 같아요. 지금도 그런 요소가 조금 있지만, 많이 개선이 됐어요. 제가 그 정도로 개선이 됐다면 굉장히 좋아진 거거든요.

각자 자기가 갖고 있는 문제들을 자기가 정화하고 거기서 벗어나는 것이 명상의 목적이기도 해요. 왜냐하면 그런 것들이 괴로움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에요. 자기는 그게 내 문제인지 모르고 자꾸 반복하는 패턴을 갖고 있거든요.

예를 들면 병든 뇌라고 하면, 병든 뇌 속의 메커니즘으로 생활하고 있지만,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고 쳇바퀴 돌듯이 하고 있다는 거죠. 하지만 명상을 하면 ‘어, 지금 내가 그러고 있다.’고 하는 것을 보게 되는 거예요.

저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은 경험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정신과 의사들이 전공의 시절이나 학생 시절에 프로이트의 전이, 역전이 또 저항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배우잖아요? 그러면 환자분들하고 면담하면서 그런 것들을 어느 정도는 알면서도 거기서 벗어나느냐? 그러지 못하거든요. 그렇잖아요? 이게 전이인가? 역전이인가? 뭐 이렇게 생각하게 되죠.

그러나 명상을 꾸준히 해보니까 어느 순간에 환자분들을 보는데, 저 상황에서 저는 가만히 보고 있는데도 제 마음이 쓰윽 반응하는 게 보이는 거예요. 그러니까 굉장히 놀라운 경험이죠.

마음이 어떤 상황에 쓰윽 보인다고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마음이 온전히 보이는 거예요. 이건 명상을 꾸준히 하면 되거든요. 그런 효과인 거예요. ‘이게 알고만 있던 게 실제로 마음이 그렇게 일어나네?’ 그래요. 조건에 의해서 마음이 일어나거든요. 조건에 일어나는 마음이 쓰윽 보이는 거예요.

 

Q: 이를테면 객관적으로 본다는 개념을 한 번 더 덧씌우는 것 아닌가요?

A: 그것도 굉장히 좋은 성찰을 갖고 질문하시는 거예요. 좋은 거죠. 그러니까 이게 ‘내가 좀 생각하고 있지 않나?’ 하는 것을, 그것도 볼 줄 알아야 돼요. 물론 그 생각 자체도 생각이지만 ‘내가 하고 있는 게 맞아?’를 볼 줄 알아야 되거든요.

그런데 아까 제가 어떤 상황에서 그렇게 쓰윽 보인다고 하는 것이 뭐냐면, 이거는 전이, 역전이의 개념은 알고 있었지만, 그거랑 다르게 나타났던 반응이거든요. 뭐냐 하면 상대적으로 공간감이라던가, 시간감이 굉장히 늘어나요. 명상, 사띠를 강화시키면, 그러니까 어떤 상황에서 내 마음이 보이는 게, 쓰윽 보이는 거예요.

우리가 왜 자기 분석이 어렵냐면 첫 번째는 우리는 의식이 융합되어 있거든요. 인지적으로 융합(cognitive fusion) 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어떤 걸 볼 때 이미 다 융합시켜서 개념화된 걸로 자꾸 보는 것을 우리가 잘 알아차리지 못하거든요. 그게 일종의 맹점(blind spot)이에요. 우리가 맹점을 보지 못 하잖아요? 맹점을 갖고 있다는 걸 알아야 되거든요.

그다음에는 동일시하는 거 또 그다음에는 에고(ego, 자아), 소위 이야기하는 에고 신토닉(ego syntonic, 자아 친화적인) 하는 면들이 있어요. 예를 들면 어떤 신념, ‘나는 뭔가 이런 것을 해야 돼.’, ‘나는 이것이 옳다고 생각해.’, ‘나는 이것을 했기 때문에 보람이 있어.’ 하는 것 중에는 쉽게 말하면 투명한 신념이라고도 표현하는데요. 내 생활을 지배한다는 거죠.

그거 외에는 그것 자체가 ‘그래, 이거는 너무 좋아.’하고 신념을 갖고 하는 것 중에는 그것 자체가 하나의 맹점이 되어서 안 보이는 거예요. 이해가 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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