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로 풀어보는 정신건강 (6)

대담은 대한정신건강재단 정정엽 마음소통센터장과 대한명상의학회 박용한 부회장 사이에 진행되었습니다.

 

Q: 요즘 명상에 대해 정말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는데, 명상이 어떤 건지 간단히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A: 명상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너무 많은 말을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수천, 수만 가지의 명상법이 있습니다. 이 중 저희 학회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은 ‘마음 챙김’ 명상입니다.

마음 챙김 명상이란 서구에서는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라고 하고, 팔리어(Pali, 고대 인도의 통속어로 불교 경전에 쓰인 말)로는 ‘사띠(Sati)’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자신의 마음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관리하는 능력을 키워서 정신질환을 스스로 다룰 줄 알게 하는 명상입니다. 나아가 자기 마음을 객관적으로 관찰함으로써 자기분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주목적인 명상입니다.

 

사진_픽사베이
사진_픽사베이

 

Q: 마음을 객관적으로 본다는 게 어떤 건지 예를 좀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A: 환자들이 와서 여러 가지 말씀을 하세요. “과거에 이랬는데 기분이 어땠고, 지금은 기분이 어떻고,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나고…….”

그러면 제가 말하죠. 우리는 기본적으로 자기 마음을 보는 능력이 있다고요. 왜냐하면 자기 마음을 봤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한 거거든요. “내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 “내가 이런 감정을 갖고 있어.”, “내게 이런 감각이 일어나네?” 하는 건 자기가 말과 행동으로 뭔가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거죠. 본래 우리가 갖고 있는 겁니다.

붓다는 이것을 “제대로 써야 된다.”라고 했어요. 제대로 쓸 줄 알면 마음에 끌려가지 않습니다. 마음은 현대적으로 이야기하면 인공지능(AI)과 같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흘러가거든요. 따라서 현대인들이 많은 경험을 통해 쌓은 것들 또 대인관계를 통해 축적된 여러 가지 스트레스에 의해 마음의 병이 일어나는 겁니다.

마음을 객관적으로 본다는 건 그걸 잘 알아차리는 것이죠. 알아차리는 게 본래 있는 거예요. 이게 곧 마음 챙김인데, 이것을 잘 강화하면, 강화해서 쓸 줄 알면 좀 더 제대로 객관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알긴 알아.” 하면서 끌려갑니다. 멈춰야 됩니다. 멈춰야 상황에 대해서, 저 사람에 대해서, 반응하는 내 마음이 보이거든요. 사띠(Sati)란 멈춰 있어야 보입니다.

 

Q: 마음에 자동적으로 끌려가는 것을 멈추는 게 객관적으로 마음을 보는 거라는 말씀이죠?

A: 그렇죠.

 

Q: 마음에 끌려가지 않으면서 우리가 마음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고, 마음에 자동적으로 끌려가는 것을 멈출 수 있게 되면 어떤 부분들이 조금 다르게 느껴지는지 말로 표현해 주실 수 있나요?

A: 왜 명상을 수행이라고 말하느냐면 자꾸 실천하고 경험해서 뇌가 변해야 되거든요. 그래서 달라이라마가 미국 신경과 의사들하고 연구한 게 바로 ‘신경 뇌 가소성’입니다. 자꾸 수행을 했더니 뇌가 변한다는 거죠. 그 개념이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마음 챙김의 힘이 강화되는 겁니다.

예를 들면 환자들은 이런 표현을 잘합니다. “알면서도 잘 안 돼요.”, “알긴 알지만 잘 안 되는데, 어떻게 하란 말이에요?” 그런데 사실 아는 힘을 통해서 멈출 수가 있거든요. 우리는 생각에 끌려가고 있던 것을 알아차리고 가만히 놔두는 거죠.

우리는 몸이 있기 때문에 현재 존재하죠. 몸에 집중하는 게 어떻게 보면 현재로 오는 방법인데, 그중에서도 호흡에 집중하는 게 굉장히 좋은 방법입니다. 그래서 호흡에 온전히 마음을 두고 집중하는 훈련을 하게 되면 마음 챙김의 힘이 강화되는 쪽으로 변화가 일어납니다.

그러면 놀랍게도 어떤 상황에서 “어, 내가 이렇게 하고 있네?” 하고 알아가는 게 아주 미세하게 변해요. 결국은 알고서 행동까지 갔던 것과 나중에 알긴 아는데 먼저 행동했던 것이 나중에는 점점 앎과 동시에 행동이나 말로 가지 않도록 저절로 그렇게 되거든요. 지혜로움이 생기는 거죠.

가령 환자 중에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하고 물으면 “네, 맨날 똑같이 지냈어요.” 이렇게 대답하는 분이 많이 있어요. 제가 반문하죠. “어떻게 똑같이 지낼 수 있으세요?” 이어서 “몇 시에는 어떻게 행동하고, 몇 시에는 똑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그랬나요?” 하고 물으면 그건 아니라고 해요. 자기 마음을 통해 세상을 그렇게 똑같은 방식으로 보고 있다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마음 챙김의 힘이 강해지면 매 순간이 생생하게 보이기 시작해요. 평소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제대로 보이고, 내가 평소에 지나갔던 것들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하며, 그다음 날에도 또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전체적으로 감도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게 달라지는 거죠.

오감을 통해서 느껴지는 감도가 굉장히 좋아집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생명체(자연)로부터 오는 느낌, 바람이 싹 스쳐가도, 꽃을 보거나 새소리를 들어도 달라지는 겁니다. 그게 우리 어린 시절의 모습이기도 하거든요. 우리는 어느새 그 모습을 잃어버리고 있었던 거죠. 그걸 회복하는 겁니다.

 

Q: 명상을 통해 좋지 않은 버릇을 쫓아가는 것만 멈추는 게 아니라 좋은 부분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까지 가능한가요?

A: 충분히 가능하죠. 제 말은 자동 시스템처럼 투 트랙으로 우리 시스템이 이루어져 있다는 겁니다. 알아차리는 것과 마음 현상은 동시에 같이 있는 것이죠.

불교에서는 알아차리는 걸 유익한 마음 부수라고 표현해요. 마음부수란 마음이 일어날 때 같이 일어나고, 마음이 사라질 때 같이 사라지며, 마음과 동일한 대상을 가지고, 마음과 동일한 토대를 가지는 법들이죠. 마음 현상 중에 마음의 처음과 끝을 다 보고 있는 거예요.

알아차림이라는 게 객관화되는 것도 있지만, 정화되는 요소가 있어요. 인지심리학적으로 단기기억(short-term memory) 안에 우리의 정화되지 않은 요소들이 들어있거든요. 한정된 단기기억 안에서 정화되지 않은 욕구, 생각, 감정들이 정화되는 거죠.

 

Q: 정화된다는 게 분류된다는 느낌인가요? 아니면 명확해진다는 느낌인가요? 좋지 않은 것들이 없어지는 거죠?

A: 네, 반복되게 내가 쓸데없이 갖고 있는 생각, 감정들을 명확히 알아차리면 그게 더 이상은 관여를 안 해요.

 

Q: 아, 더 떠오르지 않게 되는군요?

A: 네, 더 떠오르지 않고 또 떠오른다 해도 금방 사라져요. 실제적으로 우리가 어린 시절에 갖고 있었던 것 같은 자연스러운 오감이 살아난다는 이야기죠. 그래서 꽃을 보면 꽃의 느낌이 제대로 살아나요. 이것을 좋은 것 나쁜 것이라고 보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거죠.

그러니까 뭐가 좋다 나쁘다 하는 건 우리가 기본적으로 알아차리는 것과 마음 현상이라는 투 트랙을 갖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마음 현상은 일종의 ‘나’라고 하는 하나의 시스템이 서바이벌하는 시스템이거든요. 서바이벌을 위해서는 “이건 좋아, 이건 나빠.”,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네.” 이렇게 자동적으로 분류해서 좋은 거는 좀 더 선호하고, 싫은 거는 멀리하거나 화를 내서 싸우는 식으로 대처하죠.

그러니까 탐진치(貪瞋癡, 탐욕(貪欲)과 진에(瞋恚)와 우치(愚癡), 곧 탐내어 그칠 줄 모르는 욕심과 노여움과 어리석음)가 생긴다는 거예요. 탐하고, 싫은 것에 대해 화를 내서 멀리하고, 자기 마음이 그러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상태로 지내게 되는 거죠.

그런데 이게 정화되는 겁니다. 이런 요소가 정화되면 그다음에는 매 순간 어떤 상황에서 내가 무엇을 해야 될지 제대로 보이는 거죠. 무엇을 결정해야 할 때 나한테도 도움이 되고 상대방한테도 도움이 되면 그대로 하겠죠.

그러나 나한테만 도움이 되고 저 사람에게는 도움이 안 되면 그거는 좀 망설여집니다. 한편 저 사람한테는 도움이 되지만 나한테는 도움이 안 되면 이게 또 잘 안 되겠죠. 또 저 사람에게도 도움이 안 되고 나한테도 도움이 안 된다면 당연히 안 되겠죠. 이것을 선업(善業, 좋은 행위, 올바른 행위, 착한 행위), 불선업(不善業, 자신과 남에게 해가 되는 그릇된 행위와 말과 생각) 이렇게 표현하거든요.

그러니까 우리는 좀 더 지혜롭게 상황에 대한 경험을 통해서 ‘아, 이렇게 하면 내가 도움이 되겠구나.’, ‘나한테 도움이 될뿐더러 주위에도 두루 도움이 되겠구나.’ 하는 쪽으로 가게 되는 겁니다.

어떻게 보면 지혜로운 세상을 보는 지혜로운 시각을 통해 내가 주도권을 갖게 되는 거죠. 세상의 흐름은 흐름대로 가고 있지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주도권이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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