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로 풀어보는 정신건강 (7)

대담은 대한정신건강재단 정정엽 마음소통센터장과 대한명상의학회 박용한 부회장 사이에 진행되었습니다.

 

Q: 명상을 통해 객관적인 것을 알아차리기 시작하면 정화가 이루어져 자기가 원하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되고, 나아가 자기가 무엇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까지 생기는 게 명상이라고 이해해도 괜찮을까요?

A: 그렇죠. 명상은 뭐 도 닦고 딴 세상에 살고 있는 게 아니라 본래 자기 모습을 회복하는 것이에요. 그런데 그것을 제대로 관찰하고 볼 줄 알아야 새로운 경험을 통해 내 뇌가 리셋(reset, 장치의 일부 또는 시스템 전체를 미리 정해진 상태로 되돌리는 것) 되어서 새롭고 제대로 된 본래 우리가 갖고 있는 모습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죠.

 

사진_픽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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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명상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뭔가 알 것 같기도 하다가 조금 지나면 또 잘 모르겠고…… 왔다 갔다 하더라고요. 명상을 말로 표현하는 게 힘들어서 잘 전달이 안 되는 건가요?

A: 그래서 사실 명상을 같이 하는 시간을 좀 가져야 해요. 우리 학회에는 많은 명상 프로그램들이 있고 또 여러 가지 명상 유형도 있지만, 그 가운데서 마음 챙김 훈련을 강화하는 명상 프로그램을 표준화했거든요. 그러니까 정신건강과 관련된 명상에 있어서 마음 챙김이라고 하는 것을 강화되는 데 중점을 둔 것이죠.

이게 강화되려면 자꾸 반복해서 수행해야 됩니다. 객관적으로 알아차리기 위한 수행을 한다는 거죠. 마음 챙김이라고 하는 사띠가 강해지려면 집중의 힘이 커져야 돼요.

그것을 ‘사마디(samādhi, 잡념을 떠나서 오직 하나의 대상에만 정신을 집중하는 경지를 일컫는 산스크리트어로 ‘삼매(三昧)라고도 한다)’라고 하는데, 보통 ‘사마타(samatha, 마음을 한곳에 집중하여 산란을 멈추고 평온하게 된 상태를 가리키는 산스크리트어)’ 수행이라고 이야기하잖아요? 사마타, ‘위빠사나(vipassanā, 세간의 진실한 모습을 본다 혹은 분석적으로 본다는 뜻)’라고 하는 집중수행 특히 몸에 집중하는 수행을 온전히 반복해서 꾸준하게 해야 됩니다.

선정(禪定, 한마음으로 사물을 생각하여 마음이 하나의 경지에 정지하여 흐트러짐이 없음)을 향해서 하는 수행도 있지만, 소위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사념처(四念處, 몸·느낌·마음상태·현상에 대해 주의력을 불러일으키는 불교수행법) 수행이라는 게 쉽게 할 수 있는 수행이 아니에요.

그런데 저희 학회에서 만든 프로그램은 일반인들이 맨손 체조하듯 할 수 있어요. 우리가 어렸을 때 체조 배웠잖아요? 그런 것처럼 마음 체조 같은 개념이거든요. 그러니까 그냥 온전히 아침에 일어나면 호흡에 집중해서 문지기처럼 코앞에서 숨이 들어가고 나가는 걸 가만히 본다거나 아니면 배의 일어남, 사라짐, 일어남, 사라짐에 온전히 주의를 두는 거거든요.

이게 별 것 아닌 거 같지만, 하면 할수록 집중력이 굉장히 강해지고 정서적인 안정감이 생기기 시작해요. 자율신경기능이 편해지는 거죠. 그러다 보면 사띠, 즉 마음 챙김 능력이 커지면서 내가 자꾸 생각이 끌려가서 자동적으로 했던 말과 행동 같은 것들을 멈추게 되고, 꼭 필요할 때만 하게 됩니다. 자기조절(self-regulation)이 되는 거죠.

그다음에 본래 갖고 있는 자기의식이 회복이 되기 때문에 현존감(presence)이 드러나거든요. 이런 면에서 정신의학적으로 볼 때는 정신건강의학과 선생님들이 잘 알고 계셔야 돼요. 제가 말씀드린 게 좀 괜찮은가요? 쉽게 이해가 가세요?

 

Q: 저는 좀 많이 들어서 와 닿는 부분이 있는데,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A: 일반인들이 그냥 듣기에는 쉽지 않아요. 그렇지만 환자들은 잘 알아들어요. 그게 차이가 있어요. 왜냐하면 죽으려고 결심할 정도로 마음에 대해 경험을 많이 해 봤기 때문에 그 이야기가 거의 전광석화처럼 확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죠. 그런 사람들이 꽤 있어요. 심지어는 조현병 환자들이나 환청에 시달려 거기에 매일 빠져 있던 사람들도 마음 챙김 강화 훈련을 시키면 굉장히 평온한 상태가 돼요. “환청 때문에 나는 너무 괴로워.”가 아니라 “오늘은 이런 환청이 들렸어요.” 그냥 그걸로 끝이에요.

 

Q: 마음 챙김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해하는 게 좋을까요?

A: 마음 챙김은 우리나라에서 번역된 말이긴 하지만, 원래는 붓다가 말한 사띠, 즉 지금 이 순간에 일어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온전히 마음을 집중하고 알아차리고 있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마음 챙김이라고 하는 것은 본래 우리가 갖고 있는 거예요. 갖고 있는데 그걸 제대로 쓰지 못하고 살아가니까 그냥 흘러가 버리죠.

알아차림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말을 하는지, 무슨 행동을 하는지, 어떤 감정이 일어나는지 다 알고 있거든요. 물론 모르기도 하지만 자기는 안다고 생각해요.

하여튼 동일시했든, 내가 안다고 생각했든, 그냥 흘러갑니다. 붓다는 마음 챙김, 사띠 수행이라는 걸 했거든요. 마음 챙김을 강화하는 수행을 꾸준히 하다 보면 사띠가 온전하게 몸의 집중을 통해서 앵커링(배가 항구에 닻을 내리는 것처럼 하나의 심리 상태를 어떠한 특정한 심리 상태로 닻을 내려 주는 것)이 되는 것이죠. 멈춘다고 표현하기도 하죠. 마음이, 사띠가 딱 멈춰서 내 마음을 의식적으로 보는 것, 즉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하는 것까지 다 보게 되는 거예요.

 

Q: 사띠가 곧 마음 챙김인가요?

A: 사띠는 번역어라서 조금 어려웠어요. 그래서 알아차림이라 표현하기도 하고, 마음 챙김이라 표현하기도 하고, 여러 형태로 한 것이죠. 학회에서는 이 용어 문제가 조금 정리가 안 돼 있어서 저희가 이번에 명상 의학 교과서를 만들면서 정리한 게 뭐냐면 사띠를 영어로 비판단적인(non-judgemental) ‘bare attention(순수한 주의)’이라고 했어요. 지금 이 순간 그렇게 표현하는 거죠. 마인드풀니스로 표현된 것을 우리는 마음 챙김이라고 쓰고 있기 때문에 사띠와 마음 챙김을 동의어로 보는 겁니다. 다시 말하자면 사띠나 마음 챙김이나 마인드풀니스나 같은 겁니다.

 

Q: 그 옛날 붓다가 “사띠를 해라.” 이런 식으로 이야기한 건가요?

A: 경전에 보면 ‘마음 챙김을 확립하여 앉는다.’라는 표현이 있어요. 그게 이제 <아나빠나사띠 숫따(호흡에 대한 사띠 수행을 말한 경전)>에 보면 같이 공부하는 무리들이 어느 숲에 머물면서 설법하기 전에 수행하는 장면이 나오거든요. 거기에 ‘마음 챙김을 확립하여 앉는다.’라고 나옵니다. 그러고서는 호흡에 집중하는 이야기가 나와요. 그래서 온전히 숨이 들어가고 나가는 것을 주시하는데, 길면 긴 대로 알아차리고 짧으면 짧은 대로 알아차립니다. ‘자연스러운 호흡을 알아차리라.’는 말을 하거든요. 전체적인 호흡도 알아차리고 또 호흡 자체가 미세해지면 미세한 대로 알아차리고 하는 거죠. 그것이 전부 사띠 수행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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